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일에 우리 한국교회는 연중주일의 순서를 따라 「연중 제26주일」을 지내지 않고, 놀랍게도 가르멜 수녀원 출신의 한「작은」성녀인 소화 데레사를 기념 한다. 그 이유는 이 분이「포교(선교)사업의 수호자」이시기 때문이다. 생각할수록 놀라운 일이다. 이분은 외적으로 볼 때 이 세상에서 정말 「작고 조용한」삶을 살고 가셨으니 말이다. 이분은 겨우 24년의 삶을 사셨을 뿐이며, 그것도 마지막 9년은 리지외의 가르멜 수녀원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 사신 분이다. 그리고 성녀는 외적으로 볼 때 「위대한 것」이라고 말할 만한 것을 남겨 놓으신 것도 없으시다. 그런데 어떻게 이러한 분을 교회는 (1925년에 비오11세 교황 때) 「포교(선교) 사업의 수호자」로 선포하였을까? 그 이유는 비록 좁은 공간 속에 사셨지만 세계를 끌어안는 성녀의 사랑 때문 이라고 생각된다. 작은 일들에 이르기까지 최선을 다하여 「사랑」의 삶을 살며, 온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교회를 위하여 기도하신 그분의 「사랑」때문에 '포교사업의 수호자' 로 선포되셨다고 생각된다. 그분은「사랑」이야말로 모든 선교활동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고 사셨다.
「위대한 사랑」의 삶을 사셨지만, 외적으로는「작고 조용한」삶을 사신 성녀 소화 데레사와 관련하여 듣게 되는 오늘 복음에도「작은 사람들」에 관한 말씀이 나온다. 두 가지 가르침이 담겨있다. 그 하나는『생각을 바꾸어 어린이와 같이 되라』는 가르침이고, 다른 하나는『어린이와 같은 사람을 받아 들여라』는 가르침이다. 먼저『어린이와 같은 사람을 받아들여라』는 내용의 말씀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여기서 말하는「어린이」는 문맥 전체를 볼 때,「보잘 것 없는 이들」(작은 이들)을 상징한다. 문맥을 좀 더 살펴보자. 오늘 복음은「공동체에 관한 설교」인 마태오 18장의 첫머리에 나오는데, 그 전반부는 공동체 안에 있는》보잘 것 없는 이들」에 대한 태도에 관한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다.『이 보잘 것 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라는 표현이 세 번(6. 10. 14절)이나 나온다. 예수님은 한편으로는『이 보잘 것 없는 이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손과 발이 있으면 그것들을 찍어 던져 버려라』는 표현까지 사용하시면서 강력히 경고하신다. 다른 한편으로 예수님은 그냥 놓아두면 죽게 될『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하는 목자의 비유를 드시면서 공동체 안에 있는『보잘 것 없는 이들』을 업신여기지 말고 정성을 다하여 보살피라고 격려하신다.
오늘 복음말씀은 「보잘 것 없는 이들」에 관한 이 일련의 말씀의 제일 앞자리에 놓여있는데, 「어린이」를 불러 제자들 가운데 세우시고 말씀하심으로써 「보잘 것 없는 이들」에 대한 당신의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직접 보여 주시고, 또 제자들도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신 것이다. 요컨대, 『어린아이를 받아들여라』는 오늘 복음의 말씀은 공동체에서 만나게 되는「보잘 것 없는 이들」, 곧 어린이 처럼 다른 사람의 보호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업신여기지 말고, 오히려 자신을 낮추어, 자신보다 약하고 작은 사람들을 섬기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어린이와 같이 되라』는 오늘 복음의 말씀에서『어린이와 같이 된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문맥에서 볼 때, 그것은 우선적으로 『겸손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항상 더 크신 하느님」앞에서 자신의 본연의 처지를 깨달을 줄 아는 겸손은,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들, 특히 「보잘 것 없는 이들」에 대하여도 겸손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린이와 같이 되라』는 말이 단지 「겸손하게 살라」또는 「어린이와 같이 약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라」는 뜻만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다. 거기에는 어린이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뜻도 들어 있다. 다음의 진복선언은 이 해석을 잘 뒷받침해 준다: 『마음이(영으로)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 3),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다』(마태 5, 8). 여기서 진복선언을 받는「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먼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생각해 보면「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분명해진다. 갖가지 욕심으로 눈이 어두어져, 자기자신과「자기의 무리」밖에 모르는 사람들, 욕심에 눈이 어두워 자리다툼만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라도-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만 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아닌가!
복음말씀에 의하면 이런 사람들은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반면에 하느님을 뵈올 만한 맑은 눈을 가진 사람 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세상의 죄」라는 때가 아직 끼지 않은 아기들의 맑은 눈동자에서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기들의 맑은 눈동자는「하늘나라를 비추어 주는 작은 창문과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아기의 눈동자처럼 맑은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다 가신 성녀 소화 데레사를 기념하며 들은 오늘 복음의 말씀과, 위에서 살펴 본 「보잘 것 없는 이들에 관한」예수님의 말씀들은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초대 한다. 세상 욕심에 어두워지고 더럽혀진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깨끗이 씻고, 새출발하라고 우리를 초대한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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