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기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한국 천주교회의 활동 역시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까지 정치적, 이념적인 벽에 가로막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던 대북지원 활동과 종교 교류 문제, 아직까지는 입에 올리기조차 어려웠던 북한 지역에 대한 선교 활동 전망 등 남한 교회가 풀어나가야 할 민족적이고도 복음적인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물론 한 차례의 정상회담만으로 모든 것이 이뤄질 수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수다한 난관과 과제들이 가로놓여 있을 것이며 한국 교회 전체의 깊은 관심과 지원을 바탕으로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 교회 인사 방북
정상회담의 성사에 이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정진석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김수환 추기경 등의 방북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그리고 북한측의 근본적인 자세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는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있고 조심스럽게 추진되어야 하는 문제이기는 하다. 정대주교의 경우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방북을 희망해왔다.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정상회담을 통해 정착된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가 전세계적으로 추인될 것이고 평화의 사도로서 교황이 갖고 있는 영향력으로 볼 때 한반도 평화 정착, 민족의 화해와 일치가 획기적으로 급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산 가족 문제와 피랍 성직자 등 생존 확인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분단의 비극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민족적 현실이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도 다른 어떤 문제에 앞서서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력했다.
한편 교회의 입장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희생되거나 피랍된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 평신도들의 생존을 확인하고 수소문해야 하는 문제가 하나의 큰 과제로 남아있다. 북한선교위원회는 지난 90년 8월 30일 주교회의 의장 김남수 주교 명의로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서한을 발송해 1949년부터 1950년까지 북한 당국이 2년간에 걸쳐 남북한에서 납치한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들의 생사 여부와 행방을 확인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납북 성직자들의 생사가 확인되고 사망했을 경우 이들의 유해 송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 대북 지원 문제
한국교회는 지난 몇 년간 북한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북 지원 활동에 민족 공동체의 이름으로 아낌없는 투자를 해왔다. 서울대교구만 해도 매주 화요일 명동성당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면서 북한의 동포들을 위해 지금까지 78억원에 달하는 식량을 제공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침체 기미를 보이고 있는 대북 지원 활동이 더욱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금활동의 지속적인 전개를 위해서 신자들의 관심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속적인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단체들과의 유기적인 연결과 조직정비가 우선되고 북한 관계 기관과의 지속적인 접촉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다.
▨ 남북 종교 교류 문제
정상회담을 계기로 문화 부문의 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종교 교류는 다른 어느 부문에 못지 않게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아직 가시적인 합의 사항은 없으나 문화 예술 관광 종교 청소년 체육 등 문화관광부 소속 7개 업무의 적극적인 교류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종교인 방문의 경우 그 동안의 남북 교류는 일방적인 방북 시도에 그쳤으나 앞으로는 상호 방문의 형태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번 회담으로 남북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기대되며 이에 따라 종교인들의 교류가 활성화될 것은 분명하므로 남한 교회는 이에 대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북한 선교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북한을 선교 대상으로 삼는 직접 선교 활동의 뜻을 공공연하게 표시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대북 활동은 기도 운동과 연구활동, 그리고 식량 지원 등 대북 지원 사업과 후원회 활동 등에 그쳐왔다.
물론 앞으로도 북한의 근본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같은 방향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회 조직 안에서 가능한 한도내에서 통일 이후 시대를 대비한 인적, 물적 자원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통일이 앞으로 언제 이뤄질지는 모르지만 정상회담의 성과에서 엿볼 수 있듯이 미구에 통일 시대가 열릴 때 이 같은 사전 조치들은 침묵의 교회를 복음화할 자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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