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구체적인 작업들이 본격 시작됐다. 최근 이산가족 상봉 등 그동안 모든 국민들이 애타게 기다려왔던 염원들이 하나씩 전개되고 있다. 한국 교회도 이러한 화해무드에 발맞추어 북한 교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수원교구 등은 통일 후 북한선교 희망 사제 모임을 가지고 있다. 본지는 2천년 대희년 6.25 50주년이란 뜻깊은 해에 가시화된 통일과 화해의 물결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염원하며 분단후 남북한 교회의 50년 발자취를 되짚어본다.
해방 후 남북한 교회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북한 교회는 해방 후 소련군이 주둔하면서 대대적인 종교탄압이 이뤄졌고, 특히 한국전쟁 발발 직후 사제가 한명도 남아 있지 않게 됐다. 반면에 휴전이후인 50년대 한국 교회는 연평균 16.5%라는 경이적인 신자 증가율을 보이며 양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한국 교회의 제도적 발전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된 것은 66년 주교회의가 정식으로 조직되면서 부터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영향은 평신도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인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교회는 사회정의와 인권 수호를 위한 사회 참여가 곧 시대적 요청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정의 구현 운동을 통해 74년 드디어 신자수 100만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80년대는 이땅의 민주화와 인간 존엄성 수호를 위해 투신하던 시기였다. 한국교회는 광주민주화 항쟁을 야기한 정권의 폭압에 우려감을 느끼면서도 나름대로 항쟁에 대한 참여와 지원으로 민주화 운동을 전개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들이 한국교회 내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95년 3월 1일 서울대교구 내 민족화해위원회가 공식 기구로 발족됐다. 민화위는 그동안 북한동포들을 위한 국수나누기 운동, 옥수수 보내기를 비롯 기도운동을 통해 화해 일치의 기반을 다져나왔다. 해방 당시 북한교회에는 주교 3명과 80여명의 성직자들이 본당 사목과 교육, 의료 복지사업 등을 펼쳤다. 그리고 44년 당시 북한지역 신자수가 총 5만7000여명이나 됐다.
하지만 해방 후 소련군이 들어오면서 교회가 운영하던 시설들이 몰수되기 시작했다. 48년에는 북한에 공산정권이 세워지면서 교회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에 들어갔다. 49년 4월 평양교구장 홍용호 주교 등 많은 성직자들이 체포됐으며 같은해 12월과 이듬해 5월에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원과 원산 포교 성베네딕도 수녀원이 몰수됐다. 또한 49년 5월 함흥교구장이었던 신 보나파시오 주교와 성직자 등 독일인 수도자들을 체포하고 교회재산을 전부 몰수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이른바 죽음의 행진이었다.
이처럼 북한측의 교회에 대한 강압적인 연행과 탄압으로 한국전쟁 당시에는 사제가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북한 교회 신자들은 모두 흩어져 지하로 숨어들어갔고 한국 동란 이후에도 북한 당국의 탄압정책은 이어졌다. 이후 50여년간 북한교회는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채 침묵의 교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다 최근인 98년 조선천주교인협회를 결성한 북한당국은 그해 10월 평양에 장충성당을 건립하며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이 성당에는 성직자가 없고 신자들만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나마 정확한 신자수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조선카톨릭교협회와의 접촉을 통한 대북지원 창구를 확보함으로써 95년 이후 활발한 사업들을 전개해오고 있다. 따라서 이 조선카톨릭교협회나 장충성당은 향후 통일을 대비해 북한교회와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에 틀림없다. 98년에 당시 서울대교구 민화위 위원장 최창무 대주교는 한국교회 최초의 사목방문을 실시하며 민족의 화해와 일치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통일과 화합을 향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디딘만큼 한국 교회는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더불어 일치운동을 전 교회차원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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