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소년 흡연율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청소년 흡연율, 특히 여학생 흡연의 증가는 가히 폭발적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근엔 그 증가율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관계자들은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흡연으로 인해 피폐해지면 장차 이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다. 마약보다도 더 중독성이 강하다는 담배. 담배가 이렇듯 우리 청소년들을 좀먹고 있는 현실에 언제까지 팔짱만을 낀채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인가?
청소년 흡연율 추이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 따르면 남자 중학생 흡연율이 88년엔 2.7%였으나 97년엔 3.9%로 증가했고, 여자중학생 흡연율은 91년에 1.2%에서 97년엔 3.9%로 증가했다고 한다. 또 남자 고등학생의 경우 88년 23.9%에서 97년 35.3%로 증가했고, 여자 고등학생은 91년 2.4%에서 97년엔 8.1%로 증가했다고 한다. 최근 조사된 것은 없지만 이 수치는 훨씬 더 증가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특히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흡연율은 남학생은 52%, 여학생은 15%에 달한다고 한다.
흡연동기와 증가 원인
청소년들의 흡연동기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호기심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등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흡연을 인정하고, 용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주원인이다. 가정에서 부모의 흡연, 학교에서의 교사의 흡연, TV 드라마에서의 인기 탤런트의 흡연, 사회 저명인사의 흡연, 담배광고나 담배자판기의 범람 등이 청소년 흡연을 부추기고 있다. 청소년 흡연을 말리는 사람이 점차 적어지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을 목격해도 방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엔 경제한파로 부모의 실직, 경제적 어려움 등도 청소년 흡연증가의 주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소년 흡연' 왜 말려야 하나
신체적 발육이 완성되지 않아 모든 세포나 조직이 미약한 청소년이 담배연기에 노출되면 그 위험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조사된 통계에 따르면 25세 이후에 흡연을 시작한 경우엔 폐암 사망율이 비흡연자의 5.2배인데 반해 15세 이하에서 시작하면 사망율이 18.7배에 달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흡연이 증가한다는 것은 마약중독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과 비슷한 말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곧 개인적인 불행이 국가적인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라고 말한다.
청소년기 때 흡연은 성인 때보다 니코틴 중독증에 더 깊이 빠지게 한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조사에 따르면 흡연시작 연령이 1세 빠를수록 니코틴 중독에 빠질 확률이 10%씩 높아진다고 한다. 또 흡연은 청소년의 정서적, 사회적 측면에 모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흡연은 청소년의 불안한 심리와 비행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파급될 수 있다. 특히 흡연으로 인한 저산소증은 두뇌활동에 악영향을 끼쳐 사고능력과 의욕을 감퇴시킨다.
제도적.정책적 규제 시급
95년부터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하면 19세 이하 청소년에는 담배를 팔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는 많은 수의 담배 소매상들을 보다 철저히 단속해야 할 것이다. 또 사회 저명인사나 인기 탤런트들의 금연운동 동참, TV나 각종 잡지에서의 담배 피우는 모습 상영이나 게재 금지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가톨릭대 성바오로 병원의 청소년 교실 이정희(데레사) 간호사는 좬무엇보다도 부모의 금연이나 교사의 금연이 청소년 금연의 중요한 요소좭라고 강조한다. 금연교실 개설, 청소년보호법 강화 등도 필요하다. 이정희 간호사는 "청소년 금연운동에 교회도 적극 나서야 한다"며 우선 본당 단위로 금연교실을 개설해 지역 청소년들에게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의견 - 서울 안세병원 이민교(리칸텔) 과장
꾸짖기만 하면 반발심만 조장
부모들부터 먼저 담배를 끊고
대화통해 「유해성」가르쳐야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50%는 청소년기부터 담배를 피운 경우죠. 간혹 평생 담배를 피웠으면서 80세이상 사는 이들이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흡연이 원인이 된 여러가지 질병을 떠안고 힘겹게 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서울 안세병원 이민교(리칸텔·44·서울 잠원동본당) 내과과장은 부모들부터 금연해야 하며 「담배의 해악」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담배를 피우는 자녀들에게 그 유해성을 대화를 통해 가르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는 자녀들을 꾸짖기만 하면 오히려 반발심만 조장합니다. 함께 의논하고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해야죠. 함께 금연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죠』
이과장은 『흡연은 일찍 시작할수록 나쁘다』며 「마리화나」보다도 더 중독성이 강한 것이 담배라고 말한다. 그는 또 길거리에서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워도 요즘은 말리는 어른들이 거의 없고, 자녀의 흡연을 인정하는 부모도 점차 늘고 있다며 사회분위기가 청소년들의 「흡연 용인」으로 나아가게 되면 그 사회의 미래는 불보듯 뻔하다고 걱정한다.
『사회지도층의 금연운동 동참, 부모들의 각성이 뒤따라야 합니다. 국가도 정책적으로 청소년들의 흡연을 예방하고 규제해야 합니다』
그는 국민건강증진법이나 청소년보호법 등을 보완, 제도적인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의 전반적인 의식 개건도 시급하다고 말한다.
서울 잠원동본당 가정의료분과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과장은 본당에서 펼치는 가정간호 사목에 적극 동참하고 있으며 현재 한양대 병원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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