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와 제삼천년기를 앞두고 한국 사회의 종교문화를 새롭게 조명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가톨릭종교문화연구원(원장=김몽은 신부)은 1월 21일 서울 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개신교·불교·원불교·유교·천도교·천주교 등 6개 종교대표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제2차 세미나 및 신년간담회를 갖고 종교문화의 성숙방안을 논의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노길명 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각 종교 지도자들은 한국종교문화의 현주소와 그 미래를 세밀하게 진단하며 종교문화의 성숙을 통해 시대적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국종교공동체들이 하루빨리 「다양성 가운데 조화와 일치를 이루길」촉구했다. 본보는 가톨릭교회의 현실과 가톨릭이 처한 한국의 종교문화, 21세기의 한국가톨릭종교문화 등을 가톨릭대 종교학과 박일영 교수의 주제발표를 중심으로 고찰해 본다.
새천년, 새 세기를 앞둔 가톨릭교회의 현실
박일영 교수는 신자의 수가 곧 교세라는 인식하에 벌이고 있는 '전투적인 선교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교회 내외로부터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있는 '선교'라는 개념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선교란 본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보여진 '인간에게로 향하는 하느님의 사랑'을 나도 본받아 실천하는 일이요, 그래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리스도인 예수의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선교의 일차적이고 본질적인 의미는 신자수를 확장한다던가, 교회의 세력확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박교수는 교회 밖의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양성 가운데 조화와 일치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한 사회를 공동으로 책임지고 있는 한국 종교공동체들이 반드시 이룩해야 할 과제며 시민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나 21세기 인류가 당면할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나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일부 종교인들의 독선적인 태도는 변화돼야 하고 상대방을 만나려는 자세, 상대방에게서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톨릭이 처한 한국의 종교문화
박교수는 현대 한국인의 경우, 기존의 전통적인 종교형태 외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그 종교성 내지는 종교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맹목적으로 서양문물 내지 미국문화를 추종하는 행태 등도 이러한 의식의 한 형태라고 한다.
이렇게 한국인들의 강한 종교의식과 그 다양한 표출로서의 한국종교문화가 민족과 역사 앞에, 사회공동체에 대해 그동안 과연 순기능을 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많다.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은 샤머니즘적이며 무교적(巫敎的)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기복적인 요소가 잠재해 있다. 박교수는 이러한 성향을 가진 다양한 종교들이 각각의 시대를 주도하면서 복합적으로 수용되고 변용되면서 상호작용을 해 온 사실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겉으로 드러나는 다양성 속에 숨어있는 보다 본질적인 요소들을 찾아내야만 한국인 공통의 종교의식과 고유한 종교문화가 그 윤곽이나마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밥이 되는 21세기의 한국가톨릭
현재 사회속에서 나름대로의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한국가톨릭종교문화는 가톨릭적인 독특하며 다양한 형태로 창출돼야 한다. 신자들은 가톨릭종교인으로서 정체성과 가치들을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 생활속에서 좥가톨릭 향기좦들을 내뿜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신앙을 통해 구원을 얻을 뿐만 아니라 이 신앙이 생활속에서 실천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인천가톨릭대 변진흥 교수도 "문화는 곧 삶이며, 삶속에 신앙이 정착돼야 한다"며 21세기를 대비해 전교회 차원에서 가톨릭종교문화의 확산과 심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일영 교수는 종교의 패권주의를 경계해야 된다며 이 땅의 종교들은 민중을 '밥'으로 여겨 식성 좋게 먹어치우는 종교로부터 회두하고 회심하여 민중에게 먹히는 종교, '밥이 되어주는 종교'로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무기를 가지고 억지로 내 종교 내 생각을 강요하는 '십자군'이 아니라 나를 바쳐 온 인류를 화해시키는 '십자가'야말로 본래 예수가 마음먹은 인류사랑의 정신을 드러내 보여주는 표지라고 그는 말한다.
박교수는 이 시대에 평화를 가져오도록 한국의 종교들에게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참여 과제는 안팎의 통일운동이라며 안으로는 빈부차별을 통해 경제평화를 가져오는 것이며, 밖으로는 남북통일을 지향하여 사상의 차이를 극복함으로써 정치평화를 이루는데 종교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교수는 끝으로 한국의 종교들이 민중의 밥이 되어주는 자세를 가질 때 새로운 세기, 새 천년을 맞아 이 땅에는 조화와 평화가 가득한 '새 하늘과 새 땅'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 세미나 종합
환경·생명·평화 등 각종 실천운동 공동 노력 촉구
한국 불교의 선풍(禪風)진작, 예교(禮敎) 강조
「人乃天」천명…인간 존엄성 회복에 앞장서야
이날 기조강연을 한 길희성 교수(서강대 종교학과)는 한국종교계의 공동과제로 크게 두가지를 제시했다. 길교수는 우선 한국 종교계는 민주주의에 기초한 성숙한 시민사회의 건설과 책임있는 시장경제의 확립을 위해 도덕적 기반 조성에 힘꺼야 하며 이와 동시에 체제에서 소외되고 탈락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일에도 공동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한국 종교계는 환경보전운동, 생명운동, 평화운동 그리고 의미상실의 극복 등 새로운 세기가 절실하게 요구할 각종 실천운동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이어 김경재 교수(한신대·목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개신교의 21세기 과제로 기존의 선교신학 및 선교정책의 재정립을 촉구했다. 또한 인간답게 살아가는 연대성, 복지정책, 사회정의와 평등성을 희생시키지 않는 「제3의 길」이 인류 미래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정병조 교수(동국대 부총장)는 한국불교는 선풍(禪風)진작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재가(在家) 출가(出家)와의 역할분담을 통해 발전을 도모할 것을 제안했다. 또 김팔곤 교수(원광대 부총장)은 원불교에서 추진하는 「종교연합운동」의 활성화를 강조하며 「원융회통」의 전통을 간직해 온 우리나라 종교문화의 토양을 더욱 자랑스럽게 가꾸어 나가자고 말했다.
최근덕 교수(성균관대)는 어떤 시대 어떤 세태에 직면하더라도 개인윤리로 성(誠)과 경(敬)을 견지하면서 인(人一愛人)을 확산시켜 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예교(禮敎)에 의해 공동체질서를 바로잡아가는 방법론도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도교 임운길 선도사는 인내천(人乃天) 진리를 천명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 회복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영 교수(가톨릭대 종교학과)는 한국종교들이 「민중에게 먹히는 종교」「밥이 되어 주는 종료」로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며 나를 바쳐 인류를 화해시키는 「십자가」야말로 본래 예수가 마음먹은 인류사랑의 정신을 드러내 보여주는 표지라고 강조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