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별거 이혼 등 많은 문제와 위기 상황으로 얼룩져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가정의 현주소이지만 한편 이를 살리기 위한 다양 움직임들이 번져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새로운 아버지상
그중에서「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은 아버지 운동을 통한 대표적 가정살리기 운동으로 꼽힌다.
91년 30~40대 아버지 11명으로 시작된「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은 한국 사회에「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싹트게 한 상징적 사건으로 일컬어진다.
「자녀에게 동화책을 한번 만들어 주자」고 모임을 가졌던 것이 이제 수도권 지역에만 1200여명의 회원이 있을 만큼 한국 사회안에 아버지 운동을 일으키는 주체가 됐다. 직장 학교단위는 물론 미국 교포들까지 동참하는 호응도를 보이고 있다.
92년부터는 5월 1일을 아버지의 날로 제정「올해의 좋은 아버지」를 뽑아 상을 주는 등 아버지들의 새로운 상을 부각시키고 있다.
왜 아버지일까. 관계자들은 그것은 무엇보다 남성상 아버지 상의 급속한 변화에서 연유한다고 밝힌다. 경제인구 속으로 함께 합류하기 시작한 여성역할의 변화 등 그들의 아버지에게서 배운 아버지 다움으로는 아버지 역할을 수행하기가 쉽지않은 시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가족부양 뿐 아니라 자녀양육과 교육에 적극 관여하는 아버지의 상이 요구되고 있고 그같은 참여적 (participant)아버지의 역할은 새로운 가정살리기의 화두가 되고 있다.
「젖병을 든 아빠…」「아무리 바빠도 아버지 노릇은 해야지요」「아버지 되기는 쉬워도…」등의 책자들이 서점가를 장식하는 것도, 「행복한 가정 신나는 아버지」라는 슬로건으로 지난해 재창간된 월간지「아버지와 가정」의 경우도 그렇다.
관계자들은 『21세기 가정의 새로운 중심점은 아버지가 될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사회적인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70~80년대와는 달리 직장이 확인시켜주던 정체성이 사라지고 상대적 박탈감 쓸쓸함 속에서, 또 해체되는 가정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불안함 속에서 좋은 아버지 가정적인 아버지는 이 시대 아버지들에게 더욱 절실한 의무이자 행복을 안겨주는 탈출구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는 것이다.
98년 한국 가정법률상담소가 실시한 조사에서『당신은 아버지로서 자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92%에 이르는 아버지들이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나 의논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자녀는 4.6%에 불과했다.
부모 자녀간 괴리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선정한 올해의 아버지상을 받은 충남의 한 의사는「조금만 신경쓰면」으로 좋은 아버지 상을 설명한다.
좋은 아버지는 결코 특별한 아버지가 아니라 일요일날 피곤해도 늦잠자지 말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등 조그만한 관심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내 가정 살리기
교회안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체적 가정살리기 모임이나 교육으로는 M.E(메리지 엔카운터) 훠꼴라레의「새가정」이나「효과적인 부모역할훈련」(P.E.T) 수원교구의「참가정세미나」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P.E. T는 자녀문제뿐만 아니라 부부간에도 확실한 자기전달법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면에서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기도 의왕의 최모씨는『교육을 받은후에는 자녀들은 물론 남편과도 모든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대화로 해결하자는 노력을 하게됐고 그러다보니 자녀 남편들과의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큰소리도 사라지게 되는 것 같다』고 밝힌다.
개인적 감정이 이입된「회초리」보다는 대화로써 아이에게 잘못을 지적해 주고 함께 개선점을 찾게 되더라는 것.「6살 5살난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되면서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말귀를 못알아 들을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이었던 것을 깨달았다」고 전한 최씨는「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얘기를 하다보면 그들이 또 다른 어른임을 느끼게 되더라」고 고백(?)한다.
부모 자녀간 대화단절이 청소년문제등 제 문제들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볼 때 PET교육의 효과는「눈여겨 볼만한」가정살리기 교육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연초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소장=송영오 신부)가 성심인간계발원(원장=하재별신부)에 프로그램을 의뢰 실시한「참가정 세미나」는 전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교회내 첫 가정프로그램으로 알려진다.
일곱 가정에서 20여명의 부부 자녀들이 참석한 이 세미나는 조지 포스터, 버지니아 사터 등 미국 가정치료 전문가들의 이론과 성심인간계발원의「참인간 교육」내용을 접목시킨「가족관계 그 영향」「가족간 대화 부모 자녀 관계를 위하여」「가정의 운영」「참신앙인의 가정」등 10개 주제들을 2박3일에 걸쳐 다뤘다.
가족 구성원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사목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 가운데「참가정 세미나」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교회내 관계자들은 기대를 표명하고 있는데 성심인간계발원은 앞으로 자녀들 참여가 가능한 방학기간 등을 이용 참가정세미나의 상설화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는 성심인간계발원에서 1년여간 교육받은 20여명의 평신도 봉사자들이 참가, 가정사목을 위한 평신도 지도자 봉사자들의 활동 여건을 넓히는데도 고무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을 낳고 있다.
훠꼴라레 운동의 한 가지인「새가정」은 훠꼴라레 운동내 1젠 2젠 운동들과 마찬가지로 훠꼴라레 운동의 기본적 정신은 함께 하면서 가정 전체가 참가 함께 사랑과 일치를 가꿔나가고자 하는 운동이다.
훠꼴라레 회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아직 교회내외에 운동 반향이 크지 못하지만 가정살리기를 위한 구체적 운동 프로그램 일환으로 적극 수용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가정의 위기는 인간성의 위기
가정살리기를 위해서 교회가 나설 수 있는 방안은 무엇보다 구체적 가정 전체 사목 프로그램들을 계발하고 그같은 프로그램들이 생활 안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교육을 병행시켜 가야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성심인간계발원의 하재별 신부는 한국의 가정들은 『대다수 부부 자녀간 문제가 발생할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하고 『또 가톨릭 가정의 경우는 복음정신이 가정내에 정착되지 못한 상태인데다 가정전례가 없어 자녀들이나 가족 전체가 가정공동체를 통해 신앙적 밑바탕을 키우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하고 『가정의 위기는 인간성의 위기로 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의 계발과 함께 프로그램들의 정착을 위한 기본 교육들이 본당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