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은 4월1일 창간 74주년을 기념해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요제프 톰코(Jozef Tomko) 추기경과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 주교단의 교황청 정기방문 기간 중인 3월21일 오전 인류복음화성 집무실에서 만난 톰코 추기경은 가톨릭신문이 올해로 창간 74주년을 맞았다는 얘기를 듣고 깊은 역사와 전통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독자들과 신문사 종사자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왔다.특히 추기경은 가톨릭신문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복음 전파와 인류에 대한 봉사에 적극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전세계 선교지역 교회를 총괄하고 있는 인류복음화성 장관으로서 톰코 추기경은 특별히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서 한국교회에 거는 기대와 관심을 표시했다. 톰코 추기경은 시종 재치있는 말과 미소로 인터뷰에 임한 기자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자상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음은 톰코 추기경과의 일문일답이다.
- 새 천년기를 맞아 보편교회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매진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선교 지역인 아시아 교회 안에서 한국 교회의 활약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누차 지적해 오셨습니다. 한국교회의 선교사명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먼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선교에 대한 자각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교적 자각」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부여된 주님의 은총이자 선물입니다. 그리고 그 선물이 자기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되고 다른 이웃들과 나누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회칙 「구원의 선교 사명」을 통해 『신앙은 그것을 나누고 선물하면서 더욱 강해진다고』고 강조하셨습니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아시아 전체를 위해서, 아니 전세계를 위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만 합니다.
한국 교회는 사실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에 하느님의 섭리에 의한 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것은 바로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평신도들이 가톨릭 신앙을 접해 오늘날의 한국교회가 생겨난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성령의 인도하심에 의한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한국적 상황이 아시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아시아 전체의 가톨릭 교회는 (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를 통해서) 현 상황을 면밀히 분석했고, 대화를 통한 복음 선포를 자신의 길로 선택했습니다. 한국은 자신의 선교적 체험으로 미루어볼 때 아시아에서의 복음 선포를 위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이 이점을 명심하고 주님 구원사업에 매진해주길 기원합니다.
-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한국 교회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현재 한국 교회 신자들은 약 4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8%에 머물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은 아직도 한국내 복음화에 투신해야할 많은 여지를 안고 있습니다.
제가 참으로 놀란 사실은 한국 교회가 일찍이 다른 지역교회에 대한 선교 필요성을 절감하고, 국외에 있는 한인 공동체들을 돌보기 위한 사제들을 비롯해 선교사들을 파견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한국 교회가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나라에 한국인 사제들을 파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작년에 리비아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는 몇백명의 한국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 사이에는 물론 신자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마침 한국 교회가 리비아, 그리스, 그리고 지중해 연안 일대의 한인 공동체에 대한 사목적 배려로 파견한 대구대교구 소속의 한 젊은 사제를 만났습니다. 이것은 아주 아름다운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고 나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 바란다면 카자흐스탄, 타쉬겐트, 몽골 등에도 선교사가 파견될 수 있다면 하는 것입니다.
- 한국은 지난 50년 이상 남북이 갈라진채 고통과 아픔을 겪으며 살아왔습니다. 우리 민족의 화해와 통일, 그리과 복음화를 위해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기도를 통한 영성적인 길을 사용해야 합니다. 기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도할 때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가 찾아올 것입니다. 두번째는 연대성을 통한 길입니다. 그리스도인들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저는 북한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더 나은 경제적 여건에 있는 여러분들이 그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를 위해 노력할 때 하느님의 거룩한 섭리로 풍성한 열매와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 추기경님의 한국 신자들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한국 교회와 신자들에 관한 제 인상은 두 가지로 나누어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첫째는 가시적인 인상입니다. 저는 교황님과 더불어 1989년에 서울에서 열린 세계 성체대회에 참석했습니다. 그 광대한 여의도 광장에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메운 신자들과 함께 장엄미사를 봉헌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의 신자들이 어떻게 기도하고 있었는가를 또한 기억합니다. 그리고 신자들의 뜨거웠던 종교적인 열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는 통계적인 자료에 기초한 인상입니다. 한국 교회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음을 통계자료로 볼 수 있습니다. 한 생명체가 성장한다는 것은 그것이 건강하고 역동적이며 생명력이 넘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교회는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 한국 교회 사목자들중에서 기억에 남으시는 분과 특별히 한국 교회 모든 구성원들에게 격려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 개인적으로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김추기경님과 저는 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 등 여러 기회를 통해 함께 협력하며 일한 경험이 많습니다. 지난 1998년 로마에서 거행됐던 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 동안에 우린 함께 3명의 대표 의장으로서 일했는데, 이것은 우리가 함께 일했던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그리고 저는 몇몇 한국 주교님들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항상 한국 성직자들의 존재와 함께 한국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합니다. 일본, 몽골 등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의 뉴욕에 이르기까지 한인 공동체가 존재하는 곳은 어디든지 성직자들이 파견돼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한국 교회가 지니고 있는 커다란 활력과 희망의 표징입니다. 교황청은 한국 교회에 대해서 큰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에 앞서 추기경님께서는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날 만남에서 어떤 얘기들을 나누셨는지 말씀해주십시오.
