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매년 1월 18일부터 25일까지의 기간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으로 정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기호로 삼고 있다. 특별히 올해의 일치기도주간에는 2천년 대희년을 1년 앞둔 시점에서 2천년기에 빚어진 분열과 갈등의 상처를 3천년기에는 온전히 치유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천년 대희년, 일치의 한마당 기원 -꾼준한 대화 노력 지속
교황과 교황청은 실제로 대희년을 앞두고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지던 일치 대화에 더욱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가톨릭과 루터교가 함께 발표한 '의화 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은 둘 사이에 지난 450여년간 계속된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교회 일치를 위한 새로운 장을 연 큰 성과였다. 이러한 성과는 동방교회와 개신교의 대표들을 초청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꾸준하게 이루어진 대화의 결실이다.
1964년 교황 바오로 6세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아테나고라스를 방문해 로마 가톨릭과 동방교회의 일치운동에 신기원을 이룩했고 이듬해 12월에는 1054년의 상호 파문을 취소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79년에는 로마 가톨릭-정교회 대화위원회를 구성해 신학적 대화를 시작했다.
개신교측과는 67년부터 루터교와 공동으로 대화위원회를 구성해 72년부터 94년까지 세차례에 걸쳐 합동위원회를 열어 72년 말타보고서를 비롯한 두 개의 공동보고서를 발표했다.
'영국 성공회-로마 가톨릭교회 국제위원회'는 두차례의 위원회를 구성, 최종 보고서와 2개의 합의선언을 내놓은 바 있다. 감리교, 오순절교, 침례교와도 각각 대화위원회를 구성해 보고서들을 발표했다.
물론 교황 수위권, 여성 사제, 사제 독신제 등을 둘러싸고 각 종파가 일치점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으며 단기간에 큰 성과를 얻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청은 지속적인 대화와 상호 방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교회 일치운동 답보-대화위원회 구성 등 돌파구 찾아야
한국 교회 일치운동의 노력은 60년대말에서 70년대까지의 말씀을 중심으로 한 일치 노력과 70년대와 80년대 현장에서의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두드러진다.
일치주간이 시작된 68년 가톨릭과 개신교는 성서공동번역위원회를 구성해 성서 번역에 착수해 71년 신약, 77년 구약 공동번역성서를 펴냈다.
이 역사적인 공동번역성서는 한국교회는 물론 세계 교회에서도 유래가 없는 일치 노력의 산물이었다. 어지러운 시대 상황을 헤쳐오면서 가톨릭과 개신교는 민주화의 현장에서 다시 만났다. 군부 독재 치하에서 양심적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복음적 소명에 따라 정의구현, 인권회복, 민주화와 통일 운동에 투신했고 그 과정에서 타 종파의 성직자와 신자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만남들이 보다 완전한 일치를 위한 바탕으로 축적됐는지는 의문이다. 공동번역성서는 일부 개신교회의 사용거부로 의미가 퇴색했고 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전되자 사회, 정치적 이슈를 둘러싼 공동의 장도 점차 줄어들었다.
일치기도모임은 양측의 신자들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만남의 기회마저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각 종파 무관심과 거부감 커
그러면 일치운동이 80년대말 이후 답보 상태에 있는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현장에서의 만남이 비교적 생생한 체험으로 남아있던 지난 88년말 가톨릭신문이 창간 60주년을 맞아 실시한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교회일치는 '반드시' 또는 '가능한 한'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했고 단지 5.4%만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후 10년이 지난 98년 창간 70주년을 기념해 다시 실시한 조사를 통해 보면 이같은 긍정적 입장은 상당히 퇴색한 것으로 보인다.
교회 일치운동에 대한 인지도와 참여도에 관한 질문에서 일치운동에 대해 '매우' 또는 '어느정도' 아는 신자는 전체의 37.1%에 그쳤고 직접 참여하는 비율은 그보다 훨씬 낮은 26.4%에 머물렀다.
일치운동을 이끌어가야 할 성직자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경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사목연구소가 지난 92년 가톨릭과 개신교, 불교 성직자 4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타종교에 대해 관심 없다'고 응답해 정파간 무관심과 거부감이 일치운동의 가장 큰 저해 요인으로 나타났다.
공식적 대화와 만남의 장 절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는 상호이해를 위한 공식적인 대화와 만남의 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 각 종파 일치 문제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우선 만남을 위해서 구체적인 공통의 관심사와 공동의 목표가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연대운동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예컨대 IMF 경제 위기 상황에서의 심각한 사회적 해체 상황, 환경보호, 민족화해, 인권 등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그리스도인들의 협력이 절실하다.
나아가 다소 미묘하고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교회 공식적인 차원에서의 신학적 대화와 학문적 만남의 자리가 이제는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1년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심포지엄을 통해 첫 학문적 접촉이 시작된 이래 개별적인 만남이 있었으나 좀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대화의 자리가 공동위원회 등의 형태로 공식화되어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의화논쟁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함께 선행이 따라야 인간은 구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가톨릭의 전통적 가르침과 오직 「신앙만으로 구원된다」는 루터교의 주장간에 밎어진 논쟁이다.
가톨릭과 루터교는 「의화 교리에 관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신앙 안에서 의화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역사하심이라는 확신을 갖는다』며 『우리는 자신의 공적으로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구원하시는 힘에 대한 믿음 안에서, 은총에 의해서만 하느님에 의해 받아들여지며 성령을 받는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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