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2월 현재 국내 초등학교 수는 총 6518개였다. 이중 전교생이 100명 이하인 학교가 전체의 39.8%에 달하는 2594개교이다. 물론 이들 학교는 대부분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에 위치한 학교들이다. 이들 학교가 위치한 많은 지역이 이번 여름나기에 더위와 함께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5월 27일 5848억원의 예산절감을 이유로 학생수 100명 미만의 학교를 2002년까지 모두 2055개교를 통폐합하기로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1982년부터 1996년까지 3043개교, 매년 127개교를 통폐합한 것에 비하면 4배나 많은 학교가 통폐합 되는 셈이다.
지역 마을의 중심이자 문화공간,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던 학교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은 농어민들에게는 그야말로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고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통폐합 저지 결의대회, 서명운동 등으로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어 뜨거운 여름을 한번 더 달굴 예정이다. 현장 교사는 물론 학부모 주민의 정서를 고려치 않고 사전 설명없이 강행하려는 교육부의 의도와 학부모 및 주민들의 반대논리를 짚어본다.
교육부 논리와 반대주장
교육부가 통폐합 대상 기준으로 삼은 98년 학생수 100명 이하의 초.중.고등학교는 전체 1만 1218개교중 2926개교로 전체 학교수의 26.7%에 이르고 이중 「1면 1교」 원칙과 오지 벽지 등 특수지역 학교를 제외한 2055개교가 통폐합 대상이다. 교육부는 경제논리가 아니라 소규모 학교의 학생들은 경쟁심 부족으로 성적이 대도시 과밀학급 아이들에 비해 뒤떨어지고 학생수가 적어 사회성이 제대로 형성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밝힌 통폐합의 목적과 필요성을 간추리면 소규모 학생들의 문화실조현상, 복식 수업으로 인한 문제점 해결, 교육환경 개선, 학력제고, 사회성과 도덕성 신장, 교원수급 문제의 해결 등이다.
이에 대해 반대 단체들은 『교육부의 말대로라면 시골 작은 학교의 아이들은 도시 아이에 비해 성격도 불량하고 공부도 못하는 문제아들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학기중 전학과 인사이동 등으로 많은 혼란과 비교육적 효과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올 9월을 기해 통폐합을 강행하려는 것은 작은학교 학생들의 교육을 염려해서라기 보다는 무리하게 추진한 교원정년 단축 때문이라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8월말까지 5590명의 초등교사가 명예퇴직하고 4557명이 정년퇴직을 하게 되는데 임용고사를 통해 수급되는 교사 수급 숫자는 1000명에 불과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무리하게 통폐합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농어촌 지역의 작은 학교들은 대부분 6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당시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직접 지은 학교들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행정적 실수를 가리기 위해 쌀팔고 소팔아 마련한 학교를 부수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통폐합 이후 통학문제, 유학문제, 안전문제, 학생생활지도 문제 등 등하교시 문제와 열등감이나 소외감으로 인한 학생들의 부적응, 이촌향도 현상으로 인한 지역 공동화 현상, 교원의 승진 적체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통합대상지역인 안동의 한 초등학교의 학부모는 『통학버스가 하루 한차례만 운행되므로 저학년의 경우 6학년들이 수업을 마칠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 어린 아이들이 그 긴 시간을 어디서 무얼하고 지낼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면서 목소리를 높히기도 했다.
「작은 학교를 지키는 사람들」의 대표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는 『교육부가 사설 학원을 운영하는 것 처럼 공교육에 접근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면서 『교육을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인정않는 현재의 교육, 행정, 특히 도시 중심적 교육행정은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교육, 지역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할 수가 없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통폐합 정책의 문제점
이번 과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정책의 논란은 경제논리대 소비자 중심교육 논리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교육부의 좥교육재정의 경제적 운영좦이라는 근본 취지는 원칙적으로 납득할만 한 것이지만 이를 위해 다른 부분들을 과소평가했고 반면 반대단체들은 교육부의 이같은 입장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 추진과정에서의 난맥상도 짚어봐야 할 문제이다.
정책추진 과정에서 실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일선 교사나 교육관련 지역 주민들도 소외됐다. 또한 교육재정의 문제를 재고하면서 교원과 학교에 대해서만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이로 인해 학교 수는 줄어드는 데도 교육청 근무자는 늘어나는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대안을 찾아서
교육의 주체는 무엇보다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이다. 따라서 이번 논쟁의 핵심도 어떤 논리, 어떤 주장 보다도 학생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으로 모아져야 한다.
경북 예천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통폐합 보다는 먼저 교육과정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 교육과정은 서울 중산층 가정의 자녀를 대상으로한 일률적 체계이므로 농어촌 지역에 맞지않는 경향들이 많고 이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부분도 있다』면서 다양한 교과과정이 연구되고 지원되어야 이런 문제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기 자식이 더 좋은 학교로 옮겨가는데 반대할 부모가 있겠는가?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다고만 해서 좋은 학교인가?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이 아무리 필요해도 학생들에게 불리한 것이라면 거부되어져야 한다. 따라서 통폐합의 이점보다는 조급한 학교 통폐합이 가져올 부정적 효과에 대한 진단과 검토가 더 필요하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이번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먼저 성급함을 가지면 안될 것이다. 2002년까지 2000개가 넘는 학교라면 해마다 500개가 넘는 학교가 문을 닫거나 분교로 격하되어야 한다. 이는 교육의 근간, 나라의 백년대계를 뒤흔드는 사건이다.
또한 그 기준에 있어서도 오직 학생 수 100명 이하라는 것은 천편일률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대상 학생들의 반응, 학부모의 의견, 지역적 특성, 사회경제적 환경이 함께 고려되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통폐합 결정에 있어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지역민들에게도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 지역의 학교는 부모나 지역민들이 대대로 거쳐간 학교이자 지역민들에게는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며 지역발전의 척도이자 기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교사는 좬작은 학교는 농사를 짓는 것과 같아서 지금은 그 소중함을 모르고 없애고 나면 우리밀처럼 다시 되찾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좭 라고 말했다.
■ 학교 통폐합 略史
당근·채찍 주며 통폐합 강요
농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82년부터로 이후 정부에서는 국가재정의 효율적 운용과 교육과정의 정상화라는 차원에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해왔고 IMF 이전인 96년까지 3000개 이상의 학교가 폐교되거나 분교로 격하됐다.
93년 교육자치제 실시로 통폐합정책이 시·도교육청의 자율에 맡겨지면서 통폐합과 관련한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의 경우는 정부에서 강력한 통폐합 추진을 위해 통합학교에는 최고 10억원까지의 지원을 약속하면서 반대로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유보되는 학교에는 지원의 중단과 통폐합 실적이 부진한 각 시도 교육청에 지원금을 줄이겠다고 했다.
따라서 시·군교육청은 무리하게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농어촌 학교가 작은 학교가 된 원인을 짚어봐야 이번 통합정책의 허와 실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시각들이 많다.
국가 경제개발과정에서 지난 30년간 정부는 저임금 저농산물 가격정책의 기조를 유지해왔고 이는 이촌향도의 현상을 초래해 농어촌 인구 격감을 불러왔다. 이로 인한 학령 아동수의 감소가 소규모 농어촌 학교를 양산해온 것이다.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희생된 농촌경제가 고스란히 농민의 몫으로 돌아왔고 이로 인한 농어촌 지역의 발전 또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국가정책으로부터 소외된 농어민들의 소외감과 상실감 그리고 학교마저 없애나 하는 박탈감이 이번 갈등의 언저리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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