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되함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한국 역사의 새로운 장이 펼쳐졌다. 두 정상은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이란 대원칙 아래 이산가족 방문, 경제·문화 교류 활성화 등 5개항의 남북공동선언에 합의, 서명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시점에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를 집무실에서 만나 향후 한국교회가 기여해야할 역할과 방향을 들어보았다. 강우일 주교는 이날 가톨릭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우리 민족사의 새로운 전환을 이루는 초석이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강주교와의 일문일답.
-먼저 감격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신 소감은
▲모든 국민들도 느끼고 있겠지만 남북 정상이 대단한 성과를 일궈냈습니다. 너무나 기쁘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모두가 한민족 한동포란 사실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고, 특히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이번 회담의 성과라 생각합니다.
-이제 분단 55년의 벽을 허무는 첫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향후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위한 노력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됐으면 하시는지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전쟁의 압력과 위협으로부터 해방됐음을 만 천하에 공표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두 정상만의 합의가 아니라 양국 전체의 체제를 건 진실된 약속이길 바랄 따름입니다. 지금부터는 이 합의된 내용들을 잘 공조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어느 한 나라의 일방적인 통일정책과 의지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 민족의 통일과 화해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양국이 함께 노력하고 신뢰를 구축해나가길 기원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을 요청했다고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여기에 대한 전망은
교황 방북 전망
▲아직 방북성사를 예상해보기엔 이른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대단히 놀라운 사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교황님은 그동안 북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직접 국제까리따스를 통해 북한동포 돕기 성금을 기탁한 바 있고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이례적으로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담화까지 발표하셨습니다. 이러한 교황님의 기도와 관심이 있었기에 김위원장이 허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앞으로 교황님의 방북이 이뤄지려면 많은 절차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고령인 교황님의 건강도 고려돼서 신중히 결정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정상회담을 통해 놀라운 성과를 이룩해냈다는 찬사와 평가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부에선 신중론을 펴기도 합니다. 특별히 한국교회를 비롯한 국민들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정상회담이 통일의 물꼬를 튼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당장 통일이 이뤄질 수는 없는 것이죠. 우리는 현실을 정확히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일례로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상식과 정보에 제한을 받다보니 그들의 실상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번 회담을 지켜본 국민들은 아, 북한 주민들도 우리와 한 동포이구나 혹은 부정적으로 비쳐졌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알고보니 재미있고 인간적이구나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55년의 단절된 세월은 체제가 빚어낸 시대적 아픔만큼 문화, 언어, 경제 등 다방면의 격차를 가져왔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진정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북한의 문화와 생활을 배우고 공부하려는 노력이 전개돼야 합니다.
한국교회의 관심사안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논의와 성과가 마련됐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북한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적 지원입니다. 최근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는 보도가 있지만 아직도 많은 우리 북녘동포들은 먹을 것이 없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식량이 없어 굶주리고 있는데 다른 분야의 소득이 있은들 무슨 큰 효과를 낳겠습니까. 따라서 한국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나눔 실천에 모든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것이 한국 교회가 우선적으로 해야할 실천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정상회담 성사에는 그동안 민화위를 중심으로 한 한국교회의 노력과 활동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한국교회의 활동상을 평해주신다면
▲정부차원에서 햇볕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되기 전 한국교회는 북한의 어려움을 알고 수차례에 걸쳐 식량원조, 의약품 지원 등 물질적 지원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금까지 각 교구와 수도회, 단체들이 지원한 액수만도 100억원에 이르고 있어요. 이는 결코 작지 않은 액수로 모든 신자들이 합심해 노력한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 교황청 산하 기구인 국제까리따스를 중심으로 한 전 세계 교회의 북한돕기가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애쓴 교회의 나눔과 정성이 북한 당국에 신뢰감을 심어줌으로써 회담 성사에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국교회 차원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 더 나아가 통일을 대비하는 보다 실질적인 노력들이 전개돼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들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시는지
▲지금까지 침묵의 교회인 북한교회를 향해 선교란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조금씩 종교적인 차원의 개방까지 이뤄지게 된다면 먼저 사제, 수도자의 북한 내 상주가 필수적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차원에서 교황청도 북한과 긴밀한 접촉을 벌여왔던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북한에서 지난 55년간의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 오랜 세월 동안의 생활방식과 흔적은 절대로 그냥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전혀 종교생활이 이루어지지 않고 주민들도 무신론의 이념으로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우선 분단 이전의 북한 내 본당들부터 되살리려는 노력이 펼쳐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여기에는 물론 인적, 물적 지원과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통일후 전망
-부의 편중현상, 통일비용 부담 등 통일 후를 염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교회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독일의 예를 보아도 분명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법 외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로 보면 더욱 이것이 중요합니다. 형제적 사랑으로 고난을 함께 하려는 희생과 용기있는 나눔의 자세가 우선적으로 갖추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에 대한 기대도 중요하지만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란 큰 사명을 자각하고 이들을 돕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특별히 당부하실 말씀은
▲우리가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은 오늘의 이 역사적인 순간이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사랑과 은총으로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 민족에게 새 지평을 열어주신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리고 앞으로 통일을 위한 사업들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운동을 전개해나가야 합니다. 그동안 레지오와 평신도 여러 단체들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묵주기도를 꾸준히 바쳐왔습니다. 이를 더욱 확산시켜나가길 진심으로 바라며 민화위 차원에서 북돕기를 신자들에게 호소할 때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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