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통적 해석에서 이스라엘 안에 나타난 타락과 그에 대한 지파 간의 갈등과 해소 과정에서 도입부 정도로 취급된 한 이름 없는 여인에게 벌어진 폭력사건(19장), 즉 여성의 희생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가에 대한 측면을 보고자 한다.
역사적 배경과 구성
판관기의 결론부는 두 부족의 동향에 관한 설화로서, 첫 번째 부록설화는 왕국이 되기 전의 무정부 상태와 우상숭배에 대한 비판의 자료로서 사용하고 있다(17~18장) 그리고 두 번째 부록설화는 세 부분(전쟁의 동기-19장, 전쟁-20장, 전쟁의 결과-21장)으로 구성된다.
성서 전승상으로는 불륜을 저지른 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단죄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 이러한 폭력과 부정에 관심을 갖는다고 할 지라도 판관시대라는 시대적 한계 때문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것,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본문의 암시 『그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어서 사람마다 제 멋대로 하던 시대였다 (17, 1 19, 1 21, 25)』와 더불어 왕정을 요구하게 된 이스라엘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여인이 왜 이렇게 버려지고 죽임을 당하게 되었는지, 또 그 전쟁으로 치른 또 다른 희생들은 없는지, 이 여성이 과연 죄인인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남편대신 희생당한 여인
노인의 집에서 하루 밤을 지나게 된 일행들은 뜻밖의 일을 만난다. 기브아 성에 있는 무뢰배들이 몰려와 그 집을 에워싸고 레위인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인은 이 레위인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의 딸을 내어 주려고 한다(19, 24절).
이스라엘의 접대 법은 남자만을 중요시하는 법이었기 때문에 노인은 나쁜 짓을(23절) 레위인에게 만은 하지 말라고 무뢰배들을 향하여 부탁한다. 이 나쁜 짓이란 성적타락에 빠진 기브아 인들의 「동성관계」를 나타내는 말이다.
레위인은 결국 자기의 첩을 그들에게 내어 주는 것이다. 한 여인이 레위인에게 닥친 불행의 희생양이 되면서 비극은 절정에 다다른다. 기브아인들은 첩의 신분으로 남편과 일행으로부터 버려진 이 여인을 밤새 욕보였고 새벽이 되어서야 놓아주었다.
한편 레위인은 자신의 첩이 무슨 일을 당했을 줄 알았으면서도 그를 찾아보거나 일의 해결을 위한 어떤 노력도 없이 그저 「아침에 일어나 대문을 열고 다시 길을 떠나려고 나서다가」 쓰려져 있는 첩을 발견한다(27절). 그리고 자기 대신에 희생당한 첩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 일어나 가자고 한다. 레위인은 아무 대답이 없는 첩의 생사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나귀에 얹어 자기 고향을 향해 길을 떠났다(28절).
오직 남자의 명예만이 중요
그런데 집으로 돌아 온 레위인의 태도는 급변한다. 도착하는 길로 칼을 뽑아 자기 첩의 시체를 열 두 조각 내어서 전 이스라엘에 보내고 이 사건을 신중히 다루어 주기를 외치는 것이다. 「방관」이 「분노」로 바뀐 것이다. 그 분노는 첩에 대한 안타까움도 아니요, 기브아인들의 성적 만행 때문도 아니요, 오직 그들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자신에게 미친 수치와 굴욕 때문이었던 것이다.
처참하게 죽어간 여인에 대한 희생의 의미를 뒤로하고 레위인은 전 이스라엘에 기브아인들의 죄를 알리고 있다(20,4-7). 자기 대신 버려진 첩에 대한 죽음을 애도하는 장사를 치르지도 않고, 기브아인들을 치기 위한 미스바 회의를 열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기브아를 멸하기로 결의했고, 곧 전쟁을 시작한다. 이제 베냐민의 보복 전쟁이 끝나고 지파 하나가 없어질 지경에 이른 것을 깨달은 이스라엘은 600명에게 아내를 맞이하도록 하여 베냐민을 존속하게 하였다. 그런데 아무도 딸을 베냐민 가문에 시집보내지 않겠다고 한 미스바에서의 맹세 때문에 이 일을 수행하기 위해 또 다른 엄청난 희생을 치루어야만 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과 전쟁과정 그리고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일들로 무엇이 해명되었고 어떤 의미가 주어졌는가? 과연 여인의 고난과 죽음은 정당한 보상을 받은 것인가?
여성이기 때문에 이유 없이 희생양이 되는 역사가 더 이상 계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정체성을 가지고 정당한 실천적 노력들을 해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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