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미혼모 낙태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매스컴들은 '성교육 부재'를 시급한 과제로 부각시킨다. 또 시민단체 및 교회관계자들은 인간생명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나 성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아쉬워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지금처럼 이렇게 성이 사회적으로 문제시 됐던 시대도 드물었다는 개탄이 나오고 있는데도 한국의 성교육, 체계적인 생명교육 활성화는 아직 요원하게만 보여진다는 것이 생명운동 일선에 선 이들의 지적이다.
한국에서의 성교육은 단적으로 '체계도 없고 교재도 부족하고 내용도 부실한 땜질용 학교 성교육', '성장하는 자녀들에게 아직도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가정에서의 성교육', '열악한 환경속에서 몇몇 행복한 가정운동 요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각 교구 성교육'으로 표현된다.
◆ 가정에서의 성교육
「性」이야기는 아직도 “쉬쉬”
부모-자녀 격의없는 대화 아쉬워
전문가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성에 대한 양질의 지식과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기능이 없다는 의견이다. 일단 성(性)이라는 주제는 열린 주제로 가정안에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기성세대들이 유교문화권 안에서 순결의식을 교육받았고 성은 '몰라도 되는 것'으로 치부하기 때문에 청소년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 학교에서의 성교육
「단편적 지식 주입」에만 급급
심각성 비해 투자 인색·형식적
양적인 면에서는 대부분 학생들이 학교에서 성교육을 접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83년 관련 교과를 통해 성교육을 실시하라는 교육부 지시가 있은지 10여년이 흘렀는데도 그 수준은 미미하고 구체성이 없으며 내용들도 2차성징 임신 출산 피임 성병 이성교제 등 주제를 표피적으로만 다루고 있다.
여학생들은 대부분 가정 생물 양호교사들에 의해 성교육을 받고 있으며 남학생 경우 체육교사들이 가르치고 있는데 그 내용은 해부 생리학적 관점에서 단편적 지식을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있다.
문제는 성교육의 전체적인 틀과 체계적인 교재, 교사들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에 교사들도 강의에 있어 혼선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담당교사나 학교 기준에 의해 의학적 관점의 성지식 전달이 주가 되기도 하고 순결문제 등 성윤리에만 쏠리기도 한다.
얼마전 '빨간 마후라' 비디오 사건, 학교 화장실에서의 출산 등 10대들의 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학교마다 성교육 추진위원회 등이 구성됐으나 형식적 운영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많다. 교육적 투자도 인색하여 프로그램 기획도 발상으로만 그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K씨의 성교육 강연이 장안의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가운데 많은 학교들이 k씨의 비디오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성교육을 대신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의견들이다.
◆ 교회에서의 성교육
「순결 교육」신청 갈수록 격감
교육내용도 단기적으로 끝나
교회내 성교육은 거의 각 교구 행복한가정운동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자연가족계획교육 혼인강좌 청소년순결교육 생명교육 어머니성교육 등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안에서도 낮은 인지도와 사목자들의 관심 부족으로 성교육 실시 비율은 턱없이 저조한 현실이다. 서울대교구 행복한가정운동 본부 접수 상황을 볼 때 96년 97년 성교육 의뢰 본당은 190여개 본당중에서 각각 10여개 본당에 그쳤다. 그리고 대학생 일반인을 포함 성교육에 참여한 숫자는 1501명(96년) 1049명(97년)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1~2월 겨울방학시 성교육 의뢰가 많은 편인데 올해에는 1,2월 합해서 두 본당만 성교육을 신청해 왔다고 서울 행가운 한 관계자는 밝힌다.
이 교육들도 10회 미만의 커리큘럼이나 하루 혹은 몇시간 교육으로 끝나는 단기성을 보이고 있으며 후속 프로그램이나 지속적 프로그램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 학교, 교회 성 생명교육 담당자의 고민
교사 조차 상당수 「보수적」생각
교육 관심 부족 「좌절감」느껴
97년 2월 서울시 교육청에서 발간한 '성과 행복'이라는 성교과서는 전문가들 얘기에 따를 때 비교적 충실하게 전체적으로 성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성교육을 맡는 교사들을 위한 체계적인 연수나 교육이 미비하고 또한 상당수 교사들이 성에 대해 보수적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과 교사들의 대화는 막히기 십상이다.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 그들의 고백이고 '교육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말초적인 것을 원하는 아이들의 요구에도 따라가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한편 교회내 생명교육 전문가들의 어려움은 교회당국의 관심부족과 전문인력 부족이다. 이들은 청소년 성교육은 물론 자연가족계획법 지도자교육이나 성교육을 위한 지도자 교육 등을 알리는 공문을 각 본당에 보내도 신청을 해오는 이들이 거의 없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이것은 교회당국과 사목자들의 이에 대한 인식이 극히 저조한 것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 전한 한 관계자는 "본당신부의 관심여하에 따라서 자연가족계획법 지도자교육이나 성교육 지도자교육을 신청해오는 이들의 수자가 좌우되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며 "사목자 수도자들이 앞서서 생명교육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면 신자들의 의식도 자연히 높아지게 될 것인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본당 주일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한 생명교육, 부모들을 위한 성교육 등 한국사회 생명문화 의식의 저변확대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하고 '시도하고픈' 프로그램들은 쌓여 있으나 전문인력도 부족하고 적극적 지원도 없이 각 교육 때마다 사람을 보내달라고 본당 사제들에게 요청해야 하는 현실은 생명운동 일선에 선 이들에게 아직은 생명교육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로 남겨지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