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가 국제 까리따스를 통해 각국 까리따스에 전달한 서한은 북한 지원 모금액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 때문이다.
국제까리따스 모금, 7월 현재 올 목표액 대비 17% 불과
올해 국제 까리따스의 북한 지원 사업 목표액은 361만2000불. 하지만 상반기를 넘긴 7월초 현재 모금된 금액은 전체의 17%인 61만불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지난 5월 로마에서 열렸던 북한 지원 관련국 회의 이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상징적인 의미에서 5만불을 지원했고 한국 까리따스가 20만불을 지원한 것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전에 북한에 대해 지원을 해오던 유럽 등의 선진국 까리따스로부터의 추가 지원은 매우 미미한 상태이다. 이처럼 국제적인 지원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는데 첫 번째로 이러한 모금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원조피로현상(Funding Fatigue)' 이다.
대개 어떠한 긴급 구호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 초기에 활발하던 모금이 4년 이상 지속되면 모금액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사람들의 관심도가 함께 떨어지게 된다.
북한의 경우 지난 94년부터 계속된 식량 위기에 이듬해 대홍수 등으로 국제사회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음으로써 지난 몇 년간 대규모 아사의 비극을 최소한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둘째로 최근 남북한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 관계 긴장 완화와 국제 정세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이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 화해 무드와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
그리고 이에 따른 미국과 일본 등의 지원이 예상됨으로써 앞으로 북한 지원 문제는 한국은 물론 미겴舅? 주로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유럽 국가들이 전망하는 듯하다.
또 내전과 홍수, 가뭄 등 이미 만연한 재해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대한 긴급 지원과 함께 아직도 많은 과제를 남기고 있는 코소보, 최근 들어 극심한 분쟁 상황에 휘말려 있는 인도네시아 등에 대한 지원에 더 많은 관심과 비중이 쏠리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 50년만의 극심한 기근으로 농작물 피해 예상
지난 6월 7일 유엔개발기구(UNDP)의 평양 대표인 데이빗 모튼은 북한 식량 사정이 호전되고 있기는 하지만 위기를 넘긴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7월에 발표된 세계식량기구(WFP) 평양 사무소 보고서도 최근 북한의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외부 원조가 시작된 후 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개선된 것이 사실이지만 올 들어 50년만에 처음이라는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어 그 피해가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 이후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아 주요 생산 작물인 옥수수의 피해가 심각하고 하천과 개울, 저수지의 수위가 너무 낮아 논농사의 대량 피해가 예상된다.
이상 기후의 결과로 인해 함경남도와 강원도 저지대에 병충해가 발생했고 농업 전문가들은 50만톤으로 예상되던 올해 옥수수 수확량 중 40만톤 정도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의 식량 배급 체제(PDS: Public Distribution System)를 보면 이미 기근이 시작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 동안 1인당 하루 200g씩 지급되던 식량 배급이 5월 들어서면서 150g으로 줄었고 6월 23일부터는 그나마도 완전히 중단됐다고 한다. 150g이라면 멀건 죽 한그릇을 끓일 수 있는 양이며 한 사람이 세 끼니를 겨우 때울 수 있으려면 적어도 700내지 800g은 되어야 한다.
국내 관심도 줄어드는 추세
대북 지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비단 해외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지원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상회담, 이산가족, 경제협력 등이 주된 이슈로 등장하면서 오히려 대북 지원의 당위성과 긴급성이 퇴색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는 각국 까리따스에 보낸 서한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장주교는 "남북한의 두 정상이 만나 북한에 대한 낙관론이 펼쳐지고 있지만 북한에서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구체적인 조처는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며 "남북한의 화합과 평화적 통일의 첫 번째 단계는 인도주의적 지원" 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등 대북 지원 관련 단체에서도 원조피로현상이 국제적 지원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모금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민화위의 경우만 해도 가장 많은 모금액을 기록한 97년에 비해 98년에는 3분의 1 가량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또다시 98년 모금액의 3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기존 회원들의 회비와 함께 각 본당 등에서 매월 한차례씩 단식을 통해 기금을 모금하는 등 지속적인 모금활동에 주력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몇 년 동안 지속되는 성금 모금에 대한 호응도가 떨어지고 있어 홍보를 강화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장봉훈 주교 서한 전문(번역)
한국주교회의와 한국 까리따스는 우리 형제인 북한 동포들을 위해 제공한 여러분들의 도움과 지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00년 대희년을 맞아 저는 여러분들과 국제 까리따스 회원국 여러분들에게 북한 동포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달라고 호소를 드리고 싶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영양실조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어린이들, 병자들, 여성과 노인들은 가장 극심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식량, 보건과 농업생산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북한 당국은 우리들에게 『우리는 여전히 국제 까리따스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식량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왔습니다. 남한의 김수환 추기경이 홍콩 까리따스에 보낸 편지에서 지적한대로 원조는 그리스도교적 연대의 표시이며 계속되어야 합니다. 원조를 중단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게 됩니다. 남북한 양국 지도자간의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순간이었으며 모든 한국 국민들의 미래를 위해 희망적인 징조이기는 하지만 정상회담은 북한의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행동까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굶주림과 질병, 쇠약함은 더 이상 아름다운 말이나 행동을 필요로 하지 않고 즉각적인 도움만을 필요로 합니다. 식량, 의약품의 지원은 생명을 구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인도주의적인 북한 지원은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한 첫 번째 단계라도 굳게 믿습니다. 구체적인 행동없이 이러한 말들은 공허합니다. 우리는 모두 북한에서 일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95년부터 북한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해온 국제 까리따스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능력을 믿습니다.
한국 까리따스는 한국 교회와 함께 국제 까리따스 회원 여러분들의 지원에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물론 우리 스스로 홍콩 까리따스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이미 20만불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난 5년 동안 여러분들은 모두 우리의 북한 형제자매들과 많은 것을 나누었으며 그럼으로써 그리스도교적 사랑과 연대의 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들이 이러한 나눔을 올해에도 계속해주기를 충심으로 희망합니다. 여러분이 다시한번 홍콩 까리따스의 호소에 대해 응답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지원을 귀하게 여깁니다. 우리는 영원한 평화와 안정이 미구에 한반도를 찾아올 것을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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