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비롯해 피임이나 불임수술 등에 대한 신자들의 의식은 일반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신자들의 의식

실제로 낙태를 경험한 예도 입교 전후에 전혀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생명 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신자들의 의식 변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어 매우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목국 가정사목부가 조사한 「신자들의 가정 및 가정 사목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혼신자 절반 가량이 인공 피임을 하고 있으며 10명 중 4명 꼴로 낙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각한 것은 낙태 경험이 입교 이전(42.8%)과 입교 이후(38.7%)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수치는 97년도 전국 평균 낙태 경험 비율 44%와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교회의 가르침과는 무관하게 신자들 역시 낙태가 예외없이 행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낙태에 대해서 65.5%의 응답자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대답을 했고 어떤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낙태를 인정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응답자가 「산모 건강이 위험할 때」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원치 않는 임신일 경우」「장애아일 경우」「미혼모일 경우」에도 낙태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답도 있어 낙태에 대한 의식 역시 불임수술, 인공수정, 이혼 등의 문제와 같이 교회의 가르침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교회 가르침

낙태에 대해서 성서와 많은 교회 문헌들은 한결같이 그 반생명적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아무리 작고 힘없는 생명이라 할 지라도 창조주이며 생명의 주관자인 하느님 외에는 그 어느 누구도 생명을 거스르는 죄악을 범할 수 없다.

교회는 초세기부터 낙태를 단죄했다. 초대교회 교리서인 「디다케」는 「인공유산으로 태아를 죽이지 말라」(2, 2)고 가르쳤다. 교회는 305년경 엘비라 지방공의회에서 낙태한 여자를 종신파문해 엄격히 다스렸다.

현대 교회도 마찬가지로 『낙태를 주선하여 그 효과를 얻는 사람은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교회법 제1398조)고 규정해 낙태를 행하는 어머니 뿐만 아니라 낙태를 강요하거나 시술하는 사람 모두를 엄중하게 다스린다.

의도적인 직접 낙태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 교회의 입장이다. 단 어머니나 태아의 질병으로 인해 둘 다 죽게 될 경우, 어머니에 대한 치료 수술을 하다가 태아가 죽게 되는 간접적인 결과는 인정한다.

그 외에는 어떤 경우에도 태아에게 직접 손을 써서 낙태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태아가 언제부터 하나의 생명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교회는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는 수태의 순간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낙태에 대한 가르침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가르치는 바와 같이 『생명은 그 수태 순간부터 성심껏 보호해야 한다. 낙태와 유아살해는 가증할 죄악이다』(사목헌장 51항)라고 요약할 수 있다.

낙태를 행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이유를 갖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하나의 생명을 파괴하는 낙태는 정당화될 수 없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기를 낙태한다면 우선은 문제가 해결된 듯 할지라도 낙태죄는 그 영혼에 더 큰 상처를 내게 된다는 것이 반생명적인 경향을 우려하고 경고하는 교회의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