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째 날 (3월 20일 토요일)
10시에 조선족 신자들과 미사를 봉헌하고 주교님을 뵙기로 약속되어 있는 날이다. 7시에 일어나 잠깐 기도하면서 준비를 마치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여기에서도 달걀하나 구어 달라고 청했으나 안된다고 한다. 찐빵 하나와 가지고 간 커피로 아침을 때웠다.
택시를 타려고 호텔 앞으로 나와서 한 대를 잡았는데 인도에 세워서 그랬는지 순찰차가 금방 오더니 택시 기사와 실랑이를 한다. 몹시 미끄러운 길인데 참으로 안됐지만 말을 하지 못하니 무슨 말을 해 줄 수도 없고 우리는 모르는 체 돌아서서 다른 택시를 잡아타고 성당으로 와서 100명이나 되는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였다. 10명 가까운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받았다.
미사를 봉헌하고 나서 주교님을 만나 뵙고자 주교관을 찾아갔다. 주교님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검소하기 이를 데 없는 당신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아래층에 큰 방이 있다고 하시면서 손수 안내하여 주셨다. 참으로 인자하시고 서민적이시며 온화한 어른이시다. 진 패 씨안 비오 주교님, 이분은 작년 권회장님의 초청으로 우리 나라를 방문하셨던 어른이시다. 작년 10월 16일 저녁 우리 성당 아래에 있는 시흥회관에서 환영연을 가졌었는데 그 때 나는 환영사를 하면서 다시한번 뵙고 싶다고 말씀드린 일이 있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 뵙게 되니 너무나도 반가웠다. 따뜻한 환대를 받으면서 수녀님들께서는 이곳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길이 어떠한 일인지 말씀을 나누셨다.
말씀을 끝내고 나오려는데 주교님께서 내일 저녁에 우리 일행을 저녁 만찬에 초대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내일은 부제 서품식이 있는데 어떻게 우리를 초대하십니까? 하고 물으니 괜찮다고 하시면서 내일 다시 만나자고 하신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우리가 오히려 어리둥절해지는 느낌이었다. 주교관 밖으로 나오니 자동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김동일 신부가 소유하고 있는 승합차인데 오늘 내일 우리가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차였다. 우선 요기를 하고 유명한 관광지 수중동굴을 찾아갔다. 1시간을 좀 더 달리니 자그마한 산이 나타났고 공원으로 꾸며진 입구에서 내렸다. 목단강본당의 신학생 동베드로가 함께 갔는데 700위안을 주어 입장표를 사오게 하였다. 한 사람 입장표가 우리 돈으로 1만원 꼴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원시인들의 생활 모습을 꾸며 놓았다. 조금은 이상한 생각을 하면서 조금 더 가보니 보트를 탈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었고 상당히 넓은 호수가 나타났다. 약 1시간 동안 보트를 타고 구경을 했는데 그 넓은 호수 위에는 갖가지 모양의 석순들이 아름답게 만들어져 있었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면서 참으로 놀라운 광경을 보고 나서 압도당한 모습으로 말하였다. 『중국에 와서 여기만 보고 가도 본전은 다 뽑고도 남는다』고.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눈은 사정없이 뿌리는 가운데 아마 3시간은 걸려서 다시 심양에 도착하였다. 김동일 신부가 이곳에 오면 묵어 가는 숙소에 도착하니 한 쪽 방에 성체를 모시고 수녀님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수녀님들은 마침 다른 곳에 나가시고 이곳에서 양로원 건축을 책임지고 있는 수사님께서 우리를 반겨 주신다. 저녁 식사를 다 준비하고 기다리고 계셨다. 서울에서 심양에 나와 장사를 하고 있는 신자 몇 분이 우리 일행을 위하여 저녁 식사를 다 준비하여 놓으셨다.
화기애애한 가운데 저녁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눈길을 다시 달려서 우리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무순성당에 가서 주일미사를 보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오늘 하루 또 이렇게 은혜롭게 보내게 하여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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