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좌 정기방문 중 주교회의 의장 박정일 주교가 3월 24일 교황과 공동으로 미사를 집전한 후 주교단을 대표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드린 인사말 전문을 싣는다.
존경하옵는 교황 성하,
저희 한국 주교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 성하를 뵈올 수 있게 됨을 영광으로 여기며, 성하께서 그동안 저희 한국과 한국 교회 신자들에게 베풀어 주신 특별한 관심과 애정에 대하여 한국 교회 신자들을 대신하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더욱이 어제 한인신학원에 몸소 오시어 축복을 하여 주심에 거듭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 한국 교회 신자들은 1984년과 1989년에 두 차례나 저희를 찾아오셨던 성하의 모습에 대한 그 감격스럽고도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며, 성하의 건안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습니다.
6년 전 저희 한국 주교들은 성하를 알현하면서, 다가오는 2000년 대희년에 남북한의 통일이라는 홍복이 우리 민족에게 내리도록 성하께 기도를 청원한 바 있습니다. 저희는 대희년에 남북 첫 정상 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사건과 함께 55년만에 이루어지는 남북 이산 가족의 가슴 아픈 만남을 지켜보면서, 한반도의 통일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세계 평화를 이룩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길임을 거듭 확인하였습니다. 통일이라는 한민족의 염원이 이루어질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희망과 함께 저희는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게 됩니다. 저희의 소망을 이미 밝혀 드린 바 있지만, 한반도의 평화의 통일을 위하여 교황 성하께서 북한을 방문하여 주시기를 열망합니다.
기쁨과 희망의 대희년을 지내고 새로운 천년기를 시작하는 올해에, 한국 교회는 한국 교회의 초기에 일어났던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저희 한국 교회는 이 기회를 통하여 신유박해 순교 선조들의 신앙과 삶을 재조명하며, 그 선조들의 순교 정신을 본받고자 그분들의 시복시성 운동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한국 교회의 의지를 받아들여, 한국 교회 신자들에게 대희년 전대사의 은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연장하여 주신 성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드립니다.
저희는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이후 실업자의 급속한 증가와 그에 따른 가정의 붕괴를 목격하면서 이 사회 위기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실직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시대의 징표로서 교회의 나아갈 길을 다시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생명의 복음을 수호하려는 의지에서 낙태를 사실상 전면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제14조」 폐지를 위한 청원서를 작년 12월 국회에 제출한 바 있으며, 사형제도의 폐지를 위하여 다른 종교 단체들과도 연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톨릭 교회에 거는 기대만큼, 아시아에서 한국 교회에 거는 기대와 요구 또한 크다는 것을 저희 주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004년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한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제8차 정기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하여 아시아의 교회와 연대하여 아시아에서 그리스도인의 선교 사명을 실천할 수 있는 새롭고 구체적인 방법들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 기회에 저희 주교들은 다시금 베드로의 후계자이신 교황 성하와 함께 일치하여 하느님 백성을 가르치고 다스리며 거룩하게 하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께 봉헌된 한국 교회를 위하여 성하의 특별한 축복을 간청합니다.
2001년 3월 24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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