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논일을 하고 아침식사 후에는 농장에 가 고추, 콩, 참깨, 들깨, 방울토마토 등 여름작물들을 재배하고 곧 시작할 버섯재배 준비를 위해 하루종일 구슬땀을 흘리며 농사짓기에 열중한다. 지난 9월 귀농한 최윤창(바오로.경북 성주군 가천면 용사리)씨의 농촌생활 하루일과다.

최씨는 시골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농사일을 해본 경험도 없다. 91년부터 푸른평화,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대구대교구본부에서 환경관련 일을 한 것이 귀농의 계기가 됐다. 향후 땅을 지킬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고 내 손으로 일궈낸 먹거리를 자급자족해야겠다는 생각에 귀농을 결심했다.

귀농에 뜻을 가진 최씨의 의사를 아내는 적극 환영했다. 많은 준비가 미흡했지만 지난해 귀농을 마음먹게 된것도 아내의 힘이 컸다. 그러나 농촌에 정착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당장의 수확없이 지속적으로 땅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자금도 여유롭지 않았고 융자받은 귀농자금 만으로 정착하기도 힘들었다.

도시와는 다른 생활패턴과 도시생활의 도피정도로만 생각하는 주위 시선 또한 힘들었다. 그러나 최씨는 결코 쉽지만은 않은 생활이지만 이제는 어느새 적응을 했고 거짓없는 땅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가진 것 없이 시작한 농촌생활이지만 현재는 도지를 받은 일곱 마지기의 논과 지난해 개간한 잘 아는 분이 제공한 3000여평의 땅은 최씨네 가족이 먹을 것을 자급자족하고 시장에 내놓을 약간의 작물은 된다고 한다.

지난해 귀농하자마자 최씨가 처음 시작한 것은 버섯재배. 보기좋게 실패했다. 28%의 성공률 밖에 안되는 버섯재배는 농작물 재배중 가장 어려운 작물인데다 사전지식과 버섯재배에 대한 준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올 여름에 다시 지난해 실패를 토대로 버섯재배를 준비중이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올해는 잘 할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최씨는 현재 자신의 생활을 귀농이라기 보다는 농촌생활을 배우고 익히는 체험 단계라고 말한다. 우리 땅에 적응하고 땀 흘리는 노력을 배우며 농사일을 익히고 있는 중이라고. 농촌생활에 완전히 정착하려면 적어도 3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한다.

최씨는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우리 땅을 지키겠다는 기본 인식을 가지고 되돌아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먹거리의 기본이 되는 논농사를 책임질 사람이 없어집니다. 식량생산을 기본으로 하고 시설재배를 한다는 의식을 가지는게 제일 중요합니다』

노령화된 농촌에 젊은이들이 귀농으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땅을 지키겠다는 의식없이 귀농한다면 우리 농업의 기반자체가 위험할 것이라고 최씨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어본다.

아무런 준비없이 시작한 농촌생활을 이제 조금씩 몸으로 익혀가는 최씨지만 우리 땅을 지키겠다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다. 처음 하는 일이지만 힘든 줄도 모르겠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너무나도 좋다고 한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노력하고 땀 흘린 만큼 수확을 하게 되지만 현재의 농산물 유통경로, 가격, 제도적 불합리성들이 농민들을 힘들게 합니다』

거짓없는 자연처럼 우리의 불합리한 제도가 변화되기를 바라며 내년에는 돼지도 몇마리 키워보겠다는 최윤창씨의 다짐은 이제는 익숙해진 농군의 희망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