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6일로 제5회를 맞은 「농민주일」의 가장 핵심적인 전망은 도시와 농촌이 하나의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이다. 지난 1996년 한국교회는 농민주일을 제정하고 모든 신자들이 농촌 문제를 단지 사회 일부 계층의 문제로서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들, 즉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하나의 공동 운명체라는 의식을 갖도록 권고했다.
한국교회는 또 이에 앞서 지난 93년말 우르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을 앞두고 쌀 개방 문제를 중심으로 우리 농업의 위기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듬해 춘계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천주교 본부를 결성했다.
농민과 농업 현실에 대한 이러한 자각을 통해 한국교회는 구체적으로 도농 공동체 운동을 가장 주요한 농촌 살리기 운동의 방안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도농 공동체 운동은 그에 앞선 90년부터 가톨릭 농민회 등을 통해 중점적인 과제로 추진돼 왔었다.
도농 공동체 운동의 현황
하나의 공동 운명체로서 도시와 농촌이 연대와 공생을 이루고자 하는 도농 공동체 운동은 한국교회가 이미 오래전부터 깊은 관심을 갖고 추진해왔던 과제였기에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해만 해도 각 교구별로 도시의 「생활 공동체」가 30여개 이상 신설돼 전국적으로 총 200여개가 넘는 도시 생활 공동체가 성립됐다. 도시 「생활 공동체」는 소비자 공동체로서 각 본당을 중심으로 생산자 공동체로서 우리농촌살리기마을, 즉 우리농마을과 함께 도농 공동체 운동의 주체이다.
상설 직매장도 서울만 30여개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매주 또는 격주로 주일을 이용해 우리 농산물을 판매하는 주말장터도 올해 서울대교구가 70여개를 넘어섰다.
생산공동체로서 우리농마을도 지난 한 해 동안 꾸준하게 늘어나 원주교구 5개, 전주교구 2개, 광주교구 1개, 부산교구 1개 공동체 등이 추가로 선정돼 지난해말 현재 총 120여개 이상을 헤아리고 있다.
이러한 꾸준한 증가세는 우리농본부가 설립되고 농민주일이 제정 되면서 가농 등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도농 공동체 운동이 더욱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농 직거래와 도농 결연 등의 형태를 갖는 도농 공동체 운동은 여전히 저변의 확대가 요구되고 있으며 아울러 단순한 먹거리 유통의 차원을 넘어서는 질적인 도약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전망과 과제
먼저 도농 공동체 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주체의 하나인 소비자 공동체로서 도시 생활 공동체와 생산자 공동체인 우리농마을이 광범위하게 확산돼야 할 것이다.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활 공동체나 직매장 등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는 여전히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타 교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농촌 문제에 대한 관심과 공동체 운동에 대한 열의가 적은 서울대교구 우리농본부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올해 역점 사업 중 하나를 도농 공동체 연대교류 활동에 둘 계획이다.
도농 공동체 운동의 또 다른 과제는 단순한 직거래에 그치지 않는 참된 도농 공동체의 형성이다. 보다 책임감 있는 생산과 소비의 기반으로서 도시와 농촌 본당 및 공소와의 자매결연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책임 의식을 동반하는 공식적인 자매 결연은 상당한 본당이 부담감을 갖는 경향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도농 공동체 운동을 통해 도시와 농촌이 참된 유대를 갖고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서 유지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물적 교류만이 아니라 인격적 이고 공동체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교류가 바탕이 돼야 한다. 따라서 단지 농산물을 팔고 사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를 넘어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참여와 관심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모든 과제들은 농촌살리기운동, 농촌과 농민 문제, 먹거리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 즉 그저 본당 제 단체의 기금 마련을 위한 농산물 장터라는 인식에 그치지 않고 생명이 살아나는 생명, 환경 운동 으로서 우리농 살리기 운동을 받아들이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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