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의 탄생을 재촉하는 따스한 봄 햇살을 맞으며 아이들이 모여 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순 없지만 저마다 얼굴은 밝아 보인다. 추운 겨울동안 방안에서 움추리며 지내다 모처럼 느끼는 포근한 햇볕은 아이들에게 웃음을 전해 준다.
경북 경산시 압량면 당리동에 위치한 장애 청소년 재활원 '루도비꼬의 집' 마당에는 중복장애인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고 있다. 장애 청소년들에게 삶의 자리를 마련해 주고자 97년 2월에 개원한 루도비꼬의 집에는 14명의 중복 장애우들이 4명의 수녀와 함께 지내고 있다. 루도비꼬의 집은 대구에 있는 무료급식소 요셉의 집의 자원봉사자 노마리아씨가 기증한 3000여평의 포도밭에 조립식 건물과 콘테이너 박스, 자원봉사자가 지어준 정자, 새로 지은 운동실을 갖추고 있다. 정신지체, 자폐증, 지체장애, 뇌성마비 등의 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는 루도비꼬의 집 아이들은 스물이 넘은 나이에도 유아기 수준의 발달상태를 보이고 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일반직원도 없이 4명의 수녀들이 뒷바라지 하기에는 너무 힘들어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린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 정기적인 자원봉사보다는 주말과 일정시기에만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루도비꼬의 집의 아이들은 중복된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가진 잠재능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게 교육도 받는다.
대구의 특수학교로 매일 아이들의 통학 운전기사 역할까지 하는 이정순(루이요왕.58) 원장수녀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지는 않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에 희망을 얻는다"며 청소년기의 교육을 강조했다. 97년 11월부터 루도비꼬의 집에서 살아온 이수녀는 "처음 왔을 때 심한 자폐증으로 자해를 하던 한 아이가 심리치료와 봉사자의 정성으로 많이 좋아지고 있다"며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사랑의 힘을 느낀다"고 말하며 밝게 웃는다. 루도비꼬의 집은 아직 비인가 시설인 관계로 정부의 보조금 없이 포도밭 후원회 후원인들의 정성으로 운영되고 있다.
후원인들은 금전적인 지원 뿐 아니라 자원봉사와 물질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특이하게 루도비꼬의 집에는 지역에 있는 개신교 목사들이 신자들과 함께 나와 풀베기 작업을 하기도 하며 주변의 불교신자들이 김장을 담궈 주기도 한다. 루도비꼬의 집의 아이들은 한달에 한 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매월 마지막 주 금-일요일까지는 가족과 함께 지낸다. 가정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수녀는 "자칫 장애우 가족들이 시설에 보낸 후 장애우들에게 소홀해질 수도 있다"며 "한 달에 한 번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가져 가족이 아이들의 가장 든든한 후원인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루도비꼬의 집은 방에서 뒹글고 마당을 오가는 것이 전부인 아이들에게 절실한 것은 운동이라고 여겨 100여평의 커다란 운동실을 지었다. 또,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뛰어놀 수 있는 볼풀장을 만들고 물리치료와 특수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함께 하고자 하는 자원봉사자와 후원인들이 있어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수녀들의 말은 각박하게 느껴지는 요즘 참 사랑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 집 아이들은 이곳에서 느끼는 게 세상의 전부일 겁니다. 그러기에 아이들에게 최대의 사랑으로 대해 주려고 합니다" 힘주어 말하는 이정순 수녀의 의지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다정한 손길과 함께 아이들에 대한 강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도움주실 분=루도비꼬의 집 (053)813-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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