▲ 지금껏 제가 얘기했던 부분에 대해 한국 주교님들과 이야기했습니다. 즉 한국 교회가 한국 안에서 또한 인접한 나라들과의 관계 안에서 갖게 되는 역할과 임무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것은 일본, 몽골, 중앙아시아, 만주 등 근접한 나라들 뿐 아니라 아시아 대륙밖에 이르기까지 한인 공동체가 있는 곳에 대한 한국 교회의 임무를 의미합니다. 아울러 신학생들의 훌륭한 양성과 사제들의 평생 교육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습니다.
저는 영어로 얘기했고, 장익주교님께 통역을 부탁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교황님을 모시고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장주교님이 교황님께서 한국어로 발음할 수 있도록 문장들을 준비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주교님을 라틴어로 「교황님의 통역자」라고 불렀습니다.
- 가톨릭신문이 올 4월 1일로 창간 74주년을 맞았습니다. 축하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 가톨릭신문이 오랜 역사동안 이땅의 복음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 전세계적으로도 이 정도의 전통을 지닌 교회 신문은 드물 것입니다. 또한 독자 여러분들께도 인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가톨릭신문이 복음적 메시지를 모든 독자들에게 전하는 전달자로 더욱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복음적 노력을 통해 주님의 은총이 넘치는 시민사회를 건설해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의 길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따라서 교회의 길은 바로 구원을 위해 봉사하는데 있습니다. 누차 선교의 중요성에 대해 지적했는데, 모든 언론인들은 선교사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일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 귀하신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류복음화성과 한국교회
선교지역 교회 지휘 감독, 조선교구설정후 정식 관계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은 교황청 행정기구라 할 수 있는 9개 성(省) 중 하나로 아직 정식 교계 제도가 설정되지 않은 선교 지방이거나 교회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지역 교회들을 전반적으로 보살피고 지휘 감독한다.
인류복음화성은 아직 복음화가 되어있지 않은 지역 전체를 통할하는 성으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동남아 등 동양지방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현행 교황청 부서는 모든 부서를 총괄하는 국무원을 비롯 행정기구로서의 9개성과 3개 법원, 12개의 평의회 및 3개 사무처로 구성돼 있다. 9개 성은 신앙교리성, 동방교회성, 전례성사성, 시성성, 주교성, 성직자성, 수도회성, 가톨릭교육성, 그리고 인류복음화성이다.
한국교회가 교황청과 정식으로 관계를 맺지 시작한 것은 1831년, 조선교구가 설정되고 주교가 파견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조선교회는 교황청과 간접적으로 관계를 가졌다.
중국 북경교구장 구베아 주교는 1785년 북경 부임후 조선교회의 상황을 들은 후 1790년 10월 6일 포교성성(현재의 인류복음화성) 장관에게 두 통의 서한을 띄워 조선의 복음화에 대해 전했다.
이에 따라 1792년 교황 비오 6세가 조선의 복음화 소식을 접하고 포교성성 장관을 통해 구베아 주교에게 답신을 전해주었다. 포교성성은 1792년 1월 23일 추기경 회의에서 조선교회 문제를 논의하고 조선교회를 북경주교에게 위임하기로 결의하고 조선교회를 위해 원조금을 보내기로 의결했다.
포교성성은 그후 조선교회의 박해 상황에 대한 소식을 북경주교를 통해 전해듣고 1815년 1월 추기경회의에서 그 대책을 강구했으며 조선교회로부터의 서한들은 북경 교회를 통해 포교성성에 전해지곤 했다. 1825년 조선 교우들이 쓴 편지가 2년 뒤 교황청에 도착하고 이를 접한 포교성성은 1828년 9월 추기경 회의에서 조선교회 문제를 토의했다.
당시 포교성성 장관은 카펠라리 추기경이었다. 카펠라리 추기경은 1831년 2월 2일 교황으로 선출됐고 교황 그레고리오 16세가 됐다.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은 그 해 7월 추기경 회의에서 조선 교구 설정을 의결하고 9월 9일자로 조선교구 설정을 선포한 뒤 초대교구장에 파리외방전교회 브뤼기에르 주교를 임명했다.
이처럼 인류복음화성은 한국교회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교세나 재정면에서 이제는 자립의 단계에 들어섰지만 아직 한국교회는 여전히 인류복음화성의 관할 아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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