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의 세기가 불과 한해 앞으로 다가온 99년 '성부의 해'. 우리 나라 최남단에서 복음화 운동을 펼쳐온 제주교구가 올해로 선교 100주년을 맞았다. 1899년 5월 제주도 최초의 선교사인 파리외방전교회 배가롤로 신부의 부임이 선교 100주년의 출발. 국내 유일의 섬교구인 제주교구는 제주선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93년 8월 좥선교 1백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위원장=허승조 신부)좦를 발족시키고 교구의 모든 역량을 집결시켜왔다. 본보는 제주교민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큰 기쁨인 제주교구 선교 100주년을 맞아 '순교 정신의 계승'과 '복음전파'라는 커다란 목표아래 제주교구가 추진 중인 다양한 사업들을 조명해본다.
71년 지목구로 설정될 당시 8개 본당에 불과했던 제주교구는 98년 현재 신자수 4만7297명, 본당 22개, 사제 34명으로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러한 결실은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동기와 노력에 의해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제주교구가 신앙 선조들의 정신을 삶 안에 구현하고, 복음선포라는 막중한 과업을 계승 발전시켜온 노력의 결과다.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자'란 선교 100주년 주제를 내건 제주교구는 그동안 △교구사 편찬(제주선교 100년사) △신자배가 운동(신자 7만명 목표) △성지 성역화(관덕정, 황사평, 대정) △100주년 기념성당 건립 △제주도 출신 최초 신자 김기량(펠릭스 베드로) 시성운동 △파리외방 전교회 및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 제주사목 성직자 공덕비 건립 △제주선교 100주년 경축대회 등을 사업목표로 정하고 좥선교 10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좦를 중심으로 노력과 의지를 쏟아 부었다.
지난 94년 정난주(마리아)의 묘소를 성역화 하고 순교자 현양대회를 가지며 선교 100주년 사업의 첫 단추를 끼운 제주교구는 95년 황사평 순교자묘역을 이장 성역화하고 교구 성직자 묘지를 조성했으며, 초대 교구장인 현헤롤드 대주교와 서귀포겵上憺병?주임신부였던 나토마스 신부의 유해를 성직자 묘지에 이장했다. 정난주(마리아)는 제주에서 관비로 유배생활을 하면서도 불우한 이웃에 나눔을 실천하며 복음적 삶을 살았던 인물로, 제주교구가 열렬한 증언을 통해 순교적 삶을 산 그의 신앙모범을 후손들이 본받도록 하기 위해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묘를 새롭게 단장하고 성역화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제주교구는 추자도에 있는 정난주(마리아)의 아들 황경한의 묘역을 확장, 공원화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96년엔 100주년 기념성당 부지 물색과 신자배가운동 전개, 성물, 사진 전시회, 100주년 소식지 발간, 100주년 위한 기도문.마크 제작 등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교구가 선교 100주년을 앞두고 애착과 관심을 가지고 추진한 신자배가 운동에 전 교구민들은 성서 읽기.기도생활을 통해 자기 성화를 이루고, 2인 이상 선교, 냉담자 1인 이상 인도에 적극 동참해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매년 신자수가 증가해왔으며, 지난해엔 입교자가 3196명으로 예년에 비해 신자수가 900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97년 '신축교안'을 재조명하기 위해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는 제주교구는 제주의 대표적 순교성지인 관덕정 성역화, 교구사 편찬 등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제주도 출신 최초의 신자인 김기량(펠릭스 베드로)의 순교비 제막식을 가졌다. 제주교구는 그동안 좥병인박해 순교자 증언록좦과 최양업 신부 서한 등 사료들을 토대로 1866년 병인박해 때 체포돼 처형당한 것으로 전해지는 김기량의 시성운동에 불을 지펴왔다. 이와 함께 김대건 신부가 1845년 라파엘호를 타고 상하이에서 조선으로 입국하려다 제주도에 표착했던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 성지 조성사업과 라파엘호 복원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제주교구는 이 사업을 위해 지난해 6월 전문가에 의뢰한 상태로, 올해 안에 성지 조성을 위한 부지 선정과 함께 라파엘호 복원 사업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올해엔 5월을 기념축제기간으로 설정, 기념식과 연극제, 글짓기대회, 성가 발표회 등 다채로운 행사들을 펼친다. 아울러 11월 21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에는 한라체육관에서 교구 신앙대회를 가지며 선교 100주년 행사의 절정을 이루게 된다.
