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인간 고유의 몫이다. 인간만이 과거를 회상하며 그 속에 침잠해 들어가 눈물짓고 웃음짓는다. 허나 기억에는 한계가 따른다. 지난날의 특정한 상황을 한치의 오차 없이 재구성해 내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타인의 기억이나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매개물에 도움을 입어 퍼즐 맞추기를 하듯 과거를 떠올리기도 한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이 흔한 명제는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까지 객관화되어도 무방하다. 한 가족이 있다. 이 가족은 매년 정해진 날짜에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는다. 가족 사진첩 첫 장의 젊은 신혼부부의 사진을 넘기면 한 아이가 방실, 엄마 품에 안겨 웃고 있는 세 가족이 등장한다.
아이는 자라고 그와 비슷한 생김새의 또 다른 아이가 어느 새인가 들어섰다. 교복을 입고 성인이 되어…. 이제 어느덧 아이들은 새 둥지를 꾸려 그들의 배우자와 나란히 섰다. 빛바랜 가족사진에는 지난날의 행복과 꿈이 담겨 있다. 누구나 어렸을 적엔 착한 아이였고 젊었을 땐 헌신적인 부모였다. 지나간 사진은 설령 초라했던 날들이라 할지라도 아득한 그리움을 부른다. 과거의 기억은 지금 이 시간을 되새기게 한다.
가정이 해체되어 간다고들 한다. 이혼, 가정폭력, 세대차, 경제적 문제, 외도…. 가정이 누구에게나 따뜻한 보금자리 이지 않다는 것은 아마도 사실인 듯 보인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외국의 경우를 보아도 이제 곧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은 사라질 것이고 가족간의 사랑도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다.
예수님의 성가정은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바람이다. 이 사회에 그 참다운 모습을 우리가 보여줄 수는 없는 일인가.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소장=송영오 신부)가 가정성화 사도직과 함께 전국 신자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화목한 가정사진 공모전」은 이를 위한 작은 시도 중 하나일 것이다.
가정 공동체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은 그 가족은 물론 보는 이들에게도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그 아름다움 속에는 하느님이 계시다. 공모전의 부상은 4인 가족이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여행권이었다. 우리 가족이 함께 여행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 지난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모이기는 했었나. 눈 녹는 소리가 들릴 때 자동카메라라도 들고 나가 교외에서 가족사진 한 장 남기는 건 어떨까. 「기쁜 나의 집」을 배경으로 해도 그만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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