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멀지않은 미래의 20XX년, 게놈(Genom)시의 클론(Clone)양. 19세로 아버지 없이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대학 1학년 생.
클론양은 유명한 한 학자의 체세포를 추출해 난자 은행에서 유전자를 제거한 난자와 수정시킨 뒤 엄마의 체내에서 착상, 출산된 복제인간이다. 법적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고 생물학적 아버지는 체세포를 물려준 학자인셈.
대학 신입생인 클론이 선택한 전공과목은 지난 십여년 동안 최고의 인기학과로 자리잡은 변형 유전자학으로 복제인간 여구나 각종 생물체의 세포에 조작을 가하여 온갖 변형류를 만들어 내는 과목으로 생명체를 마음대로 소유하고 창조해 본다는 점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과목이다.
유전자 조작 과정을 거친 콩이나 소고기 등을 이용한 음식을 좋아하는 클론의 남자친구는 이웃의 프랑켄슈타인.
프랭크라고 부르는 프랑켄슈타인은 클론이 복제되던 시기와 비슷하게 불임으로 고민하던 부모의 결정으로 아버지의 미성숙 정자를 쥐의 정소(精巢)에서 배양한 다음 엄마의 난자와 체외수정 후 고모이 뱃 속에서 출산했으나 어릴때부터 몸이 약해 지난해 인체시장(Human body shop)에서 복제된 세계 복싱 챔피언을 사와 이 몸에 자신의 머리를 봉합하는 전신이식을 받았다(이 기술은 98년 미국 클리브랜드의 한 의과대학 팀에서 서로 다른 두마리의 원숭이의 몸과 머리를 바꾸는 수술에 성공함으로써 이후 보편화 되기 시작했다)
클론과 프랭크는 곧잘 민속촌에서 데이트를 즐기는데 이곳에서는 아직도 전통적으로 침대에서 남녀결합이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결합에 의한 자녀 출산과 양육 등 가정의 개념이 살아 있는 곳이라 시에서 전통보존 차원에서 특별 보호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게놈시는 우생학적으로 유전 조작된 전형적인 경찰들에 의해 치안이 유지되고 있어 범죄 같은 것은 없지만 복제를 반대하는 원본인간들에 의해 소요가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소요 즉시 복제 경찰들에 의해 진압돼 끌려가지만.
게놈시의 중심산업은 바이오 벨리(Bio vally)라고 불리는 벤처기업 밀집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는 첨단 유전자 산업으로 2000녀넹 순이익이 500억 달러 올해는 3000억 달러의 순이익이 전망되고 있다. 게놈시의 산업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장기 이식용이나 특수 목적용 인간이 거래되는 인체시장으로 튼튼한 장기 이식을 위해 복제된 머리 없는 인간을 비롯해 혈질전환을 거친 사람 귀를 가진 쥐, 간을 가진 돼지 등 인체와 관련한 모든 부품을 구할 수 있다.
게놈시의 평균수명은 350살이지만 이는 무의미한 수치에 불과하다. 인체시장에서 병들고 낡은 장기를 대신할 새 장기를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어 인간 세상에서 생로병사는 의미없는 단어가 됐지만 사람들이 가끔 권태를 이기지 못해 일어나는 자살 등으로 나타난 수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반복되늰 유전자 재조합의 부작용으로 잡종바이러스나 돌연변이가 늘어나 각종 생물재해(Bio Hazard)를 일으킴으로써 환경을 보호하자는 복제시민단체들의 시위가 TV화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생명복제의 역사
위의 이야기는 인간복제와 관련한 기술과 경제적 전망, 우려들을 종합해 꾸며본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현재 인류의 기술과 생명관을 고려해볼때 전혀 허무맹랑한 이야기 만은 아니다.
1865년 멘델이 생물의 특성을 결정짓는 유전인자가 존재함을 밝혀낸 이후 20세기들어 생명과학과 관련한 인간의 능력은 정말 빠른 속도로 배가하고 있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냈고 1985년에는 미국 연방정부 지원으로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수립되어 인간의 모든 세포 코일 속에 코일처럼 감겨있는 DNA 가닥에 들어 있는 유전정보의 해독이 시작됐다.
과학자들은 일단 유전자코드가 해독되자 개별 유전자를 분리시켜 각각의 유전자 역할을 박히기 시작했다. 축적된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여 다량의 신약 및 치료제가 개발되고 형질전환된 동물의 대량복제를 통해 그것들의 대량생산이 가능해 질 것이다. 이제 생명과학은 의학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생명창조의 자리까지 넘보면서 신의 영역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80년대부터 체외수정과 배아 이식은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켰고 이는 아버지 없는 아이들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93년 10월 미국 조지 워싱턴대 연구팀은 최초로 인간 수정란 복제에 성공했고 97년에는 영국 로슬린연구소에서 체세포 복제를 통한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켜 인간복제에 관한 가능성을 여는 동시에 뜨거운 찬반 논란을 가져왔다. 돌리의 출현에 놀란 미국 정부는 그해 3월 4일 복제연구에 연방기금 허용 불가를 천명했지만 돌리 탄생 후 2주뒤인 97년 3월 9일 미국에서 원숭이가 복제됐고 98년에는 쥐, 그해 12월에는 일본에서 가장 어렵다는 소가 복제됐다.
