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한켠에서 새어나오는 작은 불빛 하나.
늦은 밤 콘테이너 작업실에서 누군가가 무엇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빨간 앞치마를 두른 그 주인공은 김옥수 신부(부산 다대본당 주임).
조그만 작업실엔 초, 십자가, 성모상, 이콘, 그리고 공구들이 가득하다. 이것는 김옥수 신부가 25년간 온간 정성을 다 쏟아부은 재산목록(?)들이다.
신학생 시절 독일 어느 수도원에서 양초공예작업을 보고 호기심에 따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이젠 일상이 돼버렸다.
처음 초를 만들 때 서툰 솜씨탓에 손은 영광의 상처(?)로 가득했다. 여러 번의 실패 때문인가? 이제는 파라핀을 녹일 때도 눈짐작만으로 온도를 가늠할 수 있다. 특히 나무조각과 달라서 칼질이 조금만 빗나가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까다로운 초공예에 어느 정도 이력이 쌓였다.
유달리 손재주가 많던 김신부는 초공예 뿐 아니라 성모상, 십자가, 이콘 등 이제 거의 모든 성물들을 다룬다. 김신부가 몸담고 있던 성당에는 초는 물론 십자가의 길, 성모상, 십자가 등 곳곳에 그의 손길이 배여있다.
『지금껏 작업활동을 해온 것을 되돌아보면 성물 제작 작업이 저의 사제 생활을 다잡아 주었고, 지금의 저를 있게 한 하느님의 무언의 보호인 것 같습니다』
김신부의 성물제작에 대한 열정 또한 남다르다. 한번은 십자가의 예수를 표현하기 위해 본당 청년 한명을 실제로 매달아 놓고, 그 표정을 담아냈다. 그래서일까? 김신부의 십자가상을 보며 사람들은 『예수님의 모습이 너무나 애처러워 보인다』고 말한다.
그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좋고, 자신의 작품을 보는 이들이 그 안에서 주님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김신부. 그래서 틈만 나면 작업실로 향하는 그에게 요사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짐이 생겼다.
현재 조립식성당에서 새성전을 지어야 하는 것. 마냥 신자들에게 부담을 주기 보다 김신부는 주어진 달란트를 쓰기로 작정했다. 그 목표는 성전건립기금 1억원 마련. 신자들에게 좋은 집을 지어주기 위해 또한번 자신의 예술적 혼을 불태우려고 한다.
사목활동을 뺀 나머지 시간을 작품활동에 바치는 그의 머리 속에는 「어떤 작품을 만들까 하는 구상」으로 가득하다. 그러다보니 자연 잠이 부족해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오늘도 자신의 양떼를 물가로 이끌어 「안식」을 주기 위한 목자처럼 김신부는 콘테이너 작업실 한 구석에서 밤을 지새우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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