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알코올 남용이 심각해지면서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는 사회적 병폐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가족해체, 각종 범죄의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는 음주 문제. 이젠 모든 이들의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할 때다. 이처럼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알코올 중독의 실태와 그 대책을 제시해본다.
국내 술소비량 매년 증가
한국의 술 소비량은 세계 8위로 국민 한사람이 연간 소비하는 양은 소주 50병과 맥주 100병 정도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약 100~200만명의 알코올 중독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30~40대 남자들이다.
즉 가장 활발히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할 연령층이 알코올 중독으로 활동을 하지 못해 국가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입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사용하는 사회적 비용만도 연간 10조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92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20세 이상의 전체 인구 중 음주 인구 비율이 57.9%로 남성의 84.7%, 여성의 33%를 차지했다. 이후 95년 조사에서는 20세 이상 전체 인구의 63.1%가 음주 인구로 남성의 83.3%, 여성의 44.6%가 음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서울정신병원의 지난 97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련병원에서 알코올 중독자가 차지하는 병상점유율이 13%, 종합병원은 20%로 나타났다. 남녀별로는 남자가 15%, 여자가 2%로 전체적으로 19,294개의 병상 가운데 약 3140명의 알코올 중독자가 입원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이 수치에는 개인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는 제외돼 있어 이를 합하면 더 늘어날 것이다.
한국의 문화전통은 술취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이나 실수에 대해 관대하다. 술탓만 해도 웬만한 실수는 눈감아 준다. 이 때문에 알코올 중독에 대한 개념조차 서있지 않은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자신을 환자로 여겨 치료를 받는 알코올 중독자는 5%도 안된다고 지적한다.
잘못된 음주 문화
특히 술잔을 주고 받으며 마시는 「수작문화」는 전세계적으로 우리 민족만이 갖고 있다. 이는 음주속도를 빠르게 하며 결과적으로 주량을 늘리게 된다. 술은 우리 생활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나, 과도하고 상습적인 음주는 오랫동안 중추신경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사고력과 기억력에 장애가 온다. 전문가에 따르면 술은 중추신경계통에 영향을 미쳐 사고력, 집중력, 기억력, 판단력 등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뇌기능의 장애는 나이를 먹을수록 정도가 심해져 6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 의하면 보통 노인층의 4%가 치매환자인 반면, 상습 음주자의 경우 23%가 치매환자로 밝혀졌다. 알코올 중독이 대부분의 범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가정내 폭력, 특히 아내학대, 어린이학대, 폭력사고, 성범죄 등은 모두 음주와 관련이 크다.
술과 관련된 사회문제들
교통사고와 자살도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차량증가와 비례해 알코올 중독자의 차량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며, 음주자중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대부분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알코올 중독자에게 자살은 다른 파괴적 행동과 같이 많이 일어난다. 이들은 대부분 만성 중독에 따른 우울증이 원인이며 수분간의 과음 후 자살을 기도하거나, 음주 중 다른 사람 (주로 가족)에게 분노나 공격심을 터뜨린 후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바로 가족이다. 환자가 치료를 받고 돌아가는 곳도 가족이기 때문에 가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알코올 중독이 병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중독자를 단순히 술을 많이 마시는 애주가로 치부하거나, 음주 후의 주사를 관대하게 생각해 참게된다면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주변의 동정이나 보호로만 치료되는 것이 아니며 뇌와 신체에 작용해 발생하는 병이다.
따라서 반드시 의학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만약 가족들이 그냥 덮어둘려고 한다면 자칫 자녀들에게도 평생 무거운 정신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알코올 중독 전문의 김경빈 박사는 『가족 중에 중독자가 있으면 먼저 병에 대해 인정하고 환자를 설득해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지적하고 좬치료는 꼭 병원 입원치료가 아니더라도 신체적 합병증의 유무에 따라 통원치료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회내 실태와 대책
알코올 중독이 비단 사회뿐 아니라 교회 내에서도 큰 문제를 낳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서울대교구 일선 사목자 가운데 72.7%가 교회내에서도 알코올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지도=허근 신부)가 서울대교구 사목자 1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회의 알코올 중독 사목활동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94%가 알코올 중독과 관련된 활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응답자들은 「상담 지도자」양성과 「사이버 공간」마련을 제안했다. 이 조사 분석에 따르면 알콜 중독과 관련된 활동에 관해 137명(72.1%)의 사제가「하지 않고 있다」고 답해 상당수 본당에서 중독자들을 위한 사목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사목을 펼치고 있는 14.2%(27개) 본당 가운데서도 계획을 갖고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본당은 5.3%에 그쳤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피해 신자들이 가정이나 사회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조사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허근 신부는 『가톨릭 교회가 우리 사회에 가장 선도적으로 알코올 사목을 도입했음에도 전반적인 인식과 장치의 미비로 사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하고 『교회내 정기적인 예방교육과 전문가 교육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재발 방지 어떻게?
알코올 중독자가 되기까지 수십년의 세월이 소요됐듯이, 회복되는 데에도 최소 1년 이상, 흔하게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환자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 있으며, 특히 성급한 기대는 절대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환자가 술을 끊는 생활에 익숙하려면 적어도 9~15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재발이 금주생활의 첫 15개월 이내에 발생한다. 따라서 병원에서 퇴원한다고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발방지를 위한 재가관리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지속적으로 술을 끊으려면 적어도 2~3년동안 재발방지를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윤명숙 교수는 △지역사회 중심의 재활프로그램 개발 △알코올 중독 전문가 양성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재활모형 개발 △각 지역 거점으로 한 의뢰센터 설치 △치료, 재활 프로그램간의 연계성 및 전문성 향상 △예방에서 재활까지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연계망 구축 등을 재활서비스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알코올 중독으로부터의 회복이 단계별 과업을 가지는 과정이란 점에서 이를 방지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지역사회 중심의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 알코올 중독 치료, 재활 기술 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 양성 문제 또한 절실하다.
■ 술끊는 10가지 방법
1. 자만심과 수치심을 버린다
2. 과거 술취했을때의 아픈 기억을 되살린다
3. 24시간 계획 실천하고 무료한 시간을 없앤다
4. 오늘 하루만 술을 끊겠다고 생각하고 내일을 버리자
5. 회복된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6. 술좌석·술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7. 단주에 성공한 사람과 친하게 지낸다
8. 자신에게도 친절하라(초콜릿, 차, 음료와 같은 음식을 먹고 이발을 하는 등 외모를 깨끗하고 산뜻하게 한다)
9. 욕구를 10분간 계속 참아내자
10. 공포감을 조절하는 것이 단주의 길(상담, 전화, 시, 기도문 등을 읽으며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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