제주교구 100주년 사업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업으로 '제주교구 100년사' 출간과 주교좌중앙성당(주임=고승헌 신부) 성전건립을 들 수 있다. 제주교구는 2000년 2월 출간 예정으로 각 본당별로 위촉된 사료수집위원회를 통해 각종 선교자료를 수집해오고 있으며, 지난 91년 첫번째 자료집을 교구 자체에서 만든데 이어 교회사연구소를 통해 2.3.4집을 모두 발간했다. 또한 신앙의 모체로서 제주 선교에 앞장서온 중앙성당 성전 건립공사는 현재 60%정도 진행 중이고, 올해 11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신자수가 불과 2796명인 중앙성당이 중앙성당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힘을 모은 결과 공사비 50억원 중 35억원을 마련하는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고, 전 교구 사제들과 신자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12억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제주교구는 선교 100주년을 신심 깊은 교구로 거듭나는 분수령으로 보고 그동안 활발히 관련 사업들을 펼쳐왔다. '4.3'과 '신축교안'이란 불행했던 역사적 사건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교구. 이들은 기도와 화해로써 풀리지 않은 응어리를 풀고 기쁨과 희망으로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제주교구 약사
△1899년 5월 배가를로 신부 부임, 대구교구 본당(현 제주중앙교회) 설립
△1900년 5월 구말렐로 신부 부임
△1901년 3월 신축교안(辛丑敎案)으로 신자 700여명 순교
△1902년 4월 한논성당(현 서귀포성당) 설립
△1909년 10월 신성여학교(초등학교과정) 설립
△1911년 4월 조선교구에서 대구교구로 분구
△1930년 12월 고딕식성당 신축
△1946년 9월 신성여자중학원 개원
△1946년 8월 신성여자중학교 설립인가
△1951년 3월 라토마스 신부 부임(군종신부 겸임)
△1953년 신성여자고등학교 설립인가
△1954년 4월 한림성당 설립
△1955년 7월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수녀 6명 초청 부임
△1958년 6월 모슬포성당 설립
△ 1960년 1월 원요한 신부 부임
△1967년 3월 고승욱 신부 사제서품(제주교구 출신 최초)
△1968년 4월 동문성당 설립
△1970년 4월 성 이시돌의원 개원(초대원장 성골롬반 수녀회 베닉누스 수녀)
△1970년 5월 서귀포 복자성당 설립
△1970년 신성여중 도남동으로 신축·이설
△1971년 5월 광양성당 설립
△1971년 7월 제주 지목구 설정, 중앙성당 주교좌성당으로 승격(초대 교구장 현하롤드 대주교)
△1973년 9월 성산포성당 설립
△1974년 추자공소 준공
△1975년 11월 조천공소 신축·낙성
△1977년 3월 지목구에서 정식교구로 승격
△1977년 4월 2대 교구장 박정일 주교 착좌
△1977년 8월 고산성당 본당 승격
△1977년 11월 서문성당 설립
△1981년 2월 이시돌양로원 설립·개원
△1981년 10월 신제주성당 설립
△1984년 1월 3대 교구장 김창렬 주교 착좌
△1984년 9월 제주가톨릭회관 신축
△1988년 2월 효돈성당·중문성당 본당 승격
△1998년 7월 하귀성당 설립
◆선교 100주년기념사업 준비위원장 총대리 허승조 신부
”기도·용서로 거듭나는 계기 되길”
전 교구민 화합된 모습 “깊은 감명”
교구 신앙대회 때 선교대상 시상식
『고결한 신앙의 삶을 살다 간 정난주(마리아)님의 숨결과 피흘려 신앙을 증거한 무명 순교자들의 넋이 한 알의 씨앗이 되어 뿌리를 내린지도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번 선교 1백주년을 기해 모든 교구민들이 신앙 선조들의 삶을 본받아 이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를 바래요』
선교 100주년사업 준비위원장 총대리 허승조 신부는 지난 94년 정난주(마리아) 묘 성역화로 시작된 선교 100주년 기념사업 성과에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주님의 도우심과 교구민들의 열성으로 신축교안 등 힘들었던 과거를 극복하고 복음선포의 사명을 계승 발전시켜올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신부는 올해 5월 축제기간을 설정, 지구별 성가 경연대회, 사생대회, 사진·성물 전시회, 신축교안 좌담회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리게 된다고 설명하고 특히 11월 한라 체육관에서 개최되는 교구 신앙대회가 100주년을 결산하는 마무리 행사로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또한 이번 교구 신앙대회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금년 8월까지 활발한 선교활동을 펼친 신자들을 위한 선교대상 시상식도 겸한다.
허신부는 100주년 사업을 추진하면서 보여준 교구 사제들과 신자들의 화합된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전하면서 마지막까지 기도와 노력으로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남기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2천년 대희년을 목전에 둔 우리 모두는 주님의 사랑안에서 일치·화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선교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싶은 이 시기에 모든 우리 이웃들에게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도록 앞장서야죠』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