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모든 것을, 행복까지도 살 수 있다는 물신숭배는 현대 사회의 우상 중 하나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돈, 재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할 피룡가 있다. 돈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세번에 걸쳐 살펴본다.
"'왕초보'도 돈 버는 실전 투자 가이드" "열받은 증시. 돈, 돈이 몰린다" "주식투자 모르면 '왕따'" "5억원 경품, 아파트 자동차 다이아몬드"
흡사 전국이 주식 객장이 된 듯하다. 아무리 들어도 알 듯 말 듯한 주식투자 용어들이 난무하고 단 1개월만에 수익률 30%를 넘는다는 등등 증권사와 펀드 광고들이 대문짝만하게 신문지면을 채우고 있다.
말그대로 '주식'을 모르면 '왕따'다. 하릴없이 월급봉투만 아내에게 던져주는 '욕심 없는' 가장은 80년대 부동산 투기바람과 맞먹는 작금의 재테크 열풍이 낯설기만 하다. 재테크의 지혜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존경받는 미덕이 됐다. 그리고 노동의 신성함은 퇴색했다.
재화 획득이 최고의 능력(?)
도덕과 윤리를 한꺼풀 벗겨내면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가 최대의 관심사인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화 획득은 최고의 능력 중 하나로 평가된다. 첨단 기술로 엄청난 재산을 벌어들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소프트뱅크 손정의가 요즘 젊은이들의 우상이다. 성취감과 야망, 명예는 항상 '돈'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 어찌 보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사실 돈, 재화는 개인과 사회에 절대적이다. 돈이 없으면 의식주를 어떻게 해결하겠으며 천정부지인 아이들 교육비는 어찌 감당하겠는가. 한끼 밥을 먹어도 풀밭인 식단과 산해진미 중 가능하다면 후자를 택하려 하지 않겠는가. 현실이 이러니 '돈벌이'에 관심이 있고 돈을 좋아하는 것을 욕할 수도 없다. 교회는 사람이 정직하고 유용하게 사용하는한 자신의 재산을 모으고 사용하는 것에 대해 결코 비난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수단'인 재화가 '목적'이 되는데 있다.
“수단이 목적으로”
행복하고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 재화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돈 자체가 갖는 엄청난 위력에 집착함으로써 수단은 목적으로 가치가 전도된다.
얼마전 한 라디오 방송사가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행복 자체는 아닐지라도 돈이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보편화된 것이다. 지난해 충격을 주었던 사건들이 있었다. 보험금을 노려 아들의 손가락을 자른 아버지, 요구르트에 독극물을 넣어 아들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아버지, 남편을 살해한 아내 등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위험한 가치의 전도이다.
IMF 이후 거의 배 가까이 늘어난 생계형 범죄와 단순절도범은 차라리 안쓰럽기까지 하다. 국가 경제 위기 이후 오히려 수익이 늘어난 부유층 일부는 이미 인간적 품위를 유지하기에 지나칠 만큼 재화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뇌물, 탈세, 부정축재, 투기 등 온갖 방법으로 '재테크'에 몰두한다. 일부 부유층의 이러한 행태는 서민들의 분노를 불러오고 지존파나 막가파 같이 가진 자에 대한 분노가 극단적으로 표출되기에 이른다.
재화는 하느님의 선물
예수 그리스도는 부자 청년에게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당신을 따르도록 원하셨다(마르 10, 17~22). 재물에 탐닉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헛된 것인지를 '어리석은 부자' (루가 12, 16~21), '부자와 가난한 나자로의 비유' (루가 16, 19~31) 등을 통해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예수는 무소유의 정신을 모든 이들에게 원하지는 않았다. 부자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물적인 도움도 받았다. 베드로도 배를 소유하고 그 배로 고기를 잡았다(마르 4, 35~41 6, 45~52).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도 사유재산과 이윤의 추구를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재화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다. 그것도 최소한이 아니라 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충분히 재화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모든 사람은 자신과 가족들을 위하여 넉넉한 재화를 소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말했다('현대 세계의 사목헌장', 69항).
