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고 남에게 주기 좋아하는 성격이 신부가 되면 꼭 맞겠다는 말을 많이 듣게 합니다』
고모할머니 최봉애(크리스티나·63·서울 중림동본당)씨의 최용석(베네딕도·14)군에 대한 자랑이 빈말이 아님을 그의 집으로 오르는 길에 어렵지 않게 확인하게 된다. 지나치는 마을 어른들에게 꼬박꼬박 인사를 하고 친구들에게 다정스레 말을 건네는 용석이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서울 중림동 언덕배기의 연립주택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용석이의 방은 또래의 아이들 같지 않게 말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올해 중학생이 된 용석이는 부모 없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꿋꿋하고 밝은 표정이다. 용석이가 고모할머니와 살게 된 것은 열살되던 해, 엄마가 갑작스런 병으로 세상을 뜨고 자신의 몸도 추스르기 힘든 아빠와도 떨어져 살면서였다.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성당을 처음 안 용석이는 지금은 할머니보다도 더 열심이다. 매일 새벽미사에 나가는 할머니를 따라다니다 지난 99년 영세한 후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꼬박꼬박 복사를 서오고 있다.
크면 꼭 좋은 신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용석이는 복사도 사제가 되는 길의 한 부분으로 여겨 소홀히 할 수 없다며 대견스러움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열심한 용석이이기에 할머니 최씨는 부모도 하기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는 요즘 들어 용석이의 꿈을 키워줄 수 있을 지 은근히 걱정을 품게 된다.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가운데 친척들이 다달이 얼마씩 모아주는 돈으로는 용석이 교육비만 해도 벅차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들어서는 세들어 있는 집주인이 전세를 1000만원이나 올려 달라고 해 월 30만원짜리 사글세방으로 옮겨야 할 처지다.
신앙생활에 막 재미를 붙여가고 있는 용석이 때문에 멀리 이사가지도 못한다는 할머니마저 다리가 불편해 언제까지 용석이 뒷바라지를 해줄 수 있을 지 기약이 없다.
『많은 분들이 기도해주셔서 용석이가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요』
행복한 기억마저 없다는 용석이에게는 그나마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절인 셈이다. 거의 성당과 학교만을 오가는 삶을 통해 부족했던 사랑을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
『신부님이 되면 행복할 것 같아요. 우리를 위해 스스로 고통을 택하신 예수님을 더 잘 알 수 있게 되고 그런 예수님 사랑을 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잖아요』
예비신학생 모임에도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용석이는 할머니의 고심을 아는 지 신앙생활과 학교 공부도 더욱 열심이다. 『제가 신부가 되면 그건 모두 할머니와 어른들의 도움 때문일 것입니다』
꿋꿋하기만 한 용석이를 위해 두 손이 자연스럽게 모아졌다.
※도움 주실 분=한빛은행 702-04-107118(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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