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찾아가 머물고 싶은 곳, 그런 곳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이의 행복은 어떤 것일까.
아름다운 비경 속에 자연이 살아 숨쉬는 영월 '서강'에 서면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일이다.
천연기념물 수달의 유영이 예사롭게 목격되고 새벽녘 동틀 무렵이면 원앙과 비오리의 비무가 머릿속의 모든 생각을 지워버리는 곳. 한가로운 쉬리와 어름치, 돌상어의 물길나들이가 연방 탄성을 물게 하는 곳….
수백 마디 말보다 터질 듯 고동치는 벅찬 '느낌' 하나로 자연과 한 형제임을 확인할 수 있는 곳, 동강보다 더 아름답다는 서강에는 어떤 수사도 적절치 못하다. 이렇듯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서강이 눈물짓고 있다.
동강과 만나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서강의 상류에 영월군이 폐기물처리장을 짓는다는 소식은 서강을 한번쯤 가슴에 품어본 이들에겐 형제를 잃는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한반도를 삶터로 살아갈 모든 이의 쉼터, 자손만대에 물려줄 생태 박물관인 서강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논란이 슬프기 그지없는 자연사의 한 부분으로 기록될 것인가.
매일 새벽이면 서강에서 손녀들의 아침밥 지을 물을 긷는 옹정리 이상남 할머니, 등교길 딸을 나룻배로 건네주는 아빠, 이들의 가슴이 떨리는 이유는 우리들 속에 있다. 내 일이 아닌 것에 대한 냉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무관심….
수달과 쉬리의 이름을 불러 보지 못할 미래, 비오리와 원앙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게 될 삶, 한국 특산종 묵납자루, 어름치가 전설 속의 이름으로 남겨지는 터전은 이들에게 이미 삶터가 아닐 것이다.
영월의 지아비인 동강, 지어미인 서강이 쉼없이 흘러 한강으로 만날 때 우리 모두의 삶은 살찔 것이다. 소박한 나눔과 격려, 웃음과 희망이 일상화된 서강변 사람들의 삶은 도시인들의 삶으로 끊임없이 흘러야 하는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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