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 어린이 공연 예술제」가 열리는 문예회관 소극장에는 방학 중인 어린이 관객들이 자리잡고 앉았다.
동행한 부모님들도 자녀와 한마음이 되어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극이 시작되기 전의 기대감, 나는 주위를 돌아본다. 꼬마들은 나름대로 모양을 냈으며 토끼 귀처럼 머리에 꽂은 리본에도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진다. 어린이를 위한 이런 연극축제가 어디 흔한 일인가. 작은 극장에 감도는 신나는 분위기는 보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배우가 직접 무대에 나와 그들의 숨소리와 작은 움직임까지 관객에게 실감나게 전해지기는 연극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객석의 불이 꺼지기도 전에 코믹한 복장을 한 남자가 아이들 속을 비집고 다니며 확대경을 들이대고 묻는다.
『여기 혹시 방정환이 왔어요?』 『누구 방정환이 보았어요?』 아이들은 합창하듯이 외친다. 『안요!』 『아니요!』 서울 여러 곳에서 왔을 아이들. 그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방정환을 찾는 일본 형사에게 도리질하며 대답한다.
이렇게 해서 어린이 관객이 자연스럽게 연극에 참여하면서 막이 오른다. 소파 방정환 선생님은 일제하의 암흑기를 지나며 어린이를 민족의 희망으로 생각하고 갖가지 문화운동을 일으켰다.
어린이를 위하는 일이면 어디든 달려가 꿈과 용기와 사랑을 심어주신 분. 방정환 선생님의 삶을 그린 연극은 노래를 곁들여 아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선생님이 태어나신 1899년에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유효기간이 없는 일. 그것은 어린이가 우리의 희망이요 앞날이며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 아닐까. 자녀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연극제에 동행한 엄마들.
『처음엔 아이 표만 사서 보게하고 어디 시원한 빵집에서 팥빙수 먹고 쉬려고 했는데 「뭘 하고 노는지 구경이나 합시다」라며 옆집 엄마가 끄는 길에 엉거주춤 앉았지요. 그런데 이거 재미있더라구요』 부끄럽게 웃는 어떤 엄마.
크리스마스 성극을 준비하던 주일학교 꼬맹이들은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고 연습했는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입이 나왔지만, 내 기분과 상관없이 중간쯤에서 사라지는 역이라도 겹쌍꺼풀이 생기도록 열심히 했다.
연극이 끝나던 날, 한 이이가 왁하고 울음을 터트리자 신호로 삼아 여자 이이들은 모두 흐느꼈다. 연극과 실제의 차이를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된 탓이 아니었을까. 다시 그렇게 열심히 연극을 하고 싶어진다.
어렸을 때, 서커스단이 공연을 마치고 마을을 떠날 때, 앞질러 동산에 올라가 그들이 동구 밖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눈물겹게 바라보았다는 나이 드신 분의 수필 대목을 기억한다. 그분의 애틋한 유년의 추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극장에서 만났던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삶이 메마르고 쓸쓸해질 때, 문득 어린이였던 때 엄마 손을 잡고 보았던 손뼉치고 노래 불렀던 연극을 생각하고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혼자 버려진 기분을 벗고 기운을 얻어 쐬쐬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의 연극에다 너무 많은 꿈과 용기를 걸었나 보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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