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60만, 하지만 그 두 배가 훨씬 넘는 150만의 태아가 매년 채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한 해 낙태 건수 150만은 세계에서 러시아에 이어 2위이다. 하지만 실제로 집계되지 않는 수치까지 포함하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태아가 죽어가고 있는 곳이 한국이다.
더군다나 이런 비인간적이고 반생명적인 행위는 합법을 가장해 대단히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불법적으로 자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시술로 처벌받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많은 산부인과 의원들은 낙태 시술을 공공연하게 권유하기까지 하며 대부분의 낙태 경험자들은 그 심각성에 대해 거의 무지할 정도로 무감각하다.
전세계적으로는 매년 2억 임신 중에서 22%가 낙태된다. 미국 앨런 구트마헤르 연구소가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임신의 38%가 예정에 없는 것이며 세계에서 매년 2억1000만건의 임신 중 22%가 유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가임 여성 1000명 당 35명 꼴인 약 4600만 여성이 매년 낙태를 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수치가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도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담당=노연호 신부)가 교구내 70개 본당 신자 1772명을 대상으로 교구 차원에서 처음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이 낙태를 경험했으며 2번 이상 낙태를 경험한 사람이 60%가 넘게 나타났다. 입교 전과 입교 후의 낙태 비율도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을 나타났다.
피임과 관련해서도 응답자 60% 이상이 자연적 피임에 동의하면서도 실제로는 절반 이상이 정관수술 등을 통한 영구 피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수치는 생명 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과연 신자들에게 얼마나 인식되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짚어봐야 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낙태가 만연해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수가 「자녀를 원하지 않아서」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자녀의 성 구성에 따른 인공 임신중절 행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낙태 이유에 대해 절반이 이같이 응답했고 「터울 조절」 (11%), 「경제적 곤란」 (7%), 「태아가 딸이어서」 (2.6%) 등의 순을 나타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같은 현상의 밑바닥에는 생명 문제와 관련해 윤리 의식 자체가 희박하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낙태를 합법화하는 독소 조항을 안고 있는 모자보건법의 폐지는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하는 과제로 손꼽힌다. 이를 위해서 가톨릭 교회를 포함해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강조하는 종교 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한 연대의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위한 생명 교육의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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