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9월16일 납치된 5명의 회장단 중 가장 젊은 나이인 송경섭(루까.명동본당 청년회 부회장. 당시 35세)씨는 재능있는 사업가이자 당시 청년회 회장 조종국씨와 함께 가톨릭 청년들의 시대적 소명을 실천하는 데 전념했던 인물이다.
그가 운영하던 만념미싱회사 사장 사옥에는 매일 청년들이 모여 교회 활동은 물론 복음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시대와 사회 안에서 구현하기 위한 토론을 벌이곤 했다. 특히 나이가 젊어 왕성한 활 동력을 보여준 그는 조회장을 도와 청년 활동에서 구심점을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시대적 소명실천에 전념
납치되던 날 밤, 송 부회장은 을지로에 위치한 만념상회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당시 상회에는 명동성당 신태민 회장 등 여러 명의 신자들이 몸을 피해 있었고 5분 거리에 있는 중구 다동 외가에도 여러 세대가 피신해 있었다.
장녀 송덕희(카타리나.63세) 여사는 나와 두 동생을 데리고 상점에서 주무시는데 12시쯤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좭고 말했다. 마침 화장실을 다녀오던 송부회장이 문을 열자마자 긴 가죽장화를 신은 내무서원 여러 명이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좬신발을 신은 채로 들어오자 마자 저희 자매들의 머리를 군화발로 밟아 꼼짝도 못하게 했어요. 너무 무서워 소리조차 내지 못했지요. 문밖에서는 아버님과 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잠깐 들렸어요. 조사할 것이 있으니 잠깐만 다녀오면 된다좭며 아버님을 끌고 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만이었다. 다음 날 친할아버지께 납치 소식을 알렸고 다른 형제들과 대전으로 피신해 있던 송부회장의 부인 최복주(엘리사벳.당시 33세) 여사는 며칠 후 남편이 납치된 것을 모른 채 서울로 남편을 찾아왔다.
가족들은 납치된 송부회장을 사방으로 찾았으나 잡혀가다 탈출한 사람으로부터 그가 이미 서대문 형무소를 거쳐 끌려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다. 송부회장의 부친 송창만(바오로)옹과 모친 김순(헬레나) 여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식을 잃은 충격에 모두 돌아가셨다. 설상가상으로 피땀 흘려 일군 을지로의 만념상회 건물은 9.28 수복 당시 시가전으로 완전히 불타버렸다.
성직.수도자 많이 배출
1916년 8월 29일 제주도에서 태어난 송 부회장의 가계는 여러 명의 수도자와 성직자를 배출한 집안이다. 남동생 송순섭(요한)도 비록 병환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으나 신학교에 입학, 성소의 길을 걸었고 그 자신도 성직에 뜻을 두었으나 장남인 탓에 꿈을 접어야 했다. 여동생 송데레사도 서울관구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에 입회했고 부인 최복주여사의 동생 최골롬바도 같은 수녀회 대구관구에 입회했다. 연로한 부친 탓에 일찍이 결혼한 그는 21세에 최복주 여사와 혼인, 납치되기 전까지 슬하에 7남매를 두었는데 5녀 송로사도 같은 대구관구 수녀회에 입회했다.
다섯째 딸을 낳은 뒤 아버님께서 저희들에게 신부로 봉헌할 수 있도록 남동생을 하나달라고 기도하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현재 서울 쌍문2동본당 주임인 송진신부가 바로 송경섭 부회장의 막내 아들이다. 외가 쪽에도 여러 성직자가 배출됐고 모친 최복주 여사는 1963년 고혈압으로 운명할 당시 갈멜 3회원이었다. 가족들은 송부회장을 회고할 때 다정다감하고 예술적인 분위기로 기억한다. 그리고 가족과 상회에서 일하는 점원 등 모든 식솔들이 큰 상에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하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일 저녁마다 가족들을 모아 저녁기도와 묵주기도를 바치던 신심 깊은 아버님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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