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배경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각급별 가톨릭 신자 교육자들을 총망라한 이번「가톨릭 교육자 주간」과 「가톨릭 교육자 대회」개최의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보다 학교 교육에 대한 위기감이라 할 수 있다.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는 오늘날 학교 교육의 현실 인식은 교육이 백년지대계이며 국가와 사회의 미래인 청소년 교육이 붕괴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점으로 제기돼 왔다.
많은 교육기관을 직접 운영하고 엄청난 수의 신자 교육자들이 일선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회의 입장에서 이 같은 학교 붕괴의 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곧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교회의 가르침과 직접 연결된다.
특별히 이번 대회는 교육 일선에서 교육의 위기를 직접 몸으로 체험해온 교육 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발의한 것으로 그 취지에 동감한 교회 지도층의 호응을 얻어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차원의 행사로 개최됐다는 사실을 보아도 일선 교육자들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심각했던지를 알수 있다
의미와 성과
이번 대회는 이전에 있어왔던 교육 관련 행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즉 교육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유치원, 초등 및 중고등부 등 각급별로 교육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행사들이 있어 왔지만 전체 교육 관계자가 참여하는 행사는 처음이다.
특히 대학의 경우 초중고등 교육계와는 거의 유리된 채 교육문제를 다뤄왔으나 이번에는 대학 교육자들은 물론 교육 행정 관계자들까지 모두 포괄했으며 이에 따라 이번 대회는 가톨릭 교회의 모든 교육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주최측은 이번 대회 참석자를 2700여명으로 추산했다. 짧은 준비 기간, 홍보 미비 등을 감안할 때 예상 외의 큰 호응으로 보이는데 이는 그만큼 오늘날 교육 현실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일차적인 성과는 앞서 지적했듯이 가톨릭 교육계 전체가 공교육의 위기에 공감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전국 규모의 「가톨릭교육자협의회」가 발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올 가을, 즉 9월 또는 10월경 발족을 목표로「전국 가톨릭교육자협의회」발기위원회를 구성하고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를 총재 겸 명예 공동의장으로 위촉했다. 또 김득수 가톨릭교육자대회 준비위원회 위원장, 안병영 전 교육부장관, 박홍 전 서강대 총장 등을 공동의장으로 해 공식 발족때까지 제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과제와 전망
성황리에 교육자대회가 끝났지만 관계자들은 이번 대회의 의미를 장기적인 교육 개혁과 복음가치에 입각한 모범적인 교육 실시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두고 있다.
따라서 대회에서 확인한 교육에 대한 소명과 책임의식을 어떻게 현실화하느냐 하는 문제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톨릭 교회에서 운영하는 교육 기관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294개에 달한다. 학생 수가 12만7559명,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수는 5527명에 달한다.
나아가 일반 교육 기관 안에서 교육에 종사하는 가톨릭 신자 교육자들을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들이 복음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교육에 임할 때「공교육의 붕괴」라는 위기는 충분히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번 대회 역시 바로 이러한 전망 속에서 개최된 것이다.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위원장 이문희 대주교는 대회사를 통해 학교 붕괴의 원인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서 찾기보다는 모든 교육자들이 스스로 자신을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 줄 것을 요청했다.
이대주교는 『신자 교육자들이「사람을 살리시는 예수님」을 본받아 어린이와 학생을 살리는 교육을 해왔는지「내 탓」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자』고 권고했다.
이번 대회의 성과는 앞으로 발족할「가톨릭 교육자협의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 모임이 선행돼야 할 협의회는 추후 교회의 교육 문제를 이끌어갈 주도적인 조직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이고 산발적이거나 단편적인 노력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교육계 전체가 한 마음으로 교육 문제를 다룰 장으로서 협의회가 자리잡을 때 교회의 교육에 대한 소명과 책임감이 우리나라 교육계 전반에 메아리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14개 논문 발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각급별로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총 14개의 관련 논물들이 발표됐다.
「무너지는 교실, 주님의 힘으로 바로잡자」라는 제목으로 중고등부 세미나에서 발표한 김진성(요한) 구정고등학교 교장은 교육 위기의 원인을 ▲정치 논리에 의한 교육개혁 ▲열악한 교육 환경 ▲과외 진단과 처방의 오류 ▲「수요자 중심 교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 ▲열린 교육에 대한 조급성 ▲교사의 정보화 사회에 대한 적응 능력 부족 등을 꼽았다.
강석준 신부(논산대건중고등학교 교장·한국천주교중고등학교 교장회의 의장)는 「21세기 가톨릭 중등교육자의 사명 - 교육과 복음의 만남 관점에서」라는 발표에서 『입시만을 위한 준비 교육이 교육 자체의 본질을 훼손시켰다』고 지적하고 『점수에 의해 계량화된 인간이라는 의식은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 생활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삶의 즐거움을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강신부는 이어 논산대건중고등학교의 인성교육 사례를 소개하고 『참교육은 인간을 인간으로 완성시키는 일』로서 『그리스도의 삶 속에서 가톨릭 교육의 정체성을 찾아 이를 바탕으로 참교육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염 교수(서강대학교 철학과)는 「대학교육과 복음의 만남」에서 교황청이 지난 94년 현대 대학의 위기를 지적한 「대학문화와 교회활동」을 중심으로 오늘날 대학의 위치를 진단했다. 성염 교수는 생명의 신성함, 생명 공학과 정보 통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윤리 문제, 도덕적 시각에서 보는 과학의 미래, 인간 존엄성, 경제 문제 등에 대한 도덕적 해답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오늘날 대학에 없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대학교육이 『복음의 비추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발표된 논문들은 369쪽 분량의 자료집 「교육과 복음의 만남」에 실려 있으며 자료집은 5천원이고 원하는 사람은 교육자대회 준비사무국(02-2292-5509)으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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