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안'이 1월 6일 국회를 통과했다. 장기매매의 금지, 뇌사의 법적 인정 등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각계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이 법은 내년부터 시행하게 된다. 장기 등의 적출 및 이식은 윤리적으로 타당하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법률안은 인도적 정신에 따라 장기 기증자의 자발적인 의사 존중과 이식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는데 한몫 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보는 법률안 주요내용과 그 문제점, 향후 전망, 가톨릭교회의 입장, 뇌사의 판정 기준, 장기기증 절차 등을 소개한다.

장기기증. 이식자에게 또 다른 '부활'을 선사하는 고귀한 사랑의나눔 행위다. 가톨릭 윤리적 측면에서도 장기이식은 긍정적인 행위로 인정받고 있다. 대부분의 윤리신학자들은 개인의 완전한 자유의지에 따라 행해지는 장기기증은 나눔과 희생의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장기이식의 역사는 근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4년 미국 보스톤의 한 병원에서 시행한 신장 이식수술이 사람에게 성공한 이식수술의 효시. 국내에선 69년에 행해졌다. 이후 장기이식은 의학적으로 발전을 거듭해 간, 췌장, 심장까지도 이식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죽음에 이른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장기이식을 위해선 장기기증이 필수적이다. 현재 장기기증 형태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살아있는 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는 경우와 뇌사상태나 사망한 자로부터 장기를 적출하는 경우다.

먼저 살아있는 사람인 경우와 관련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16세 이상인 경우에만 장기기증이 가능하도록 규정,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장기기증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조항 (10조 3항)을 두어 '16세미만이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곡수에 한하여 이를 적출할 수 있다좦고 정하고 있다.

16세이상인 미성년자의 장기 등은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 도는 4촌이내의 친족에만 기증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골수의 경우는 그 특성을 감하애 기증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 살아있는 자로부터 적출할 수 있는 장기는 정상적인 신장 2개 중 1개, 간장 일부 및 골수로 규정하고 있다.

또 37조 '비용의 부담'도 '장기이식대상자로 선정된 자가 부담한다'는 수혜자 부담원칙을 고수, 소수 부유한 환자들만 장기이식 혜택을 누리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두번째, 뇌사자와 사망한 자로부터의 장기적출. 동법 14~18조를 살펴보면 뇌사자와 사망한 자가 생전에 장기기증에 동의했고 유족의 반대가 없는 경우와 사망한 자가 생전에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았고 유족이 사망한 자의 장기적출에 동의한 경우엔 장기를 적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많은 논란을 빚었던 '뇌사자의 장기적출'를 위해 동법에선 9개항의 뇌사판정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6세 이상과 미만'의 판정 기준을 달리하고, '원인질환이 확실하고 치료될 가능성이 없는 기질적(器質的)인 뇌병변이 있을 것' '깊은 혼수상태로서 자발호흡이 없고 인공호흡기로 호흡이 유지되고 있어야 할 것' 등의 5가지 선행조건도 마련했다.

그러나 이의 효과적 실행을 위해 ▲시대 추이와 의학발전에 따른 보다 엄격한 판정기준 마련 ▲의료계 종사자들에 대한 의료윤리 교육 강화 ▲장기매매 등 부작용 심화 대처방안 마련 ▲환자 가족들의 경제적, 물리적, 정신적 부담 해소책 등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점차 뇌사자가 장기기증의 주된 제공자가 되고 있다. 이번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입법화 됨으로써 가톨릭계 병원들도 뇌사와 장기기증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과 밝은 인식을 유도하고 공감대 형성에 더 한층 노력해야 한다. 또한 전 교회 차원에서 장기기증을 원하는 신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가톨릭장기이식센터를 설립해 보다 체계적인 활동을 서둘러야 한다.

▶ 알아둡시다 - 장기 기증·이식 절차

윤리위원회 심의 통과후 장기 이식 가능

한마음한몸운동본부서도 기증 업무 담당

뇌사자가 발생하면 유족들의 장기기증 결정에 따라 환자상태, 뇌사원인, 혈액형, 체중, 키 등을 확인한 수 뇌사자가 사고 가해자냐, 아니면 피해자냐의 여부를 가린다. 장기이식을 위한 장기적출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부검 및 검시에 우선할 수 없기 때문. 이어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는 각 이식팀과 임상병리과 입원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에 연락한다. 동시에 병원에선 각 장기별 팀을 구성, 장기구득원이나 환자 이송팀을 기증환자가 있는 병원에 파견한다.

