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현재 한국 수도자 총 8,669명
선교 200여년의 역사 안에서 한국교회의 교세 성장은 유례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양적 팽창이 질적이고 내적인 영성의 성장과 함께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회의적으로 평가한다.
많은 경우 교회가 지닌 영적 자산의 샘은 수도회이다.
한국교회의 경우 교구의 발전 속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도회의 발전은 미미했다. 더욱이 남자수도자들은 수녀, 즉 여자수도자들에 비해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다.
한국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96년 12월31일 현재 한국교회의 남녀 수도자수는 각각 1,095명, 7,574명등 모두 8,669명이다.
재속회와 사도생활단을 모두 포함한 수도회의 수는 남자가 39개, 여자가 88개로 집계됐다.
신자증가율, 교구사제 증가율에 비해 상대적 감소
80년부터 96년까지, 수도자와 교구 사제, 신자증가율에 대한 통계를 살펴보면 수도자의 증가율은 신자 증가율이나 교구 사제의 증가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여왔을을 알 수 있다.
물론 전체 절대수는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신자수나 교구 사제의 증가폭에 비해 상당부분 뒤처져 있으므로 결국 상대적 감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절대수에 있어서 여자수도자들은 남자수도자의 수를 압도적으로 상회하고 있으며 증가율에 있어서도 여자수도자들은 남자수도자들의 성장 폭을 몇배 앞지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교회의 발전이 주로 교구사제 중심으로 이뤄져 왔고 수도자들의 신원이나 정체성, 교회 안에서의 중요성과 위상 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데 기인한다.
수도회 내부적으로는 소극적이고 무사안일하게 성소문제에 대응해왔다는 반성도 상당히 제기돼 왔다.
수도성소에 대한 교회의 배려가 없었고 외형성장의 매력에 빠져 그리스도교 영성의 샘인 수도회의 육성에 소홀해온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한국교회에서 수도자들의 부족은 매우 뿌리깊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교황, 봉헌생활의 날 선포
다행한 것은 지난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실시, 2월 2일 첫 행사를 가진 「봉헌생활의 날」을 기점으로 각 수도회의 성소 홍보에 관한 관심과 필요성이 제기됐고 남녀 수도회 모두 수도 성소의 개발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기울여졌다.
그 하나가 2000년까지 청빈, 정결, 순명의 삼덕을 강조하면서 개최되는 「축성생활의 날」이고 다른 하나는 매년 가을에 열리게 될 「갈릴레아 축제」이다.
축성생활의 날은 원래 2월 2일이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4월에 개최된다.
이날은 모든 수도자들이 모여 수도자로서의 자기 신원과 정체성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수도자 자신의 확고한 신념은 그 자체로 성소계발의 큰 계기가 된다.
반면 갈릴레아 축제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수도자의 아름다운 삶과 봉헌된 생활의 참된 기쁨을 나누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교회에 참된 봉사를 제공하고 성소에 뜻을 둔 젊은이들을 아름다운 봉헌의 삶으로 초대하고자 하는 각 수도회들의 노력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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