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덕에 관한 의무」라는 제목은 신앙인이 신앙인답게 생활하는데 요구되는 모든 의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신앙 행위 자체에 직결되는 몇가지 의무라는 한정된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신앙 자체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조건 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1. 신덕에 관한 신앙인의 기본적 의무는 자기 신앙을 더욱 깊게 하고 견고하게 하는 노력이다. 인간에게 신앙을 요구 하는 하느님의 계시 내용은 인간 지성에게 자명한 진리가 아니고 신비에 쌓여있는 진리이기 때문에 어떠한 인간의 지성으로써도 완전하게 파악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아무리 열심한 신자라도 생활하는 도중에 수시로 신앙에 대한 의심 이나 유혹이 닥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인간 정신의 불완전성에서 오는 불가피한 일이다.
신앙에 대한 의심이나 유혹을 극복하고 견고한 신앙을 유지 발전시키려면 영세 때의 초보적 신앙상태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신앙생활을 해나가면서 신앙내용을 더욱 깊이 이해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많은 신자들이 예비신자 교리반 을 마치고 영세하면 교리에 대하여 졸업했다고 착각하지만 소위 「예비신자 교리」는 교리 공부의 유치원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그것은 초보적 신앙을 발생시키는 최저 한도의 인식이고 그것만 가지고 일생동안 건전한 신앙생활을 유지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소위 '신자 재교육'을 위한 여러가지 기회를 제공하면서 여기에 많은 기성신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재교육에 참여하는 사람 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속된 말로 머리에 글줄이나 들어있다고 자부하는 일부 엉터리 신자들은 재교육에 가보아도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 없더라 한다. 이런 말은 재교욱을 시키는 책임자 들에게 반성과 숙고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말하는 사람의 인식부족을 여실히 드러낸다.
신자 재교육은 하느님의 말씀을 또한번 선포하는 기회요 여기 참여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신앙정도를 반성하고 점검하는 기회이지 신발견이나 신발명을 발표하는 학술 발표회가 아니다. 신자 재교육은 가르치는 사람에게나 배우는 사람에게 다시 한번 명시적인 신앙행위를 하는 기회이다. 즉 구체적으로 하느님을 만나는 순간이다. 이런 행사를 거듭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이 성장하는 것이다. 이미 구약 전도서가 『하늘 아래 새 것이 있을 리 없다』(전도 1, 9) 하였거늘 강의마다 새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는 억지에 불과하다.
옛날에는 한국 교회에 지성인들이 읽을만한 책이 없다고 하였지만 지금은 좋은 책들이 얼마든지 쌓여있다. 그렇지만 교회의 신자 증가율보다 교회서적 보급률이 월등히 높아 졌다는 소견은 별로 듣지 못하였다. 신참 신자나 고참 신자나 신앙에 관한 첫째 의무는 자신의 신앙을 더 깊게 더 높게 더 넓게 함양하는 일이다. 이것이 성숙한 신앙의 또한가지 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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