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은 제34차 세계 홍보주일이자 언론인들의 대희년이다. 홍보주일을 맞아 교회의 홍보수단, 이른바 「교회 언론
」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보고 가톨릭 신자로서 일반 언론에서 일하는 신자 언론인들의 소명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교회언론의 문제
교회 언론은 한국교회의 역사 안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면서 교회와 사회 양면에서 독특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교회 언론에 대해 "교회에 과연 언론이 있는가" 라는 회의에 찬 비평을 서슴지 않고 교회 언론을 일컬어 '기관지' , 혹은 '주보' 라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교회 언론이 단지 교회 안에만 폐쇄돼 있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교회 언론이 한국교회의 역사 안에서 나름대로 상당한 업적과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판 혹은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해묵은 조사이지만 월간 '생활성서' 93년 8월호에서 조사한 설문조사는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한다.
'가톨릭 신자들이 보는 교회 언론' 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을 포함한 5개 지역 신자 406명이 응답한 이 조사에서는 교회 언론의 문제점에 대해 절반 가까운 44%가 '평신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고 응답한 점이다.
이와 관련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교회내 언로 내지 의견의 교환이 활성화 돼 있는지의 여부, 즉 '여론 형성' 이라는 언론의 고유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71년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에서 발표한 '일치와 발전'은 홍보수단의 목적이 '일치와 발전'이라고 규정짓고 있다. 이는 여론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기관지라는 비난은 바로 이 부분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그대로 비판적인 의견이나 기사, 논평이 고도로 절제된 제작 방향으로 이어진다. 교회의 일치를 저해할 위험성이 있다거나 교계 지도층의 견해와는 다른 방향의 의견이나 보도는 교회 언론에서 거의 불가능한 영역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신자 언론인의 사명
또 다른 비판적 의견 중 하나는 교회 언론이 교회 안에만 매몰돼 있지 않는가 하는 지적이다. 홍보수단은 세 가지 방법으로 교회를 도와준다.
첫째, 교회 자신을 현대 세계에 보여주게 하고 둘째, 교회 안의 대화를 증진시키며 셋째, 현대의 정신과 사람들을 교회에 소개해준다.
교회 언론의 첫 번째 사명은 교회의 가르침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다. 복음 선포가 전 인류를 대상으로 하고 있듯이 교회 언론은 복음을 온 세상에 널리 선포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교회 언론이 과연 이 사명을 온전히 수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거의 모든 독자 및 시청자층은 이미 영세 입교한 신자들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교회 밖까지를 모두 지향하고 있다 할지라도 현실적인 여건은 이를 크게 염두에 두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반 사회 언론에서 일하고 있는 신자 언론인들의 복음적 소명은 결코 교회 언론 안에서 일하고 있는 언론인들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언론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대부분의 조직과 매체가 그러하듯이 고도의 상업적 동기에 의해 움직여진다. 오늘날 대다수의 언론 매체에 대한 비판적 견해는 대부분 이 같은 상업적 동기에 대한 비판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평신도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언론 현장에서 복음적 소명을 지켜나가야 할 필요성은 오늘날 더욱 더 강조된다.
세상과의 교류는 교회 언론이 지닌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다. 교회를 세상에 전하고 세상사를 교회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논평하는 일은 교회 공동체의 소식을 전하는 일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 언론과 신자 언론인들은 모두 똑같이 교회와 세상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대안 매체들의 등장
현재 한국교회의 교회 언론이 다하지 못하는 기능과 역할을 비판하면서 나름대로의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 인터넷이다.
여론과 의견 교환의 측면에서 '대안 언론'의 가능성이 현재 교회 곳곳에서 모색되고 있다. 지금까지 교회 안에서 이른바 '여론' 의 장은 몇 개의 신문, 잡지 외에는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기존의 교회 언론의 영향력은 광범위했다.
하지만 컴퓨터와 첨단 정보통신수단의 결합으로 이뤄진 인터넷은 이제 일반 언론의 영역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고 실제로 인터넷 신문,방송은 인쇄매체나 공중파 방송이 미처 다루지 못하는 부분을 특종으로 다루기도 했다.
교회 안에서는 이미 개설돼 있는 교구나 수도회, 본당 등에서의 자유 게시판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미처 교회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다루지 못하는 의견과 소식들이 게시판들을 통해 공개되기 시작했고 일부 '과격한' 이들은 스스로 사이트를 개설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의견들의 정당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미 의견 교환 수단으로서 인터넷이 이용되기 시작했고 앞으로 이러한 시도는 더욱 잦아질 것임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교회 언론의 공과 실
한국에서 교회 언론은 한국교회의 역사와 영욕을 함께 해왔다. 복음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나름대로 분투했으며 일반 사회 언론과 비교해 열악한 대우와 근무 여건 속에서 복음적 소명을 수행해왔다. 그만큼 한국교회의 발전에 교회 언론이 이룬 기여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오늘날 평신도의 소명의식이 높아지고 평신도 사도직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급속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교회 언론 역시 다른 모든 교회 구성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정체성과 교회 및 사회 안에서의 기능과 역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비판들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다양하게 나타나는 시대적 징표들을 수용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쇄신해나감으로써 복음선포라는 본래의 사명을 현대적 상황에 맞게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