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통일과 민족의 화해를 위한 노력은 광복 50주년을 맞이한 1995년부터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전국 각 교구와 수도회 등의 움직임을 통해 가시화됐다.
하지만 이에 앞서 한국교회 200주년 기념사업의 한 분야로 주교회의 산하에 설치된 '북한선교부'의 등장은 교회가 북한 선교라는 이름으로 특별기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85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로 공식 명칭이 변경된 북한선교부는 당시 함흥교구장 서리인 이동호 아빠스를 담당 주교로 임명했다. 북선위는 이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행사 등을 통해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도. 계몽운동을 추진하며 활발한 대북 선교활동을 펼쳐왔다.
이후 90년대 민족의 통일과 북한선교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며 전국 교구와 수도회 등의 관심과 지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됐다. 지난 95년 3월 서울대교구는 진정한 의미의 해방과 민족의 연대를 다지기 위해 최창무 주교 (현 광주대교구 부교구장)를 위원장으로 한 민족화해위원회를 발족했다.
당시 서울 민화위의 출범은 광복 50주년이란 뜻깊은 해에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향한 교회의 본격적인 움직임이란 점에서 교회 안팎에서 주목의 대상이 됐다.
금년으로 출범 5주년을 맞은 서울 민화위는 지금까지 북한 선교와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며 통일과 민족화해의 무드 조성에 기여를 해왔다.
민화위는 그동안 행사, 사업, 기도운동이라는 세가지 기조아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매주 화요일 민족화해미사를 필두로 민족화해학교 개설과 북한 수재민 돕기 운동, 북한 신자와의 공동세미나, 남북 공동기도문 봉독 등 교회의 통일과 화해노력에 큰 성과를 일궈냈다.
특히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명동 주교좌 성당에서 봉헌되는 민족화해 미사가 270회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신자 재교육을 목적으로 개설된 민족화해학교는 약 1100여명의 수료자들을 배출하며 신자들에게 민족 화해의 중요성을 널리 일깨웠다.
95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민화위를 통해 지원된 액수는 총 78억3천여만원. 여기에 타 교구나 수도 단체들의 경우까지 합치면 상당액이 북한 돕기에 사용됐다. 민화위는 '북녘형제와 국수나누기 운동' '북녘형제에게 옥수수 1만톤 보내기 운동' 등을 통해 식량 및 물품으로 북한 동포돕기에 적극 나섰다.
또한 수원, 춘천교구를 비롯한 각 교구와 정의구현 사제단, 수도회도 민족화해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의 하나로 북한 형제들에 대한 지원과 만남이 이어졌다.
특히 수원교구의 경우 지난해 5월 북한 선교 희망 사제 지원을 받았고 '식사 한끼, 겨울 옷 나누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는 등 북방선교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가운데 최근 교회내 통일사목 관계자들은 시대 변화와 환경에 따른 통일과 민족화해를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향후 남북정상회담으로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이 시기야말로 한국 교회가 적극적으로 통일사목에 나설 수 있는 호기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의 식량지원 방법과 교류, 그리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각 교구의 조직 결성과 활성화 방안 등이 중점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식량지원 방법의 경우 그동안 필요에 따라 전달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북한 주민들 스스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사목 관계자들은 정부와의 공조아래 사회 각 분야에서의 투자가 근본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긴급 식량지원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북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분야의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이들은 유기적이고 효과적인 대북지원을 위해 교회내 북한선교 모든 단체들이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안에서 정보 공유와 지원방안이 논의, 조정돼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교회 전체가 통일역량을 결집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즉 각 교구, 수도회가 나름의 활동영역을 구축하면서 주교회의 민화위를 구심점으로 교류와 연대를 강화해나가야 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기도운동과 나눔의 확산이 전국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새 천년기를 열면서 그리스도안에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려는 노력이야말로 무엇보다 선행돼야할 과업이라 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이러한 다양한 노력이 한국교회 차원에서 활발히 전개될 때 지금까지의 활동이 그 결실을 보고 진정한 복음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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