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참으로 기묘한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것 같습니다』
대전교도소의 천주교 신자공동체인 대정공소 공소회장을 맡고 있는 한상준(가명·40·엘리지오)씨는 대부분의 이 곳 신자들과 마찬가지로 수형생활을 하며 신앙이 깊어진 이다. 무기형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의 문턱을 넘어서던 지난 88년만 하더라도 오늘의 자신의 모습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것이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자신의 순탄치 않았을 삶을 긍정하게 만들고 다른 이에게 그런 삶을 권하게 하는 지…. 그제서야 하느님이 제게 뿌려두셨던 사랑의 씨앗에 눈을 뜨게 된 것이죠』
1년간의 예비신자교리를 거쳐 91년 세례를 받고 나서는 자신의 마음 속에 더 높이 처져 있던 감옥의 울타리가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95년부터 천주교반 총무로 교회 일을 맡기 시작하다 96년부터는 반장 겸 공소 회장으로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것도 그로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회장이 2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 둘 정도로 어려움이 적지 않은 일임에도 5년이 넘게 신자들의 종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그는 아픔과 상처도 적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어딜 가나 사람을 이용하려는 얄팍한 이들이 있어 공동체에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이 또한 하느님이 주시는 채찍으로 받아 안아야지요』
과거 자신과 같이 암흑에서 헤매는 이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어주고자 예비신자를 발굴하고 입교시키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인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메워줄 사랑의 손길이 늘 아쉽다.
모범적인 생활로 20년으로 감형을 받아 오는 2008년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조그만 사랑이나마 골고루 나눠 갖는 공동체를 가꿀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세살배기 아들과 자신이 배운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한 회장의 꿈은 날을 거듭할수록 많은 이들이 함께 바라볼 희망으로 무르익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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