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사회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습적으로 금기시 되었던 '이혼' 이 한국에서도 이젠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98년 현재 한국에서는 결혼한 10쌍 가운데 3쌍이 이혼을 한다. 통계청 연감에 따르면 97년에는 1000명당 이혼 2건으로 일본 대만의 1.8건이나 프랑스의 1.9건(96년) 이탈리아 0.5건(95년) 보다 높았다.
98년에는 이 건수가 2.6건으로 더욱 높아진 것이다. 이같은 수치들을 굳이 서구와 비교하지 않고 이혼율 그 자체만을 보더라도 한국의 이혼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던 97년에는 15~20년 되는 부부 이혼율이 92년 10.1%에서 14.4%로 높아지고, 40~50대 중년부부 이혼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관련 조사 결과들을 볼 때 이혼에 걸리는 기간도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 한 결혼 정보회사 부설 연구소가 이혼 경험이 있는 전국 20~50대 남녀 307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이혼한 사람중 절반 이상(57.7%)이 이혼 결심 후 1년 이내에 이혼했으며 10명중 1명(11.1%)은 결심 1개월 안에 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연구소측은 "이혼에 걸리는 기간이 급격히 짧아지고 있는 현실의 반영" 이라고 설명한다.
계속 증가 추세
문제는 이런 것들이 정점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증가 추세라는 점이다. 교회법상 이혼이 인정되지 않는 우리 가톨릭 교회안에서도 신자들의 절반 이상은 "이혼을 고려해 본적이 있다"고 응답할 만큼 가정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무뎌져 있는 경향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목국이 지난해 교구내 70개 본당 1772명 신자들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대교구 신자들의 가정 및 가정 사목 실태 분석결과」중 이혼에 관한 신자들의 의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혼자들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44.7%가 「이혼을 한번 이상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16.8%에 달하고 남성(7%)에 비해 여성(20.4%) 에게서 높은 수치가 나왔다.
이혼을 생각하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자식때문에(52%)」 . 그 다음이 「사회윤리상 옳지 않아서」였고 이외의 이유는 「교회가르침 때문」 「용기가 없어서」등이었다. 교회가르침 때문인 경우는 1/10 정도인 11.9%에 불과했다.
이혼을 생각한 가장 큰 원인은 「성격차이(53.1%)」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은 음주벽 배우자외도 경제력상실 애정결핍 배우자 폭력 순이었다.
이혼 가족자녀 일상활동 불규칙
이혼의 결과로 파생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자녀들」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외국 연구 결과들을 참고할 때 부모 한쪽이 없어짐에 따라 그 자녀들은 사회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되고 , 이혼에 따른 부부 당사자들의 스트레스가 자녀들에게 직접 나쁜 영향으로 남는다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부모간 적대감에 따른 자녀들의 부정적 감정이 부추겨지고 또 모자가정으로 남을 경우 경제적 궁핍으로 자녀 양육이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한 연구는 이혼 가족 자녀들이 일상적 활동도 불규칙하게 되고 학교생활도 산만해지며 부모 자녀 간 의사소통도 부정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또한 여러 측면에서 부모의 자녀지도가 비효과적이고 편부모 자녀 관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이혼증가로 인해 초래되는 문제는 대부분 개인 차원을 넘어서 사회 문제로 파급된다는 점을 우려 사항으로 꼽을 수 있다. 이혼 결과로 생겨나는 편부모 가정, 그리고 그에 따른 청소년문제 빈곤 문제 등은 사회가 떠안아야할 과제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혼증가의 이유
그렇다면 이혼 증가의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가족사적 관점에서 이혼의 증가추세는 인류의 결혼 양식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단면일 수 있다고 밝힌다.
개인주의적 사조가 팽창하면서 양보와 인내가 필요한 결혼생활을 젊은이들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을 가져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교구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 가정의 부부관계, 즉 「성격차이」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부갈등이 가장 직접적인 이혼 관련사유가 되는 사항을 감안하여 이혼 증가의 이유를 살펴 본다면,
그 첫번째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던 전통적 대가족 제도가 붕괴하면서 자녀의 생산이나 경제적 협력, 가족의 영속 등을 행복한 결혼의 척도로 여기던 관념이 부부간의 정서적 유대를 가장 중시하는 관념으로 변화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부부간의 상호 기대가 어긋나거나 애정이 식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결혼 관계의 유지를 깨끗이 포기하고 갈라서는 사례들의 증가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 여성의 지위향상이다. 최근 여자측의 이혼 청구 소송 제기가 남자측보다 앞서고 있는 사실은 과거 전통적 여성에게 수용되었던 순종적 자세가 이제는 부부간 민주적 관계를 요구하거나 최소한 부당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의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법적 사회 관습적으로 상당한 불이익이 따르는데도 그것을 감수하고 이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인내심 부족」「전통적 가치관 붕괴」라는 원인 분석 보다는 자아 의식이 높아졌다는 설명이 합당할 것 같다』고 한 가정문제 관련 법률가는 진단하고 있다.
셋째는 가족 형태가 핵가족으로 변화하면서 결혼 관계를 통제하고 지지해 주는 부부 이외의 가족(친인척 )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 학자들은 이혼에 대한 보다 개방적 인식 변화와 함께 과거에 비해 결혼의 의미를 부부간 행복한 정서적 유대에 두고 있는 점, 그런 이유로 결혼 전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충분한 탐색이 필요한데도 상대자와 충분히 교제해 보지도 않고 외모나 학력 경제력 사회적 지위 등 피상적 조건들을 갖춘 사람과 쉽게 결혼을 하게 때문에 막상 결혼한 후에는 부부간 갈등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결책
이혼증가를 막기 위한 해결책으로서는 「결혼의 의미와 목적을 바르게 인식시키는 것」「가정 가치관의 정립」이라고 교회내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결혼을 통해 추구하는 조화로움과 행복은 부부의 책임이라는 것을 혼인 교육 등을 통해 강력하게 주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많은 부부들이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경향도 문제일 수 있다.
이에대해 대구효성가톨릭대 김정우 신부는 『특별한 준비와 공부 없이 「사랑」등 감상으로만 결혼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다』면서 『중요한 것은 어릴적부터 가정에서 결혼과 가정에 대한 교육을 받고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전했다.
김신부는 덧붙여 『그러기위해서는 각 본당단위로 부부들과 가정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는 수 밖에 없다』면서 이와함께 교회 당국은 가정자체가 안정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가정에 대한 물질적 시간적 사목적 배려를 다해야 할것" 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가들 역시 가정가치관 정립을 위해서는 다양한 가정사목프로그램의 계발과 함께 결혼을 하게 될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이미 결혼한 부부들 대상의 가정관련 가르침 교육이 체계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교회내 가정문제 및 부부 문제 상담을 위한 연구소의 확충도 시급히 마련되어야할 숙제임을 역설한다.
개인들이 겪는 고충과 갈등을 쉽게 의논할 수 있는 기관이 교회 안에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위안을 얻고 이는 결과적으로 현대 가족들의 고립을 막으면서 사회와 개인 가족의 유대를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