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성교육 왜 필요한가
유교적 문화권 영향 아래 아직 성(性)이라는 주제가 공론화되어 있지 못한 한국 상황에서 대다수 부모들에게 가정 성교육이라는 개념 역시 매우 낯선 것이 사실이다. "너희 할머니도 내게 그런 것은 안가르쳐 줬어. 그래도 난 결혼 잘했잖아" "몰라도 되고 크면 다 알게 돼. 너는 아직 그런 것 신경 쓸 나이가 아니야…"
자녀들이 성과 관련된 질문들을 해올 때 부모들은 확실한 대답을 하기 꺼리고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 이유는 자신이 잘 몰라서일 수도 있고 혹은 성과 관련된 내용을 입에 담는 것이 점잖지 못한 것이라는, 특히 자녀들과 나눌 수 없다는 기존의 보수적 폐쇄적 사고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대다수 기성세대들은 결혼전 가정에서 구체적인 성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윤리적이고 근본적인 가치들이 존중되는 당시의 문화적 배경으로 큰 혼란을 겪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어서 현재의 성교육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성을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은 크게 사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장 좋은 성교육은 '가정 안에서 사랑하는 부모들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교황청에서 발표한 '성윤리에 관한 특정 문제들에 대한 선언'을 참고할 때 '부모는 자녀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알고 이해하며 사랑하기 때문에, 자녀들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에 따라 어느 시기에 어떠한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좋을지를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역시 "성교육이라는 미묘한 영역에서 이에 대한 적절한 준비를 갖춘 부모보다 도덕교육을 더 잘 시킬 수 있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으며 "부모가 자녀들에게 충분한 정결교육을 시키지 않는다면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덧붙여 교황은 좬부모가 가정 밖에서 이루어지는 자녀에 대한 비도덕적이거나 부적절한 교육을 묵인한다면 이 역시 잘못을 저지르는 것좭이라고 명확히 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은 육체적 생물학적 단면만이 강조되면서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을 편다.
딸에게, 아들에게 가정 성교육 어떻게 할까
딸 아들을 통틀어 자녀들에게 성교육을 할 때 '부모들은 자녀들의 성장단계에 따라 그들의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제1원칙이다. 개별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특별한 요구에 맞춰 단계적으로 사랑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교황권고 '현대의 교리교육'에서는 밝히고 있다.
교황청 가정평의회의 가정교육 지침에 따를 때 '부모 성교육 임무의 목표는 어떠한 삶의 신분에서도 정결은 가능하며 정결은 기쁨을 가져다 준다는 신념을 자녀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교회내 전문가들은 '아들 딸들이 자신의 몸에서 변화를 경험하기 시작할 때부터 부모들은 성에 관하여 상세한 설명을 해 줄 것'을 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린아이들에게 성에 대해 가르쳐 줄 때는 성행위에 대한 직설적 설명보다는 임신과 관련지어 또는 형제 자매의 출생과 관련지어 설명하는 것이 설득력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녀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고 초기에 일어나는 궁금증은 가능한한 곧바로 풀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기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묻는 6세 정도 아이에게는 '아기는 엄마 뱃속의 특별한 방에서 나온다'라고 대답해 주면 충분한 대답이 될 수 있다.
딸들의 경우 부모는 그들의 점진적인 생리적 발달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으로 여성스럽게 성장해 가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밝힌다. 그런 면에서 일반적으로 배란주기와 그 의미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을 둔 부모들은 이들이 생식기관의 신체적 생리적 발달단계에 대한 지식을 동료친구들이나 또는 잘못된 경로를 통해 받아들이기 전에 올바른 내용을 전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의 아들 딸 모두를 교육할 때 유념해야 할 것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는 시기인 만큼 이성의 신체적 심리적 특성에 대하여 자세하고 충분한 지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청소년기 자녀들에 대한 교육은 모성의 아름다움과 출산의 경이로운 실재 뿐 아니라 동정의 깊은 의미를 가르쳐 주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그같은 교육이 있게 될 때 만연돼 있는 쾌락주의 사고에 맞설 수 있고 '피임 사고방식'을 갖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 성교육시 부모들이 또한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성이 수치스럽거나 더러운 것'이라는 그릇된 인상을 심어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들 자신이 '성은 하느님의 창조력을 우리와 함께 나누도록 생명을 출산할 능력을 인간 몸 안에 주신 하느님의 커다란 선물'이라는 인식을 충분히 인지할 필요성이 있다.
서울 행복한가정운동의 조혜옥씨(강남성모병원 가족계획실)는 "가정 안에서의 성교육은 자녀들이 '내 자신은 귀중하고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것에서부터 출발된다는 생각"이라면서 "어릴적부터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고 존귀하다는 개념을 가지게 되면 타인에 대한 존귀함도 저절로 갖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성교육 생명교육의 첫단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매스컴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요즘 청소년들뿐 아니라 어린이들조차 어른들보다 성에 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 조혜옥씨는 "그런 면에서 부모들은 자녀들의 바르지 못한 성지식을 바로 잡아주고 교육시키기 위해 먼저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한다. 또한 조혜옥씨는 "부모가 생명교육을 받을 여건이 충분치 못하다면 행가운 등 교회내 전문 성교육 기관 프로그램에 자녀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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