하지만 하느님의 선물로서 재화를 획득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땀흘려 일한 정당한 노동의 기쁨을 알고 과도한 사행성 투기에 몰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가톨릭 윤리학자나 사회교리 전문가들은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재산을 증식하는 것을 문제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사행심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며 "땀흘려 일해 그 노동의 댓가를 얻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하느님의 선물인 재화와 물질의 풍요를 누리는 것은 허용될 뿐만 아니라 권장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회는 재산권과 소유권을 절대적으로 양보할 수 없는 개인 권리로 보지 않는다. 재화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으로서 그 사용권은 모든 이의 공동 권리이다. 따라서 개인의 돈이라도 만인을 위해 사용한다는 기본정신을 규정하고 있다(교황회칙 '노동하는 인간' 14).
◆ ‘돈’에 관한 격언들
※ 악의 근원을 이루는 것은 돈 바로 그것이 아니라 돈에 대한 애착이다. … 스마일즈
※ 자기 생활에 필요한 만큼 가지고 있을 때는, 그 이상의 돈이 많고 적고 간에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 영국 격언
※ 금전은 무자비한 주인이지만 유익한 종이 되기도 한다 … 유다 격언
※ 재산을 많이 가진 자가 그 재산을 자랑하고 있더라도 그가 그 재산을 어떻게 쓰는지를 알때까지 그를 칭찬해서는 안된다 … 소크라테스
※ 부는 분뇨와 같다. 그것이 축적되어 있을 때는 악취를 풍기고 뿌려졌을 때는 흙을 기름지게 한다. … 톨스토이
※ 미련한 사람은 속이 비었으니 손에 돈이 있은들 어찌 슬기를 사랴 … 잠언 17,16
※ 부자인지 아니를 판가름하는 것은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있지, 얼마를 버느냐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 영국 격언
※ 돈의 가치를 알고 싶으면 돈을 꾸러 가 보라 … 프랭클린
※ 무거운 돈 지갑을 무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이스라엘 속담
※ 그리스도도 돈 때문에 배반당했다. … 그리스 속담
◆‘화폐(돈)의 변천사’
가장 오래된 화폐 기록은 4500년 전 것
BC 7세기 라디아 왕국 주화 최고
11세기 중국인들 처음 지폐 사용
‘전자화폐’ 상용 사회 멀지 않아
돈, 즉 화폐의 역사는 초기 선사 시대까지 올라간다. 오늘날 사람들은 대부분 동전, 지폐, 플라스틱 카드, 그리고 예금 등을 화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과 몇백년 전만 해도 깃털, 돌, 구슬, 그리고 조개 껍데기 등을 화폐로 사용했는데 이런 것들이 그 당시에는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이었기 때문이다.
화폐가 처음 사용되던 정확한 시기는 알려져 있지 않다. 화폐에 관한 가장 오래 된 기록은 약 4500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 것이다. 쐐기 문자로 기록된 비문에는 은의 무게에 따라 교환이 이뤄졌다고 적혀 있다. 그 이후로 세계 각처에서는 금속의 무게를 달아 화폐로 사용했고 동전이 발명되었다.
가장 오래 된 주화는 기원전 7세기경에 라디아 왕국(현재의 터키)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라디아인은 호박금(금과 은의 합금) 덩어리를 화폐로 사용하였는데, 표면에 무게와 교환 가치를 증명하는 그림을 새겨넣었다.
그후 다른 나라에서도 금속 화폐를 일정한 형태로 표준화하는 방법들이 시도되었다. 남부 러시아와 이탈리아의 구리 덩어리, 중국의 청동 도구와 조가비, 타이의 은고리, 일본의 은박대기 등이 그 예이다.
인쇄한 종이를 화폐로 이용함으로 얻게되는 이점을 처음으로 인식한 사람은 중국인이다. 10세기경에 중국 정부는 무게에 비해 별로 가치가 없는 철주화를 발행하였는데, 사람들은 주화를 상인에게 맡기고 대신 상인들이 써준 수령증을 사용하였다. 이에 따라 11세기 초에 중국 정부는 이 일을 상인들에게 인수하여 공식적인 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수령증을 인쇄하였으며, 더 나아가서 수령증에 일정한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후 17세기와 18세기를 지나면서 전세계에서 지폐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폐는 은행권과 주화의 형태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정보통신 및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신용카드, 전자 자금이체 등 현금대체 결제수단의 이용이 더욱 보편화되면서 머지 않아 「전자화폐」가 현재의 은행권과 주화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여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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