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5월 14일, 당시 평양교구장 홍용호 주교가 북한정치보위부원들에게 강제로 납치됐다. 이때 홍주교와 함께 끌려간 소년이 둘 있었고 그 중 하나가 김운삼(요셉)이었다. 당시 주교관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그는 한 살 위인 송은철(빠드리시오)과 함께 납치돼 평양시 인민교화소에 수감돼 죽는 날까지 믿음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머니 정소희 여사 등의 증언에 의하면 그가 납치된 후 한 청년이 찾아와 홍주교와 함께 납치된 경위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김운삼은 그날 홍주교에게 급한 전갈을 전하러 서포(西浦)의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감흥리(속칭 가루게)라는 곳에서 정치보위부원들에게 홍주교, 송은철과 함께 붙잡혔다. 이때 홍주교는 좬모든 것은 내가 책임지겠다좭며 소년들은 풀어줄 것을 요청했고 그들은 일단 두 소년을 트럭에서 내려놓았다. 하지만 곧 다른 차가 뒤쫓아와 두 소년의 눈을 검은 헝겊으로 가려 차에 태웠다는 것이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당시 정치보위부가 사용하고 있던 옛 재판소 건물이었다. 이곳에서 사흘 동안 두 소년은 심문을 받으면서 배교를 강요당했다. 하지만 이들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두 소년은 그후 평양시 인민교화소에 수감돼 이듬해 6·25까지 1년 남짓 갇혀있었다. 공산군은 식사 때마다 성호를 긋는 등 신앙을 굽히지 않는 이들 두 소년을 다른 수감자들과 별도의 감방에 격리 수용했을 뿐만 아니라 주일마다 끌어내 중노동을 시키면서 괴롭혔다. 이듬해 전쟁이 발발한 후에도 계속 평양 감옥에 갇혀 있던 두 소년은 10월 13일 국군과 유엔군의 북진으로 퇴각하는 공산군들에 의해 다른 성직자들과 함께 북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후의 소식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김운삼은 1839년 기해박해때 13세의 어린나이로 순교해 성인(聖人)이 된 유대철(베드로)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1934년 6월 29일 평안남도 용강군 해운면 일벽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정소희 여사의 깊은 사랑 속에 자랐다. 형제들도 모두 어려서 죽고 혼자만 생존해 외아들로 자랐다. 그가 천주교에 입교한 것은 평양 성모보통학교 5학년 때. 영세하지 않은 어머니로부터 허락을 받아 김필현 신부로부터 요셉이라는 본명으로 입교했으며 평양교구 주교좌인 관후리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깊고 열렬한 신앙을 키워나간 그는 미신에 기울어있던 어머니에게 교리문답책을 권하기도 했고 매주 금요일 소제일(小薺日)이면 고기 한 점이라도 먹이려는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성모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평양 무순공업전문학교를 다니면서는 어머니에게 김득권 신부, 서우석 신부 등 동창이 다니는 덕원신학교에 보내달라고 청했으나 자신의 곁을 떠나보낼 수 없다는 어머니의 반대가 워낙 완강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김운삼이 납치된 후 어머니 정소희 여사는 아들의 행방을 사방으로 찾았으나 허사였다. 서울에서 피난 생활 중에 아들과 절친했던 친구 곽성현(요한)을 만나 함께 지냈고 이때 그는 종로성당을 찾게 된다. 아들을 가르쳤던 이아녜스 수녀를 만나 그로부터 교리를 배워 세실리아라는 본명으로 입교함으로써 어머니는 아들의 생전 소원을 풀어주었다.
(김운삼 소년에 관한 기록은 「평양교구 순교사 사료 수집위원회」가 지난 1982년부터 증언과 사료를 수집, 9월 중 가톨릭출판사에서 발간되는 「북녘 땅의 순교자들 - 평양교구편」에 상세하게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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