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째 날 (3월19일 금요일)
요셉 성인 대축일이다. 10시에 미사를 봉헌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8시쯤 일어나 식당에 가서 아침을 들었다. 계란 프라이 하나 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달걀이 없어서 안된다고 말한다. 찐빵 두 개와 가지고 간 커피로 아침을 때우고 나서 눈을 맞으며 미끄러운 얼음길을 걸어서 성당으로 갔다. 아주 신기한 것을 보았는데 인도에까지 소형 버스들이 올라와서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었다. 찻길이 너무 막혀서 그런가 보다.
주임 신부님 방에 우리들의 짐을 다 놔두고 잠을 자러 갔었는데 성당에 돌아오니 신부님께서 열쇠를 잠그신 채 외출을 하셨다고 한다. 꼼짝 못하고 복도에서 기다리면서 연락 오기를 기다렸는데 도무지 아무 곳에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미사를 먼저 봉헌하였다. 60명 정도의 신자들이 함께 미사를 드렸다. 미사를 드리고 나니 보좌 신부님께서 들어오셨는데 다행스럽게도 주임 신부님 방 열쇠를 가지고 계셨다. 당신은 병자성사를 주고 오시는 길이라면서 또 한 분 할아버지 신부님이 계시는데 이 노인 신부님이 아침에 열쇠를 맡아 기다리기로 하셨는데 어디에 나가셨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잠시 보좌 신부님과 함께 여러 신자들이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여기 주임 신부님께서 오늘 날짜로 새 교구장으로 임명 받으셨다고 알려 주었다.
중국의 교구장은 교황청에서 임명하는 것이 아니고 정부에서 임명하고 교황청에서 추인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었는데 새 교구장님은 로마에 가시어 2년 가까이 유학을 하고 돌아오신 분이다. 앞으로 교회와 정부와의 관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원하였다.
2시 50분 발 심양행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여러 신자들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공항으로 나왔다. 승합차를 한 대 빌려 공항으로 나가는데 너무 많은 신자들이 함께 가고자 해서 자리가 부족했다. 억지로 끼어 앉아서 한 시간 정도 가는 길에 함께 간 박 마티아의 부인 이 데레사가 성가를 한참 가르쳐줘 재미있게 공항까지 갔다.
12시 반쯤 해서 공항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기 위하여 식당을 고르는데 작은 문제가 생겼다. 2층 식당으로 올라가서 다 오라고 하였지만 하얼빈 신자들이 너무 머뭇거리며 올라오지를 않고 있어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여기는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래층에 멀리 분식 식당이 보이는데 그리로 가자는 것이었다. 신자들의 말을 따라서 분식집에 들어 가 우동을 시켰는데 아마 스무 그릇은 시켰을 것이다.
중국에 살고 있는 모든 우리 신자들이 얼마나 가난하게 살고 있는지 새삼 느껴진 자리였다. 스무 명이 다 먹고 나서 계산을 하니 500위안도 채 되지 않았다. 우리 돈으로 5만원 정도의 값이었다. 짐을 챙겨서 공항에 나가니 60명 정도 타고 가는 쌍발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 국내 비행기는 대부분 작은 쌍발 프로펠러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공항 밖으로 나와 택시를 불러 타고 정창 호텔로 찾아 들어갔다.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이 호텔을 이용한다고 한다. 조선족 사람이 운영하는 호텔이라고 한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서 방을 얻으려고 하니 방이 없단다. 할 수 없이 아래쪽에 한성 호텔을 찾아가니 방이 있다고 한다. 6시에 모두 아래층에 모여 식당을 찾아갔다. 서울 분위기와 조금도 다름없는 10개도 넘는 한국 식당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시장으로 들어갔다. 권 회장님 내외분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니 조선족 아가씨들이 우리말을 하면서 접대하고 있었다. 호텔에 돌아와서 조금 일찍 쉬기로 하였다. 여기 심양에서도 한국 방송이 텔레비전에서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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