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이산가족들이 온 몸 온 마음으로 가지고 오간 것은 50년 세월만이 아니었다. 역사의 비극과 희극을 함께 보여준 이번 만남을 가슴에 온전히 품지 않고서는 새로운 역사는 없다. 이산가족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역사의 씨앗들은 이미 그것을 지켜본 많은 이들 가슴에 고이 자라나고 있다.
○…서울 방남단이 가는 곳마다 남측 이산가족들의 애틋한 사연들이 쏟아져 나왔다. 서울 방문 셋째날 방남단의 참관이 있은 창덕궁 주위에는 이산가족 수십명이 나와 방문단을 환영. 이날 아침부터 창덕궁에 나온 이산가족 최복자(루시아.59.서울 서대문본당) 씨는 자신이 직접 작사하고 작곡가인 아들이 작곡한 노래 「내 고향아」악보를 북측 방문단에 나눠져 호응을 얻기도. 최씨는 『마음의 선물이나마 전하기 위해 나왔다』며 『마음을 전하고 싶어도 전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보다 자주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해 눈길.
○…동생을 만난다는 기대를 안고 방북길에 올랐던 김희조(마리아.73) 할머니는 만나기로 한 남동생 기조(68)씨가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에 오열. 평안북도 연변이 고향인 김할머니는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는 사촌동생을 대신 만나고 『생존해 있다고 해놓고 그런 착오가 어디 있냐』며 울먹였다. 동생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져간 사진도 소용이 없었다는 그는 방북동안 허탈감에 잠을 이룰 수도 없었다고. 47년 남편을 따라 남한으로 내려왔던 김할머니는 이번 상봉길에 북쪽의 동생을 위해 옷과 의약품, 시계 등을 정성스럽게 준비한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북측 방문단이 평양으로 출발하던 8월 18일 오전, 서울 세라톤 워커힐호텔은 눈물바다가 됐다. 마지막 배웅을 위해 새벽부터 호텔로 모여든 남쪽 가족들은 오전 7시45분께 혈육들이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한달음에 달려가 뒤엉켰다. 여동생 봉남(70)씨와 해후한 최봉조(카타리나.80) 할머니는 헤어지는 동생의 손을 부여잡고 통곡했다. 봉남씨는 『언니, 건강하세요. 꼭 다시 올께요』라고 말했으며 봉조 할머니는 『우리 반드시 또 만나야 한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살아있어라』며 눈물. 헤어져야할 시간이 다가오자 두 자매는 손을 잡고 목놓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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