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날 (3월17일 수요일)
오늘은 발해유적지를 관광하는 날이다. 거기 공소에서 특별히 음식을 준비하여 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7시쯤 일어나서 8시 미사를 봉헌하기 위하여 성당으로 향하였다.
고 신부님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였다. 모든 신자들이 오랜만에 우리말로 미사를 드리니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오늘 복음에서 선한 일을 한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들어 갈 것이고 악한 일을 한 사람은 단죄 받는다는 말씀대로 우리는 참 생명에 들어가기 위해서 지금 살고 있는 것이니 열심히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자고 말씀드리고 미사를 끝냈다.
미사후에 권 회장님께서 신자들에게 좋은 말씀을 하시는 중에 주위가 조금 소란하더니 권 회장님 말씀을 그쳐달라고 해서 무슨 일인가 하였다. 잠시 후에 중국 경찰이 와서 무슨 조사를 한다고 한다. 중국 법에 의하면 외국 사람이 와서 강연을 못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그냥 조용히 끝나려니 하였는데 일이 점점 커져 갔다. 본당 조 회장님께서 경찰과 함께 나가셨고 얼마 후에 우리 여권을 모두 가져오라고 하는 연락이 왔다. 권 회장님께서 알고 있는 일행의 이름을 적고 여권을 주어서 보냈다.
점점 일이 복잡하게 되어 가는 것 같다. 오늘 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것 같다. 우선 간단하게 아침을 나누어 먹었다. 수녀님들이 걱정이 되셔서 묵주기도를 드리기 시작하셨고 우리는 할 일 없이 그냥 무슨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아무 연락도 오지 않고 시간은 열두 시를 지나고 있었다. 점심까지 또 지어서 먹을 준비를 해야했다. 한 시쯤 되어서 조 회장님이 돌아오셨다. 우리 전부를 서에서 부른다는 것이었다.
눈을 맞으면서 미끄러운 빙판 길을 걸어서 경찰서를 찾아갔다. 이번에는 담당 형사가 아마 점심을 들기 위하여 밖으로 나가서 조사를 받을 수가 없었다. 두 시간을 경찰서 복도에 서서 기도하면서 기다리니 형사가 돌아왔다. 나를 보더니 나만 따로 부르는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무슨 조사를 하려고 했지만 나는 담담하였다.
첫 번째 질문에서부터 내가 걸려들었다. 몇 사람이 왔느냐고 물어 보기에 여덟 사람이 함께 왔다고 했더니 그럼 왜 여권은 여섯 사람 것만 보냈느냐고 따지는 것이었다. 여권을 가지러 왔을 때 두 사람이 우리와 함께 있지 않았다고 대답해서 겨우 난처한 시간을 넘겼다.
그러면 무엇 하러 왔느냐하고 또 물었다. 단순히 중국 구경하러 왔을 뿐이다 하였더니 이 추운 겨울에도 구경하러 다니느냐? 다른 무슨 일이 있어서 온 것 아니냐 하면서 다그친다. 좬글세 말입니다. 아직까지 이렇게 춥군요. 이렇게 추울 줄은 몰랐습니다좭하고 대답하니 돈은 왜 가져왔느냐? 하고 말한다.
자연히 좀 길게 대답하게 되었다. 여기서 지금 성당을 짓고 있는 사실을 다 알지 않느냐? 돈이 다 떨어져서 공사를 중단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 성당의 신자들이 모금을 하였다. 그래서 가지고 와서 전해주었다. 어떻게 그러한 사실을 알았느냐? 여기서 살고 있는 신자가 지금 나와 함께 서울에서 살고 있다. 그 여자 이름이 무엇이냐? 몇 살이나 되었느냐? 이름은 이명자인데 나이는 40 좀 넘었다. 그 여자가 당신 부인이냐? 아니다. 신부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 여기 성당의 조 회장님 부인이 지금 서울에서 나를 도와주고 있다. 조금 표정이 바뀌더니 한가지 아직 잘못한 것이 있는데 왜 입국 신고를 하지 않았느냐, 24시간 안에 경찰서에 입국 신고를 해야 하는데 몰랐느냐?
무슨 말이냐? 중국에 들어 올 때 심양 공항에서 이미 입국 수속을 다 마쳤다. 또 무슨 신고가 필요한 것이냐? 각 성에 들어 갈 때마다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면 아주 잘 됐다. 지금이 꼭 24시간이 되는 시간이니 지금 신고하겠다. 그래도 벌금은 내야한다. 한 사람에 500위안이다. 벌금을 꼭 내야한다면 여기 조 회장님과 상의해서 내겠다. 그제서야 조사서에 한 장 반정도 한자로 한참 적고 나서 내 이름을 한자로 적으라고 한다. 내 이름을 다 적고 나니 수고했다고 하면서 나가자고 한다. 우리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데려오더니 여권도 내 주고 압수하여 갔던 돈도 다시 다 내어 주었다. 초조하게 기다리고 계셨던 고 신부님께서 안도의 웃음을 지으셨다.
별로 좋지 않은 날이었지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날이었다. 밤 열두시가 다 되어 각자 숙소로 돌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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