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테아라고 하는 예비 수녀님은 목단강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성당 활동을 하다가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수련을 위하여 한국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단히 반가운 만남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개산돈이라고 하는 작은 공소를 찾아갔다. 두만강을 왼편에 두고 약 한 시간 정도 가니 작은 도시가 나타났다. 대여섯 개의 큰 공장들이 서 있는 도시였는데 제지 공장들이라고 한다. 그곳에 얼마 전에 신자들이 모여서 작은 공소를 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공소 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분은 박데레사라고 했는데 공산당원으로 많은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을 당에서 도와준다고 하였다. 아주 활발한 여장부로 보였는데 여기에서 실제로 전교 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금년 부활에도 10명 이상 세례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우선 자신의 집에서 공소 예절을 보고 있었으나 빠른 시일 안에 공소 건물 하나를 마련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였다. 우리 돈으로 천만원 정도 가지면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도움을 청하기도 하였다.
작은 용돈을 주고 열심히 기도하면 다 이루어 주실 것이라고 말하고 가지고 간 일단 묵주 50개를 나누어주고 연길로 돌아오게 되었다.
두만강을 끼고 30m 정도 강 너머에 있는 북한 땅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깊은 감회에 젖어 들었는데 지척에 두고도 우리 나라 땅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 민족이 너무도 불쌍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연길에 돌아오니 어느덧 시간은 7시를 넘고 있었다. 오늘은 모란봉 식당을 찾아갔다. 역시 평양 사람들이 나와서 접대하는 식당이었다. 식사 후 호텔로 돌아오니 밤 9시가 넘어 있었다. 오늘 하루도 참으로 은혜롭고 감사한 하루를 보냈다.
넷째 날 (3월 15일, 월요일)
오늘 일정은 좀 멀리 가게 되어 있었다. 어제 갔던 도문에서 다시 200리 길을 더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 하였다.
8시 반에 차가 와서 다 함께 다시 도문으로 향하였다. 도문에 도착하여 전 회장님을 만나 오늘 훈춘으로 해서 경신 공소까지 다녀오면 밤이 늦을 것 같으니 미리 호텔에 방 4개를 예약하여 달라고 말씀드리고 훈춘으로 출발하였다.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오른편에 두만강을 두고 한 시간 가량 가니 훈춘이라는 도시가 나왔다. 상당히 큰 도시였다. 여기에는 이쁘게 지어진 성당이 있었다. 천 평이 넘는 성당 대지와 성당을 가지고 있었는데 문화혁명 때에 다 빼앗기고 10만 위안을 받아 이곳으로 쫓겨나서 새로이 지은 성당이라고 한다.
그나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신자들이 다시 모일 수 있도록 정부에서 이렇게 허가하여 주었으니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서울에서 파견되어 계시는 사르트르 수녀원의 헬레나 수녀가 나타나서 아주 반갑게 만나 뵈었다. 수도복을 벗고 평복을 입고 있어서 처음에는 몰라 보았으나 내가 여의도에 있을 때 병원에서 자주 만나던 수녀님이었다. 성당 옆에 꽤나 큰집을 사서 거기에 할머니 세분을 모시고 살고 있었다. 집도 아주 잘 꾸며 놓았다. 날씨가 몹시 추웠는데도 성당에 불기가 전혀 없었다. 미사 후에 알아보았더니 사순절이 시작되면서 설치하고 있던 난로를 떼어 버렸다고 한다. 조금 춥더라도 이렇게라도 고행을 해야 하느님 앞에서 보속을 다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씀이었다. 이분들의 이러한 희생과 고행이 이 땅에 하루 속히 신앙의 자유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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