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이 시계를 차고 있다. 시간을 잰다. 시계를 가진 까닭이 약속 시간을 잘 지키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을 극복해보려는 표지일 수도 있다.
없는 시간, 제한된 시간을 넘어 영원으로 향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시계를 바라 보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성서에서 본 듯한 글귀가 생각난다.『사람에게 날수와 달수 그리고 햇수를 헤아릴 줄 알게된 것에 감사드린다』고 하는 말이다.
복음화의 의미
또 한번 새해를 맞게되었다. 새 달력을 바꾸어 달면서 2001이라는 숫자를 본다.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없이 대하는 햇수이지만 그리스도교인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숫자이다.
「주님의 해」로부터 2001년이라는 사실을 잊지않고 있다. 이 연호를 우리 선조들께서는 천주강생(天主降生)이라고 표현해왔다. 말하자면 인간구원을 위해 역사안에 드러나게 개입해 오신 하느님의 극적인 체험이 있었는지 2001이라는 숫자이다.
세상에 오신 하느님을 구세주라고 칭한다. 때로는 주님이라고 하기도 한다. 바로 그 주님께서 언젠가 꼭 다시 오시겠다는 약속을 남기시고 시공을 초월하시는 분으로 우리와 함께 현존하신다.
결국 한 해, 한 해를 헤아리는 까닭은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고자 하는 애타는 심정의 표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마치 장날에 큰 선물을 사 가지고 오시겠다는 아버지의 약속을 생각하면서 그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아들처럼 기다리는 것이다.
과거에 이미 오셨지만 미래에 재림하실 주님을 기다려 온 지 2000년을 넘기고 다시 한 해를 더하는 올해를 두고 사람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세시(100년 단위)가 바뀌고 더 나아가서 천년단위(millenium)가 새로 시작하는 해이다.
수치의 자리 바뀜에 그 뜻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한 주기의 분수령에서 우리의 처지를 정직하게 돌아보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자세를 다져야 함에 그 뜻이 있을 것이다.
묵은 삶에 있어 잘못됨을 청산하고 인간의 본래적인 모습(태초에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시어 에덴 동산에서 함께 하시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도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내리신 법도와 그 가르치심을 받들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복음화」라는 말을 알아 들어야 할 것이다.
교회가 그토록 강조하면서 부르짖는 복음화란 바로 복음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일이고 그와 같은 삶의 행동 원리를 우리들의 실제 생활 안에 반영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들이 복음화 되었다면 본을 보여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역사 안에서 구체적으로 복음화 된 삶을 살지 못하는 교우들이 많았기에 지난날 과오 반성에서 비복음적 반복음적 삶을 뉘우 치면서 용서를 청했다.
쇄신에로의 초대
안주할 수 없는 지금의 상태를 개선해야 하기에 한국 가톨릭 교회 에서는 교구공의회(synodus)를 이미 개최한 교구가 있는가 하면 현재 진행중에 있는 교구도 있다.
현안으로 떠오르는 의제 중에는 성직자 수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교회의 쇄신을 위하여 그들이 먼저 복음에 입각한 변모가 요청된다는 설문의 응답이 많다.
어디 수도자, 성직자들에게만 변화가 요구될 뿐이겠는가! 우리모두가 쇄신되어야 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교회는 항상 새로워져야 한다-Ecclesia semper reformanda est'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성서의 한 대목에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편에서 새로워 져야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이 되신 하느님 - 천주 성자께서 보여주신 본을 더욱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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