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째 날 (3월21일 주일)
아무래도 눈이 많이 내려서 자동차 편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약 100리 길 되는 무순성당을 찾아가는 날이다. 9시 기차를 타고 가기로 결정하고 8시에 모두 아래층에 모였다. 기차역을 찾아가야 하는데 중국말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한참 가다가 대로변에서 그냥 내리라고 한다. 여기는 정거장이 아닌데 아무 말도 못하고 내리니 마침 장필립보 회장님이 바로 따라 오셨다. 잠깐 걸어가니 역 광장이 나타났다. 별로 손님들이 없어서 아주 쉽게 열차를 타고 무순으로 향하였다. 30~40분 갔을까 상당히 크게 느껴지는 무순에 도착하였다. 공장도 많은 곳처럼 생각되었는데 여기가 엄청나게 많은 무연탄이 매장되어 있는 공업도시라고 한다.
누군가 우리를 마중하러 역에 나오려니 했는데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다. 권 회장님께서 너무나 여러 번 오셨던 곳이라서 다 알고 계셨기 때문에 나올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10시쯤 해서 성당에 도착하니 많은 신자들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사제관 앞에 큰 성모상이 서 있었는데 좥한국 한겨레복음선교단 권대복 회장님 기증좦이라고 우리 글로 새겨져 있었다.
중국 신부님들께서는 막 미사를 봉헌하고 계셨고 우리는 사제관에서 잠시 기다리게 되었다. 미사후에 성체 강복이 있어서 11시에는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니 지금 고해성사를 먼저 달라고 한다. 신부님들의 식당에서 1시간이 넘게 고해성사를 주고 미사를 봉헌하러 제의실에 들어가서 보좌 신부님을 만나 인사를 드렸다. 함께 미사를 드리려고 하기에 복사하는 조선족 학생에게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해달라고 한후 혼자 미사를 봉헌하였다. 왠지 마음에 드는 고장이라서 좀 긴 강론을 하였다. 특별히 하고자 했던 말은 중국 정부가 하루속히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도록 함께 기도하자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많은 사제들이 여기에 와서 복음을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미사를 마치고 나서 또 잠시 신자들과 말을 나누고 사제관으로 돌아오니 우리 조선족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차려 놓았다. 권회장님께서 계란 프라이 5개만 해 달라고 갑자기 말씀하셔서 한바탕 웃었다. 3개만 해달라고 해서 오랜만에 계란 프라이를 나누어 먹었다.
이곳 본당 신부님이신 조 야고보 신부님께서는 감옥에 가셔서 고생도 하셨고 지하 교회에서 활동하시다가 진 비오 주교님의 설득으로 본당 사목을 하고 계시다고 한다. 권회장님하고는 너무나 친해져서 호형호제하시는 사이라고 한다. 지난해에 권회장님께서 심장 이상으로 입원하셨다는 말씀을 들으시고 전 신자들에게 좬지금 한국에 있는 나의 동생이 중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으니 하느님께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여 달라좭고 청하시기까지 하셨다고 한다.
30리 정도 떨어진 곳에 조선족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었다. 그곳에 공소 하나를 마련하여 줄 수 없겠느냐고 말을 할 때는 참으로 미안한 마음으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수녀님들께서도 그곳에 양로원 하나를 마련하여 공소도 돌볼 수 없을까 생각하였다. 공소 건물을 마련하는데 약 2천만원, 그리고 양로원 마련에도 2천만원만 있으면 다 쉽게 해결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점심 대접을 위해서 고생하여 주신 조선족 신자 여러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나서 다시 기차를 타기 위하여 정거장으로 걸어 나왔다. 2시 30분에 떠나는 기차를 타려고 부지런히 걷고 택시까지 탔지만 늦게 도착했다. 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택시 기사들과 요금을 흥정했다. 일인당 40위안씩 주기로하고 택시 편으로 심양에 도착하였다.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안 택시 기사는좬정창호텔좭하면서 소리를 질러 댄다. 오는 길에 고속 도로를 들어서면서 얼마를 내더니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데 아마 조금 더 계산해달라는 말인 것 같다. 호텔 앞에서 차가 섰고 200위안을 주니 고맙다는 말도 없이 그냥 돌아가고 말았다. 우리는 웃으면서 호텔로 들어와서 잠시 쉬고 나니 서울 데레사의 딸이 신학생과 함께 들어 왔다. 반갑게 잠시 말을 나누고 있는데 주교님께서 오셔서 우리 일행을 찾고 계신다고 빨리 내려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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