수미는 지난 해 「우리 학교」라는 제목으로 글쓰기 대회에서 큰 상을 받았다.
「우리 학교는 꽃이 많은 학교입니다. 나무가 많은 학교입니다.
키 큰 나무가 있는 학교는 멀리서도 보이고, 교문에 들어서면 작은 꽃들이 동산을 이룬 예쁜 학교입니다.
우리 아버지도 이 학교에 다니셨다고 합니다. 오빠도 우리 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다닙니다.
비록 작은 마을에 있는 우리 학교이지만 나는 우리 학교를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큰아버지와 아버지, 오빠와 큰 집 언니가 공부했던 학교, 또 내가 공부하는 학교, 우리 학교는 아버지와 우리를 이어주는 고마운 학교입니다.
나는 이 다음 학교를 졸업하고 큰 도시에서 공부를 하고 교장 선생님이 되어 이 학교에 다시 오고 싶습니다. 그것이 나의 꿈입니다.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합니다!」
수미의 「우리 학교」는 그런 내용으로 되어 있다.
학교 운동장은 플라타너스 그늘이 아주 넓고 서늘했다.
느티나무와 회화나무의 굵은 허리는 얼마나 튼실하고 믿음직스러운지 숨바꼭질하기엔 맞춤 맞았다.
봄이면 릴레이 하듯 꽃들을 피워내는 학교 뒷산. 산수유 진달래에서 수수꽃다리까지, 아이들이 씨뿌리고 옮겨다 심었던 들꽃들은 얼마나 귀여운지.
이름도 꽃도 이뻤던 금강초롱, 이름이 이상해서 킥킥 웃게 만들었던 개불알꽃, 나중에 선생님이 이름표를 만드실 때는 복주머니꽃이라고 적어 놓으셨지만.
술패랭이꽃, 바위솔, 애기똥풀꽃, 도라지꽃, 그 꽃들은 내년에도 꽃을 피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플라타너스 우듬지에 얹힌 가오리연은 지난 겨울 현식이 오빠가 날리던 것일 거야.
가을이 깊어지면 감나무의 감이 붉게 익는 학교를 아이들은 정말 좋아했다.
그런데 수미는 이 학교를 떠나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것도 수미가 원해서가 아니다.
얼마전부터 학생 수가 적은 학교는 문을 닫기로 한다느니, 우리 동네 학교가 그렇게 될 것이라느니 하는 소문이 나돌더니 그대로 된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수미는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엄마, 우리 학교는 어떻게 되요?』
『니네 학교는 너무 오래 되고 낡았잖아. 학생 수도 적고. 이제 학교는 누가 빌려쓰게 될 거래』 수미는 입을 삐죽이며 말한다.
『오래되면 다 나쁜가 뭐!』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아이들이 입을 모아 애국가를 부르던 운동장. 이젠 태극기도 새마을기도 없이 서 있는 깃대를 보며 수미는 얼른 고개를 돌리고 앞을 보고 걷는다. 이 길을 돌아가면 학교는 보이지 않게 된다.
우리 학교가 동네에서 제일 큰 건물이었다고 하셨던 아빠 말씀을 믿을 수 없다.
동네에서 큰 유리창이 있는 건물은 우리 학교였다는 건 더 믿기지 않는다.
수미가 다녔던 나무가 많고 꽃이 많은 저 학교는 이제 우리 동네에서 제일 보기 싫은 건물이 되고 말았다.
보고 싶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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