장기구득원이 파견되는 경우 장기를 적출해 이송하게 되며, 환자 이송팀을 파견하는 경우 장기기증 환자를 장기 이식을 받을 환자가 있는 병원으로 이송, 뇌사 판정을 받게 한다.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바로 장기 이식수술에 들어간다. 수술뒤엔 사망진단서 발부, 영안실 안내 등의 절차가 따른다.

현재 가톨릭계 병원에는 장기이식센터가 없다. 금명간 장기이식센터가 설립될 예정인 강남성모병원은 살아잇는 사람의 장기기증은 사회사업팀(02-590-1047)에서, 장기 기증 및 이식 상담과 뇌사자 장기기증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석부현(02-590-1678, 015-85040550)씨가 담당하고 있다. 또 한마음한몸운동본부(02-771-7600, 교환 2364)에서도 장기기증 업무를 취급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30여 명의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장기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며 상호협조하고 있다.

■ 전문가 견해 :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안’ 국회통과에 즈음하여

- 고용복 교수<강남성모병원 외과·장기이식전문의>

외과의료인으로서 법안 제정 ‘환영’

「췌장 일부 적출 금지」다소 아쉬워

”장기기증은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

지난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안으로 확정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1월 6일 국회에서 통과, 실제 응용될 수 있게 되어 이식을 시행하는 외과의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하며 동 법안의 제정을 환영한다.

이 법안에서 살아있는 생체 내에서 적출할 수 있는 장기는 신장 2개 중 하나, 간의 일부 및 골수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시행되는 장기이식 수술들의 적용과 크게 다를 것이 없으며 췌장, 심장, 폐는 적출을 금지하고 있는데 생체 내에서 심장과 폐의 절제를 금지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으나 다만 간의 일부를 이식하는 것과 같이 생체 내에서 췌장의 일부를 절제하여 시행한 성공적인 이식술의 보고가 다수 있는 것을 볼 때 췌장의 일부 적출을 금지하는 것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동 법안에서는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하고 뇌사자에게서의 장기 적출을 윤리적으로 합당하게 시행하였다면, 합법화함으로써 현재 관례적으로 시행하여 왔던 뇌사자 장기이식이 실정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어 이는 오랫동안 의료계에서 바라왔던 것이다.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장기이식은 그 역사가 그리 오래지 않아 신장이식은 1954년, 췌장이식은 1966년, 심장이식은 1967년에 시작되어 이제는 이들 장기가 질병으로 그 본해의 기능을 상실하였을 때 새 장기를 이식하여 그 기능을 되살려 양질의 삶을 되찾게 하여주고 있으며 현재 전세계적으로 매년 10만 이상의 장기이식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많으나 이식할 장기가 턱도 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며 생체에서 장기기증은 이제 한계에 달해 있어 이들을 위해 뇌사자 장기를 원활하게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게 되었다.

국내 신장이식의 예에서 보면 이식을 필요로 하는 만성신부전환자가 내년 4000~5000명 씩 발생되나 이중 1000명만이 신장 이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국내 가족제도가 세월이 흘러가면서 핵가족화 되어 과거 대가족제도에서는 흔했던 혈연간 장기 기증의 수가 격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법안에서 장기이식이 원활하게 되게끔 문호를 개방하면서 뇌사판정을 엄격히 하고 장기 이식 과정에서 생길 수 잇는 장기 매매 및 비윤리적 행위와 이를 교사, 알선하거나 방조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법으로 처벌을 규정하여 이를 예방하려 한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구미 각국에서는 장기이식에 관한 모든 사항을 의료단체의 자율성에 맡기고 있으며 정부가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국내에서도 대학병원들을 중심으로 한 각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책임을 지고 장기 이식을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 법안에는 보건복지부 직속인 국립의료원을 장기이식 관리기관으로 하여 국내 모든 장기이식을 총활하려는 인상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현재 잘 되가는 각 대학명원들의 장기이식의 임상을 위출시킬 우려가 있으며 만일 장기이식을 총괄할 기관을 만들려면 정부는 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학회를 중심으로 한 기구에 자율적 운영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이식에 있어서 뇌사자가 장기 기증의 주된 제공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동 법안이 통과되면서 뇌사자 장기이식에 대한 사회의식구조가 좀더 계몽되어 뇌사자로부터 장기기증의 수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이 간정하다. 실제 미국의 보고를 보면 뇌사자로 장기기증을 할 수 있는 예들의 단지 10분의 1에서만 장기를 적출하여 이식하고 있으며 나머지 10분의 9는 그냥 땅에 묻힌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잇는 내 육체뿐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은 우리가 세상에 살고 있는 동안 하느님께서 내게 잠깐 맡겨 주신 것이고 언젠가는 모두 되돌려 드리고 떠나야 한다면 장기기증이야말로 그리스도 정신인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고 가장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