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는 여든 일곱 살이 되신 박용진(이시도로) 회장님께서 모든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이끄시고 계셨는데 회장님께서는 1920년대에 덕원 수도원에서 나오셨던 신부님을 도와서 성당 일을 하여 오셨다고 한다. 지금은 그 아드님께서 본당의 모든 일을 맡아서 하시고 계셨고 성당 안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시고 계셨다. 일대에 있는 모든 신자들을 다 불렀다고 한다. 일단 묵주를 나누어주려고 하니 150개는 있어야 한다고 해서 숫자만큼 주고 나니 다른 곳에 나누어 줄 묵주가 다 없어지고 말았다.
요즘 그곳에서 새로이 개발된 음식이라고 하는데 꼬챙이에 양고기나 쇠고기를 꿰어서 구워 먹는 음식으로 점심을 때우고 경신 공소를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가지고 한참 논의하였는데 경신까지 다녀오면 너무 시간이 늦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락이 되었으면 신자들이 기다릴 텐데 가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가는 길에 새로이 마련된 공소가 있으니 거기만 다녀오자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새로 된 공소가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 반석 공소라고 한다. 베드로 반석이냐 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 일단 반석 공소에 가서 결정하자고 하고 새 공소를 향하여 떠나갔다. 그러나 막상 가서 알아보니 반석이 아니고 판석(板石)공소였다. 한자를 거기에서는 반이라고 발음하는지도 모르겠다. 30명 정도의 신자들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잠시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서 경신에 연락할 길이 있느냐 물었더니 공소에는 전화가 없어 신자 집에 연락을 하여 보니 통화가 안된다고 하면서 아마 다 공소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가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말하고 같이 가자고 하였다. 정말 힘든 길이었다. 우리 차를 가지고 이 높은 산을 넘어갈 수 있겠는지 의심스러웠다. 연길에서부터 메타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아주 고물 차였기 때문이다. 해발 2000 미터는 족히 될만한 높은 재를 몇 개 넘어서 다섯 시가 넘어서 경신(敬信) 공소에 도착하여 보니 많은 신자들이 모여서 기다리다가 한시간 전에 모두 헤어졌다고 한다.
여기가 또한 우리 교회사에서 특별히 기억되어야 하는 공소라고 말한다. 지토마 회장 말에 의하면 1901년 여기에서 처음으로 미사가 봉헌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박이시도로 회장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김대건 신부님께서 경신까지 오셔서 입국하시려고 하셨다고 말씀하신다. 바로 두만강과 접하고 있는 중국 땅이기 때문에 그 당시 150여년 전에 여기에서 한겵煞?무역이 있었다고 말씀하신다. 지금도 가끔 북한 주민과의 연락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부터 북간도 땅에 복음이 전하여 졌다고 하는데 지금 훈춘에 살고 있는 모든 신자들의 선조들이 여기 출신들이라고 한다. 이 지방 최초의 성당이 이곳에 있었을 것이고 박회장도 물론 여기에서 신부님을 모시고 활동하셨을 것이다.
여기에서도 오래 전에 성당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헐리고 없어졌으며 작은 땅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개신교 어느 목사님이 교회를 지으면서 성당 땅을 모르고 사용하셨다고 한다. 그 후에 문제가 되어 그 목사님께서 소유하고 계셨던 현재의 이 땅, 시내에 가깝고 대지가 약 800평이나 되는 땅으로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아주 잘된 일이었다.
그러나 공소 건물로는 너무나 좁은 집을 이용하고 있어서 이곳에 가능하면 공소 하나를 지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남은 묵주를 나누어주고 열심히 함께 기도하자는 말을 남기고 다시 도문으로 돌아왔다. 세시간은 걸려서 밤 9시가 넘어서 도문에 도착하였다. 전호성(분도) 회장님께서 그 때까지 기다려 주셨다. 다시 식당에 가서 뀀 고기를 먹고 돌아오니 아주 좋은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참으로 감사하게 지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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