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1992년 가을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1993년부터 해외원조를 시작했다. 한국교회가 오랫동안 받기만 하던 교회에서 해외원조를 통해 주는 교회로 전환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한국교회의 '해외원조'결정
1992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굶주림의 참상이 국내에서 연일 보도된 데에 직접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1990년대에 들어와 한국 경제의 비약적 발전으로 그만한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발전을 익히 알고 있는 많은 저개발국 교회가 한국에 원조를 요청해 왔으며, 한국 전쟁 후 수많은 나라의 교회로부터 직접적인 원조를 받았던 기억이 되살아났고, 많은 나라의 교회가 해외원조를 하고 있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와 같은 인식이 교회 지도층에 확산되어 해외원조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졌다.
오늘날 이 지구상에는 10억의 인구가 굶주리고 있으며 다른 20억의 인구가 인간빈곤선 이하에서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비롯하여 역대 교황들의 사회회칙, 각 대륙별 주교회의 등에서 저개발국 원조를 호소해 왔다. 이에 따라 선진국 교회는 주교회의 산하에 해외원조기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특별히 가뭄과 홍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를 비롯하여 전쟁, 내전, 종족간의 갈등으로 인한 긴급한 상황에 대해서는 전세계적 교회기구가 긴급원조를 하고 있으며, 저개발국 빈민들의 자조개발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66개국 231개 사업 지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난 1993년부터 1998년 말까지 6년 동안 약 61억원을 전 세계의 가장 가난한 이들의 긴급구호와 개발사업에 지원하였다. 이는 매년 평균 10억 원의 해외원조를 한 셈이다. 그간 원조한 나라 수는 66개국이며 원조 사업 수는 총 231개 사업이다. 대륙별 지원액은 아프리카 지역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아시아이며, 일부 중동과 남미 및 동구라파가 포함되어 있다. 나라별로는 르완다 다음으로 북한이 가장 많으며 수단, 소말리아, 부룬디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 교회 해외원조에 비하면 그 규모는 아직은 초보 단계이다.
사회복지위원회의 해외원조기금은 매년 1월 마지막주일 (사회복지주일) 2차 헌금과 3,000여 명으로 구성된 좥세계기아민돕기후원회좦를 통한 개별 헌금 전액으로 충당하고 있다.
해외원조는 대략 세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본 위원회의 로마 본부인 국제까리따스 (CARITAS INTERNATIONALIS)를 통한 긴급구호원조로써 이는 원조액 총액의 80% 이상을 점유한다. 전 세계 146개 교회 까리따스(한국은 사회복지위원회)의 제반 활동을 로마 차원에서 총괄, 조정하고 있는 국제 까리따스는 민간단체로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해외원조 조정기구이다.
긴급구호 등 해외원조 방법
긴급사태 발생시, 각국 까리따스는 긴급구호를 즉시 국제 까리따스 본부에 통보하며, 이에 따라 긴급구호사업을 위한 원조요청이 각국에 전달되는데 오늘날에 와서는 늦어도 1주일 내에 원조 요청이 각국 교회 까리따스에 전달된다. 둘째는 아시아 지역에 설립된 개발원조기구(APHD)인데 이는 아시아 모든 빈국의 자조개발 사업지원을 담당한다. 이 기구에 대한 원조액은 총액 대비 10% 정도이다. 셋째는 국내에서 파견된 선교사나 수도자들이 외국에서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다양한 사회사업 지원이다. 이 영역은 점차 확대될 전망인데 현재로는 나머지 약 10% 정도가 이 분야에 투입되고 있다.
한국교회의 원활한 해외원조를 위해서는 먼저 해외원조에 대한 교회 내부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국내에 가난한 이들이 많은데 해외원조가 필요하느냐는 '무용론'에서 부터 국내에 대한 지원이 우선적으로 되고 해외원조는 추후에 고려해야 한다는 '시기상조론'이 아직도 교회 일각에 있다.
세상적인 논리로서는 설득력이 있을 지 모르지만, 신앙적이고 복음적인 관점에서는 설득력이 없다. 모든 인간은 한 분이신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신 형제, 자매이다. 따라서 형제, 자매 중 그 어느 누가 궁핍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 그가 아프리카에 있거나, 피부색이 다르거나, 어떤 이념과 종교를 갖고있건 간에, 우선적으로 그들의 아픔을 형제애로 감싸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한국의 가난한 이들과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굶주리는 이들은 비교가 못된다. 또한 국내 사회복지에 투여되는 자원의 100분의 1도 못되는 10억 정도가 매년 쓰여지고 있으며, 이는 천주교 신자 1인당 일년에 300원 미만인 액수에 불과하다.
둘째로 제대로 된 해외원조를 위해서는 전문성이 제고되어야 하는데, 이는 전문성 없는 해외원조는 자원의 낭비나 중복지원, 혹은 투명성 확보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은 전문가의 확보와 함께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는 체제의 마련으로 가능하다. 현재 사회복지위원회의 해외원조는 전문가 한 명에 의존하고 있으며, 해외원조업무는 전체업무 중 부수적인 업무로 이루어지고 있다. 선진국 교회처럼 해외원조 전문기구가 독립적으로 설치되는 방안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세계교회 안의 지역교회인 한국교회는 국제협력을 위한 전 세계적 정보 수집과 분석, 세계 문제에 관한 조사와 연구, 한국교회의 세계교회에 대한 기여 방안을 기획하게 될 가칭 '가톨릭국제문제연구소'의 설치를 미래 지향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선진국 비해 아직 '초보단계'
사회복지위원회의 해외원조는 아직은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의 보편성과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좥세계화좦의 추세를 고려할 때, 아직은 상징적인 의미에 그치고 있는 한국교회의 해외원조가 실질적인 해외원조로 변화될 수 있도록 전 교회 공동체의 이해와 관심 그리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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