이어 98년 12월 14일 서울 경희대에서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복제에 성공해 14일 이전에 폐기했다고 발표했다. 99년 4월 미 ACT사 역시 같은 연구에 성공했다고 밝혔으며 ACT사는 배아단계서 조작해 필요한 장기만 배양할 계획이다. 즉 인간 배아 세포를 소난자에 결합해 소에 인간의 유전형질을 지닌 장기들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돌리를 탄생시킨 로즐린 연구소도 지난 1월 7일 태아배아를 이용한 장기생산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세계최초의 인간복제회사 클로나이드사는 2001년 안에 첫 복제인간을 탄생시킬 것이라며 인간복제에 20만불, 세포보관에 5만불로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 클로나이드사는 한국에도 진출해 있는데 한국지사에 따르면 98년 말까지 8명의 한국인이 복제를 신청했다고 한다.
복제의 비윤리성과 교회 가르침
시간의 문제에 불과해진 생명복제의 옹호론자들은 그 이유로 인류의 이익과 개인의 자유를 들고있다.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정복을 그 첫 이유로 꼽고 있는데 장기제공과 유전적 병의 근원적 치료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해 교회 또한 『치료적인 의도로만 유전자 조작이 이루어진다면 그 사용은 도덕적으로 타당하지만 이 일이 인간 배아의 완전성과 개별적 생존에 위협을 주는 조작일 때는 부당하다』(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현재 생명복제는 치료적 목적에서 나아가 연구의 주체인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단계에 와 있고 특히 수정후 14일 이전의 인간배아는 세포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단정하고 마음대로 조작하고 폐기하고 있다. 장기형성이 시작되는 것은 수정 15일후 부터라는 것이 이들 주장의 근거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수정란들에 가해지는 이 실험이란 과학 또는 의학의 미명을 지니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생명을 마음대로 처분해버릴 수 있는 단순한 생물학적 재료의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인간의 배자나 태아를 실험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은 그들이 인간으로서 지닌 존엄성을 침해하는 범죄가 된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생명에 봉사하는 임무는 특히 생명이 가장 약한 상태에 있을 때 이행되어야 한다는 교회의 가르침에서 볼 때 인간배아의 실험이 허용된다면 이는 제도적 살인이 자행되는 셈이다. 생명복제의 비윤리성은 이처럼 인간을 생체조직과 장기의 복합체로만 보는 신유물론 사상외에도 생명복제 연구로부터 얻어진 결과는 필연적으로 실험실 규모를 벗어나 산업적인 규모를 지닌 생명체 조작으로 나아가는 데 있다.
돌리를 복제하는데 사용된 로즐린연구소의 기술은 복제연구를 재정지원한 PPL 세러퓨틱스사에 권리가 있고 PPL사는 이 기술을 제약공장 역할을 하는 동물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2000년까지 유전공학 산업의 전체 순이윤이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유전공학의 상업화는 요즈음 유행하는 태아의 성 감별 정도가 아니라 태아의 유전자 감별을 통해 유전자를 조작해 태아나 유아의 지능지수를 개선하거나 키의 크기를 바꾼다거나 하는 식의 인간 주문생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하나의 위험성은 다음세대에 가해지는 위험으로 유전자 재조합으로 인한 돌연변이나 잡종의 출현 외에도 암수 존재에 의한 유성생식이 복제에서는 무성생식에 의해 가능하므로 단일 유전자 만을 물려받은 복제 인간이나 동물은 환경에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어 이는 한순간에 멸종의 위기를 예견 할 수 있다.
생명복제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또하나의 근거인 개인의 권리에 대해서도 교회는 분명하게 가르친다. 『자유와 진리사이의 본질적인 결합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자유는 자체를 무효화하고 파괴하며, 타인에 대한 파괴로 인도하는 요소로 변질된다』(생명의 복음 19항)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선택의 유일하고 절대적인 기준점으로서 선과 악에 관한 진리를 채택해야한다.
각종 생명윤리와 관련한 교회의 기본적인 입장은 인격주의다. 인격으로서의 인간에 모든 윤리적 기준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인격이기에 객관적 가치, 초월적 가치, 불가침의 가치, 규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본성적 가치들 안에서 인간의 행복과 발전의 기초를 본다.
교회의 인격주의적 인간관은 인간의 도구화, 호환성, 부분화, 수단화를 거부한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못할 때 생명과학적 연구와 인체 실험, 치료행위 등은 인간성 파괴로 이어지고 만다.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너버린 생명복제, 미래는 유전자 조작과 복제가 확대 재생산되는 사회가 되리라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면서 또하나의 바벨탑을 쌓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