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8월의 태양 아래 빛을 가득 담은 바다. 정오가 지나자 서서히 바다는 숨은 땅을 드러 내기 시작했다. 어느새 수평선은 저만큼 멀어지고 넓디넓은 갯벌이 끝없이 펼쳐졌다. 아이들은 조심스러운 듯 발을 내밀더니 이내 부드러운 감촉에 온몸을 내던져 까만 진흙 인형이 돼버렸다. 이곳 저곳 뛰어다니며 미끄러지기도 하고, 손을 더듬거리며 무언가를 찾더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흔들어 보인다. 『야, 이것 봐 조개다』『어, 이건 망둥어란거 아냐』푸른평화가 전남 영광에서 마련한 여름자연 학교 현장.
푸른평화는 매년 영광본당 주일학교 학생들과 대구지역 주일학교 학생들간 만남의 시간을 마련한다. 올해도 8월 9일부터 12일까지 3박4일간 전남 영광에서 영호남의 만남은 이어졌다. 대자연 안에서. 생명의 보물창고인 갯벌, 이곳에 오기 전 아이들은 영광 원자력발전소에 들렀다. 거대한 둥근 지붕인 돔을 보며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했다. 하지만 저녁에 이어진 배움터에서 자연에 대해, 생명에 대해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체르노빌 사건과 영광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나타난 이상하리 만치 머리가 큰 아이와 등이 휘어진 물고기, 한쪽 발이 없는 강아지 등의 사진을 보며.
흑진주빛 하늘 수놓은 별들이 유난히 반짝이는 밤. 조금은 졸린 눈을 비비는 아이들은 바다 속 생태를 내용으로 한 비디오를 보며 바다란 공간이 신기하기만한 듯 호기심 가득한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리고 사진 속에서 보았던 생명 파괴의 끔찍한 일들을 곱씹는다. 하루의 일을 마무리하는 자연일기 작업시간. 모둠별로 옹기종기 둘러앉아 저마다의 생각을 그림, 글에 담아냈다. 『갯벌, 하느님 보시기 참 좋았다』『야! 너희들 이것 아니? 우리 나라 갯벌이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것 말이야』자연일기를 끝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3박4일간의 짧은 여름자연학교 기간이었지만 학생들은 자연의 고마움을 느끼고, 또 보호해야할 대상임을 알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편리하지만 생명을 파괴하는 원자력의 위험도 느꼈고, 생명의 보고인 갯벌이 조금씩 오염되어가는 것도 보았다. 마냥 즐기는 것처럼 보였던 아이들은 자연일기를 통해 『다시는 생명이 위협받고 파괴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작은 바람을 적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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